"유가 변동서 커 다시 인플레 심화" 우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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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이번 주(8~12일) 가상화폐 시장에는 오랜만에 '훈풍'이 불었다. 최근 발표된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세가 둔화되면서 긴축 속도조절 기대감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에 가상화폐 시장이 앞으로 상승세를 다시 이어갈 수 있단 긍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12일 글로벌 가상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비트코인은 전날 오후 2만4000달러(약 3128만원) 선에서 거래됐다. 지난주 2만3000달러 선을 회복한데 이어 이번주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11일 오후 한 때 2만4800달러까지 올랐다. 가상화폐 시총 2위인 이더리움도 주초엔 1680달러 선을 기록했지만 이후 10% 넘게 오르면서 전날 오후 1900달러(약 248만원) 부근에서 거래됐다.  

비트코인이 오름세를 이어간 이유는 미국 CPI의 증가율이 꺾였기 때문이다. 당초 가상화폐 시장은 CPI를 앞두고 긴장 상태에 접어들었다. CPI가 전년 동월 대비 또 다시 크게 오르면 긴축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기 때문이다. 올해 6월 CPI는 직전 월 대비 상승률(9.1%)이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비트코인 시세도 크게 떨어졌다. 

하지만 10일(현지시간) 발표된 7월 CPI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5% 상승하는데 그쳤다. 시장이 예상했던 8.7% 상승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휘발유 등 에너지 가격이 크게 꺾이자 전체 CPI도 하락했다. 에너지 가격은 전월 대비 4.6% 떨어졌으며 휘발유는 7.7% 급락했다.

CPI가 발표된 직후 미 증시도 일제히 올랐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535.10포인트(1.63%) 올랐으며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장보다 87.77포인트(2.13%) 상승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장보다 360.88포인트(2.89%) 뛰었다. 이에 세 지수 모두 지난 5월 4일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수준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자 시장에선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긴축 정책의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단 기대가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준이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빅스텝’(금리를 한 번에 0.5%포인트 인상)을 할 것이란 전망은 전날(32%)보다 크게 오른 60.5%로 나타났다. 반면 ‘자이언트 스텝’(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전망은 전날 68%에서 이날 39.5%로 급락했다. 

가상화폐 시장에서도 낙관론이 나온다. 스톤X의 유웨이 양 재무분석 이사는 미 경제전문매체 포춘과 인터뷰에서 "약세장에서는 낙관론이 다이아몬드보다 더 소중하다는 말이 있다"며 "우리는 이번 발표에서 희망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긴축 완화를 아직 기대하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인플레를 자극하는 요인이 여전히 남아 있기 때문이다. CPI 상승폭 둔화를 이끈 유가는 변동성이 크다. 게다가 오름세가 이어지는 식료품과 주거비가 물가의 흐름을 좌우할 또 다른 변수가 될 수 있단 관측도 나온다. 식료품 가격은 7개월 연속 전달보다 0.9% 이상, 주거비도 6개월 연속 0.5% 이상의 상승세가 이어졌다. 

이에 연준이 연말까지 긴축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있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인 블랙록의 릭 라이더 최고투자책임자는 같은 날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지난달 CPI 상승률은 여전히 우려할 정도로 높은 수준으로 연준이 공격적인 긴축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며 “(연준이) 다음 달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디지털 자산 브로커 글로벌블록의 마커스 소티리어스 시장 분석가는 "미 연방준비제도는 여전히 통화긴축 정책을 펼치고 있고 인플레이션 수준 역시 여전히 높기 때문에 현재 시장 반전을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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