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비 확대했지만 상반기 신계약 실적 급감
사모펀드가 대주주라 사업비 확대도 어려운 상황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롯데손해보험이 올해 상반기 양호한 실적을 거뒀지만 보장성보험 실적은 급감해 성장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내년에 도입될 새 회계제도(IFRS17) 아래서 이익을 늘리기 위해선 보장성보험을 최대한 확대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영업 강화를 위해 사업비를 크게 늘렸는데도 실적이 감소했다. 사모펀드가 최대주주인 롯데손보는 추가로 비용 지출을 크게 늘리기 어려운 상황이기에 당분간 보험영업에 대한 고민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475억원으로 1년 전 같은 기간(768억원)과 비교해 38.1% 줄었다. 실적 자체는 줄었지만 지난해 발생한 일회성 요인인 사옥매각 관련 이익을 고려하면 경상이익은 오히려 늘었다. 롯데손보는 지난해 1분기 서울 남창동 본사 사옥을 팔아 544억원의 이익을 거둔 바 있다.
하지만 보험영업은 부진에 빠진 것으로 분석된다. 미래 성장에 있어 핵심 사업인 장기 보장성 보험의 신계약 실적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보장성보험의 신계약 실적은 113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14.5% 급감했다. 분기별로 봐도 감소세다. 2분기 보장성보험 신계약 실적(61억원)은 직전 분기 대비 7.1% 줄었다.
업계에선 롯데손보가 장기 보장성보험 시장에서 밀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보험업계에선 보장성보험 확보를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IFRS17 체제에선 보험사들이 보장성보험을 많이 확보할수록 이익이 늘어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특히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여야 하는 생명보험사들은 보장성보험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이에 생보사와 손보사 모두 판매가 가능한 제3보험 시장은 각축장이 됐다.
롯데손보는 향후 더 성장하기 위해선 보장성보험 실적을 끌어올리는 것이 다른 보험사들보다 중요성이 더 크다. 롯데손보는 특별 계정으로 따로 분류되는 퇴직연금 비중이 크게 높은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3월 말 퇴직연금(특별계정) 자산은 약 7조3000억원으로 총 자산 가운데 45%를 차지한다. 반면 일반·보장성·자동차보험 등을 통해 얻는 원수보험료는 지난해 2조원이 조금 넘게 거두는데 그쳤다. 자산 규모가 비슷한 한화손해보험의 원수보험료는 롯데손보의 두 배가 넘는다.
문제는 롯데손보가 영업을 강화하기 위해 비용 지출을 크게 늘렸는데도 결과가 부진했다는 점이다. 올 상반기 롯데손보가 보장성보험에 지출한 사업비는 2020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9.3% 급증했다. 격화된 보장성보험 경쟁에서 우위를 확보하기 위한 선택이다. 특히 롯데손보는 보장성보험에 대한 경쟁력이 크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 사업비를 늘리는 것은 필연적이다. 사업비는 설계사 수당, 판매촉진비, 점포운영비, 직원급여, 수금비용 등 보험 영업에 투입되는 비용을 말한다.
더구나 롯데손보는 보장성보험 영업 강화를 위해 사업비를 추가로 대폭 늘리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회사의 주인이 사모펀드인 JKL파트너스이기 때문이다. JKL파트너스는 롯데손보의 가치를 최대한 끌어올려 재매각해야 한다. 이를 위해선 당장 당기순익이 늘어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한 후 장기적인 관점 아래 사업에 대규모 투자를 하기 보단 비용 감축에 집중하는 이유다.
최근 롯데손보가 퇴직연금 사업에 다시 집중하기로 전략을 선회한 점도 이러한 고민으로부터 비롯된 것이라 해석이 나온다. 당초 JKL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2019년 롯데손보는 퇴직연금 비중을 줄이고 보장성보험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올해 2월 퇴직연금팀을 그룹으로 격상시키는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퇴직연금 규모도 지난해 직전 연도 대비 31% 급증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장기 보장성보험의 경우 올해 상반기 신계약 실적은 줄었지만 과거 계약에 따른 보험료를 포함한 실적인 원수보험료는 늘었다"라며 "앞으로도 보장성보험의 원수보험료 규모를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