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7월 말 상승폭 0.32%에서 올해 같은기간은 –0.06%로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 경고성 발언대로···매수시점 대비 집값 하락·이자부담 상승·물량투하 우려까지 삼중고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수년 간 가파르게 이어져 온 집값 상승에 부담을 느끼고 지난해 3분기 수도권에 내 집을 마련한 이들의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집값이 역대 최고점을 찍었는데 지금은 찬물을 끼얹은 듯 차갑게 식어버린 영향이다. 일부 매수자는 매수시점 대비 집값이 억대로 하락했고 대출이자 부담은 상승한데다, 물량투하 우려까지 떠안는 등 삼중고에 처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과 1년 전인 지난해 여름 주택시장 분위기는 대조를 이룬다. 당시 홍남기 전 경제부총리는 지난해 6월 30일과 7월 28일 두 차례에 거쳐 시장에 경고성 발언을 내놓았다. 그는 “과도한 레버리지가 주택가격 하방 리스크로 작용해 주택가격의 일정 부분이 조정될 여지가 있고, 기준금리 인상이 유동성 유입을 둔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시장은 집값 하락 경고성 발언을 비웃기라도 하듯 치솟았다. 지난해 7월 말 기준 수도권 주간 아파트 가격동향을 보면 직전 주 대비 0.32% 상승하며 한국부동산원이 주간 통계작성을 시작한 2012년 5월 이후 9년여 만에 최고 상승률 기록을 새로 썼다.
1년 뒤인 지금 주택시장은 홍 전 부총리 말대로 흘러가고 있다. 올해 7월 말 기준 수도권 집값 변동을 보면 상승폭이 둔화된 것을 넘어 전 주 대비 0.06% 하락했다. 하락폭은 날이 갈수록 커지다보니 상당수 단지는 지난해 3분기 매매가격 대비 집값이 큰 폭으로 낮아졌다.
지난해 전국에서 가장 큰 폭으로 집값이 상승한 인천의 경우, 연수구 송도동 더샵마스터뷰21블록 전용 84㎡가 고점 대비 3억4000만원 하락한 가격에 거래됐다. 지난해 9월에는 11억9000만원에 손바뀜 됐는데, 지난달 21일에는 8억5000만원에 실거래되며 집값이 29% 빠졌다.
수원 역시 마찬가지다. 지역 대장주로 꼽히는 힐스테이트 광교 전용 128㎡가 지난해 8월 18억5000만원 거래됐지만 지난달 4일에는 2억5000만원 낮은 16억원에 거래됐다. 시흥배곧동에 있는 한라비발디2차 전용 98㎡ 역시 지난달 중순 5억원에 거래됐는데, 이는 지난해 10월 5억9000만원 대비 1억 가까이 낮아진 값이다. 유동성 유입이 둔화된다는 말도 맞았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6월 3942건이던 매매거래량은 올해 6월 1075건으로 72.7%나 뚝 떨어졌다.
집값이 매수시점 대비 낮아진 것은 물론 금리인상에 따라 대출이자 부담도 대출을 일으키던 시점보다 커졌다. 미국의 두 차례 연속 자이언트스텝에 이어 지난달 한국은행의 사상 첫 빅스텝으로 시장금리가 치솟으면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고금리가 다시 6% 돌파를 앞둔 상황이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 등 4대은행의 신규 코픽스 기준 변동형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92~5.95%다.
여기에 공급물량 투하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당초 오늘로 예정됐던 윤 정부의 첫 부동산 공급대책에선 수도권 역세권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완화하는 고밀개발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민간 주도의 공급확대책으로 안전진단완화,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규제 완화 등도 발표될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3분기 인천 청라에 집을 산 직장인 A씨는 “대출을 4억원 가량 받았는데 주담대 금리가 4%대다 보니 대출로 인해 나가는 돈만해도 매달 170만원이 넘는다”며 “지난해 집을 산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달 초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투기과열지구 추가 해제 계획을 밝힌데 따라 앞으로 수도권의 내집마련 문턱도 이전보다 너 낮아질 전망이다. 규제지역에서 벗어나면 청약요건 완화 및 대출한도 증가 등이 가능해지는 영향이다.
시장 관계자들은 집값 조정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연구원이 중개업소 2338곳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전국 집값 전망에 대해 ‘다소 하락할 것’이라는 응답이 53.4%, ‘크게 하락할 것’이 4.2%를 기록하는 등 하락을 예측한 응답자가 전체의 57.6%로 나타났다. 특히 인천의 경우 집값 하락을 점친 중개업소가 각각 전체의 76.6%로 80%에 육박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은 물론이고 전국 주택시장에 당장은 상승 모멘텀이 없다”면서 “공급대책 발표도 시장에 상승과 같은 큰 변화를 주기는 어렵다. 대선 때도 정비사업 규제 완화 이슈로 반짝 반등하다 다시 하락한 만큼, 이번 규제완화 대책도 급락세를 진정시키는 정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