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붕해정 출시 직전 양사 경영진, 의견 교환···수수료율 관련, 종근당 입장 주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종근당은 왜 HK이노엔의 케이캡 구강붕해정 공동판매 제안을 사양했을까?”  

알려진 대로 HK이노엔은 지난 5월 1일부터 케이캡 구강붕해정을 판매하고 있다. 자체 영업망을 통해 진행하는 것이다. 당초 지난 2019년 3월 HK이노엔이 케이캡을 출시했을 당시부터 종근당과 공동판매를 진행한 것을 감안하면 이해가 가지 않는 대목이다. 이에 기자는 지난 5월 초순부터 당초 예상이나 관행과 달리 HK이노엔이 케이캡 구강붕해정을 단독으로 판매한 원인을 알아봤다. 취재라고 하기에는 다소 거창하지만 틈나는 대로 시간을 내서 구체적 정황을 파악하려 한 것이다. 이에 일부 정황은 알아냈지만 오히려 혼란이 가중되기도 했다.  

우선 HK이노엔과 종근당의 케이캡 판매 방식부터 체크했다. 우리가 통상 공동판매나 다른 용어를 혼용해 사용하지만 정확히는 HK이노엔이 종근당에 케이캡 독점 유통권을 제공했다. HK이노엔이 생산한 케이캡을 종근당에 판매하면 종근당은 의료기관이나 도매업소에 납품하는 방식이다. 물론 영업은 공동으로 진행한다.

이같은 체크를 전제로 기자가 알아낸 내용은 많지는 않다. 당초 관행대로 HK이노엔은 케이캡 구강붕해정 출시를 앞두고 종근당에 공동판매를 제안했다. 그런데 HK이노엔 입장에서는 당황스럽게 종근당은 이를 사양했다. 이에 HK이노엔은 서둘러 자체 유통망을 통한 판매를 준비했는데 구강붕해정 출시 직전 종근당 경영진이 이노엔 경영진에 연락을 취해 공동판매 입장을 전달했다. HK이노엔은 이미 단독 유통 준비를 마친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이를 사양했다. 결국 5월 초 구강붕해정 공급이 시작됐다.  

이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종근당은 경영진에 대한 보고 없이 중간 관리자 차원에서 케이캡 구강붕해정 공동판매 제안을 사양한 것인지 확인이 쉽지 않다. 물론 경영진이 보고를 받았지만 케이캡 구강붕해정 관련 내용을 소홀히 했다가 나중에 발견했을 가능성도 있다. 종근당 경영진도 사람인데 실수 가능성은 있다. 반면 케이캡 구강붕해정 출시 직전 종근당 경영진 연락이 HK이노엔 경영진에 대한 예우와 배려 차원일 가능성도 있다.

어떤 경우든 종근당 측에서 케이캡 구강분해정 매출에 대해 소극적으로 평가했을 가능성이 있다. 다른 측면 해석도 가능하다. HK이노엔이 지난 2019년 1월 종근당과 케이캡 공동판매 계약을 체결했을 당시 높은 수수료율을 약속했지만 케이캡이 블록버스터가 된 상황에서 내년 말로 알려진 계약 연장 협상에서 이노엔은 현재보다 낮은 수수료율을 제시할 것이란 전망이다. 결국 그같은 상황을 염두에 둔 종근당이 순차적으로 케이캡 판매에서 발을 빼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 모든 분석은 제약 영업에 관심을 갖고 있고 제약업계에 통달한 전문가라면 상당히 흥미를 갖고 파헤칠만한 중대 사안이다. 하지만 평범한 머리를 갖고 있는 기자는 좀 더 시간을 갖고 추가취재를 통해 확인할 사항이 적지 않다. 기자가 지난주 만난 한 전직 제약사 임원은 30년 넘게 제약업계에 있으면서 경험한 뒷 이야기를 재미있게 들려줬다. “이 기자, 제약사 영업은 정치인 권모술수를 능가해. 그 이야기를 다 모으면 잘 팔리는 책이 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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