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 위축으로 6월부터 신규 패널 주문 중단
올해 TV 출하량 3600만~3700만대 예상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자가 TV 소비심리 악화로 올해 액정표시장치(LCD) 패널 구매량을 전년 대비 15% 이상 줄일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TV 재고량 조절을 위해 지난 6월 패널 구매를 일시 중단했고 3분기에도 재고 관리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의 올해 TV 출하량은 3000만대 중후반을 기록하면서 전년보다 10% 이상 감소할 전망이다.
9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TV용 LCD 패널 구매량은 4000만대 이하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LCD 패널 구매량은 4800만대다.
앞서 옴디아는 올초 삼성전자의 LCD 패널 물량을 5300만대 수준으로 전망한 바 있다. 최근 전자업계 예상치는 옴디아 연초 예상보다 약 25% 줄어든 수치다. 삼성전자의 TV 라인업은 지난 4월부터 판매를 시작한 퀀텀닷 유기발광다이오드(QD-OLED) 제품을 제외하면 전량이 LCD 패널을 활용한 TV로 구성돼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류난이 심화되면서 안전 재고 확보를 위해 삼성전자가 올해 패널 구매량을 늘릴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고 있다. 또 LCD 패널가가 하락세에 접어든 점도 패널 물량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들어 시장이 급변하면서 재고가 급증했고, 결국 주문량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고 분석했다.
TV 시황은 지난 2분기부터 악화됐다. 글로벌 인플레이션(물가 상승)과 금리 인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수요가 급속히 위축됐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TV 출하량을 2억200만대로 전망하면서 물량이 2억대 이하로 떨어질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2억대 선이 붕괴한다면 2010년대 이후 최소 출하량을 기록하게 된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지난 6월 디스플레이 업체들에게 패널 주문 일시 중단을 통보한 것으로 파악된다. 삼성전자가 LCD 패널을 구매하는 BOE, CSOT, AUO, 이노룩스 등 중화권 업체들이 대상이다.
이같은 기조는 3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TV 재고량은 10주 이상으로 통상적인 수준보다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플라이체인컨설턴트(DSC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패널 신규 주문 중단에도 불구하고 2분기까지 쌓인 재고가 20억달러(약 2조6100억원) 이상으로 많다. 3분기에도 패널 구매 중단 연장을 통한 강도 높은 재고 조정에 나설 수밖에 없단 관측이다.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TV 출하량도 3600만~3700만대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 추산하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TV 출하량은 4200만대 수준으로 전년 대비 최소 10% 이상 감소한단 분석이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TV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량품을 감안하면 패널량은 완제품보다 10%가량 여유가 있어야 한다”며 “삼성전자의 올해 패널 물량이 4000만대 밑으로 떨어지면 TV 출하량은 3000만대 중후반 수준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패널 재고 조정에 나서면서 중화권 패널업체들도 LCD 생산 라인 가동률을 큰 폭으로 조정하는 추세다. BOE의 경우 중국에 위치한 8.6세대와 10.5세대 공장 감산에 돌입했고, CSOT도 6월부터 65인치와 75인치 TV용 LCD 패널 생산량을 줄이는 중이다. 이노룩스는 TV용 LCD 생산 라인을 IT용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주문량 축소에 대응하고 있다.
패널업체들의 감산이 시작됐지만, 삼성전자를 비롯한 세트업체들의 적극적인 재고 조정 움직임으로 LCD 수급 불균형은 내년까지 해소되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DSCC는 3분기 들어 판가 하락세가 둔화되고 있다면서도 내년에도 가격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