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불확실성 커지자 올 초부터 집중 매도
하반기 전망 어두워···추가 매도 가능성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국내 주가 시장의 ‘큰 손’ 국민연금공단이 건설주를 내다 팔고 있다. 올 초부터 GS건설과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등 일부 대형 건설사의 주식 보유 비중을 줄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상과 원자잿값 상승 등으로 건설업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주가가 급락하자 추가 손실폭을 제어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의 GS건설 지분 비율은 지난달 말 기준 11.33%를 기록했다. 직전월 대비 0.75%(64만3357주) 포인트 줄어든 것으로 종가 2만9800원을 단순 대입하면 192억원어치를 팔아치운 셈이다. 국민연금공단은 2분기부터 GS건설 지분을 처분해 왔다. 지분율은 3월 말 13.0%(1116만9693주)였지만 ▲4월 말 12.58%(1076만7933주) ▲5월 말 12.31%(1053만4464주) ▲6월 말 12.08%(1033만7046주) 등으로 줄었다. 지난 3월 말과 비교하면 1.67%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DL이앤씨의 주식도 처분했다. 국민연금공단의 지분율은 7월 말 기준 10.48%(449만8285주)로 한달 전인 6월 30일의 10.87%(466만7060주)보다 0.9%포인트 줄었다. 지난 2월 말 지분율(12.25%∙263만513주)과 비교하면 1.77%포인트 떨어졌다. 다만 DL이앤씨가 4월 100%의 무상증자를 진행하면서 보유한 주식수는 449만8285주까지 늘었다.
HDC현대산업개발도 지분 축소가 두드러졌다. 국민연금공단이 보유한 주식수는 지난해 11월 824만1873주에서 지난 1월 26일 494만3005주로 절반 가량 줄었다.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공사 현장 붕괴사고 이후 주가가 급하게 하락하자 집중 매도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에도 66만주를 팔아치우며 지분율은 6.5%(428만2786주)까지 떨어졌다.
국민연금공단이 건설사 주식 매도에 나선 건 건설업황의 불확실성이 여전해서다. 금리 인상과 원자잿값 상승, 미분양 증가 등의 여파로 주택경기가 빠르게 식으면서 보유비중이 큰 건설사들의 주식을 팔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사들은 신사업 등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 주택사업 비중이 큰 상황이다. 기대가 컸던 윤석열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가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건설주를 처분한 요인으로 꼽힌다.
하반기에도 건설업에 대한 전망이 밝지 않은 만큼 국민연금공단의 추가 매도 가능성은 남아있다. 이세련 이베스트증권 연구원은 “고름리에 따른 수요 위축으로 주택부문 성장 지표인 분양 성과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며 “원자재 가격 상승과 수요 위축에 따른 조합원들의 분양가 설정이 분양 성패의 큰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공급 확대 정책 목표에 따른 규제 완화 기조는 긍정적이나 실제 실행이 이뤄질지 따져봐야 한다”며 “앞으로 부동산 가격과 신사업, 해외수주 확대 등 포트폴리오 다변화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