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로 국채 10년물에 이어 3년물도 급락
IFRS17 아래선 금리 하락은 재무건전성에 부담
자본성증권 발행에 따른 '역마진' 우려도 걱정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시장금리 급등으로 몸살을 앓던 보험사들이 이제는 금리 하락에 예의주시 하고 있다. 최근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시장금리가 내림세로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새 회계제도(IFRS17) 아래선 시장금리가 내려가면 보험 부채가 늘어 재무건전성도 그만큼 악화되기에 보험사들도 금리 하락에 대비한다는 입장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오후 3.13% 선에거 거래됐다. 전장 대비 올랐지만 올해 고점이었던 지난 6월17일(3.745%)에 비해 약 16% 하락한 수준이다. 3년물은 국내 국고채 가운데 가장 많이 거래되고 있어 시장금리 수준을 나타내는 지표로 통한다. 시장에선 올해 남은 기간에도 하락세가 이어져 2%대로 접어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연이은 기준금리 인상과 반대되는 행보다. 특히 3년물 등 단기물의 금리는 기준금리의 움직임과 함께가는 경우가 많다. 국고채 3년물 금리가 내림세로 전환되는 이유는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경제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면 투자자들은 안전자산인 국채 투자로 몰려 국채 금리는 하락하게 된다. 
 
보험사들의 투자자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장기 국고채의 하락세는 더 가팔랐다. 지난 6월 17일 고점(3.795%)을 찍은 후 급격한 우하향 곡선을 그린 후 이달 2일 3.088%까지 하락했다. 이에 3년물과 10년물의 금리 차이도 크게 줄었다. 올해 초만 해도 격차는 0.47%포인트에 달했지만 이달 5일 0.045%포인트까지 감소했다. 시장에선 장단기 금리 역전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장단기 금리 역전 현상은 경기침체의 대표적인 신호다. 

보험사들은 얼마 전까진 금리가 크게 올라 고생했는데 이제는 다시 금리 하락을 신경 써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보험사들은 올해 금리 급등으로 현행 지급여력비율(RBC)이 크게 하락한 바 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금융당국이 관련 제도를 완화해줘 보험사들은 RBC를 겨우 끌어올릴 수 있었다. 

내년에 도입될 IFRS17은 보험부채를 시가 평가(현재가치)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새 제도 아래선 시장금리가 하락하면 부채가 늘어나 보험사들의 재무건전성을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제로금리’가 이어진 지난 2년간 보험사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 이유다. 보험 부채를 시가 평가하는데 있어 관건은 할인율이다. 할인율이 내려가면 보험 부채는 늘어난다. 시장금리는 당국이 정하는 제도금리(장기선도금리)와 함께 할인율을 결정하는 핵심 지표이기에 시장금리 하락은 보험부채 증가를 초래하는 것이다. 

자료=금융투자협회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물론 현재 시중금리의 수준은 저금리 경향이 이어진 과거 2년 동안 보다는 높은 수준이기에 아직 여력은 있다는 것이 보험사들의 입장이다. 더구나 보험사들은 RBC 급락 사태 속에서 대규모로 자본을 늘렸기에 새 제도 도입에 따른 부담은 많이 줄었다는 평가도 있다. 보험사들은 올해만 5조원이 넘는 규모로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다. 

하지만 생명보험사들의 경우 상품 구조 특성 상 보험 부채(책임 준비금) 적립에 대한 부담이 크기에 금리 하락에 더 신경을 써야하는 입장이라는 평가다. 특히 대형 생보사들은 과거 고금리 확정형 상품을 대거 팔았기에 금리 하락으로 인한 충격은 큰 편이다. 작년 말 삼성생명의 전체 책임준비금 가운데 고정금리형 상품의 비중은 38%였는데, 이 계약의 평균 부담 이율은 6.8%에 달했다. 한화생명도 지난해 말 부담이율 6%를 넘기는 계약의 비중은 24%를 기록했다. 

여기에 금융당국이 제도금리를 하향 조정한 점도 부담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공시를 통해 장기선도금리를 기존 4.95%에서 4.80%로 0.15%포인트 낮춰 적용한다고 밝혔다. 시장금리 하락과 함께 제도금리도 내려가면 당초 보험사들이 예상했던 부담보다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와 함께 금리 하락은 자본성증권 발행에 따른 이자부담도 키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험사들은 올해 RBC가 크게 하락하자 눈물을 머금고 연 5%대의 고금리에도 자본성 증권을 대규모로 발행했다. 그런데 최근 금리가 내림세로 돌아서면서 보험사들은 '역마진' 상황에 빠질 가능성이 커졌다. 자본성증권으로 조달한 금액으로 거둘수 있는 투자 수익률이 금리 하락으로 떨어질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금리가 다시 하락하고 있어 보험사들은 이에 대해서도 계속 주의깊게 관찰하고 있다"라며 "건전성 측면에선 과거 제로금리 당시보단 아직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지만 최근 금융시장이 워낙 변동성이 커 대비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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