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가 낮추고 공모물량 20% 줄여서라도 상장할지 논의중
컬리 등 후속 대형 IPO도 차질 가능성···유니콘에 부는 찬바람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기업공개(IPO)에 나선 차량공유업체 쏘카가 희망공모가에도 못 미치는 낮은 공모가에도 상장을 강행할 지 여부를 놓고 고심 중이다. 수요예측 부진에 당초 계획했던 공모금액은 축소가 불가피하다.
쏘카 상장 여부는 올해 하반기 국내 IPO시장의 중요한 변곡점이 될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쏘카 상장이 철회된다면 컬리 등 다른 IPO대어들의 상장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 쏘카, 상장 강행 놓고 ‘고심’
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쏘카는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 이하로 낮추고 공모물량을 줄이되 상장을 강행하는 방향으로 기관투자가들과 협의하고 있다.
쏘카 상장주관사단 관계자는 “당초 계획했던 공모 물량을 20%가량 줄이고 공모가도 희망공모가범위 이하로 상장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상장 강행 여부 및 구체적인 공모가, 공모물량은 9일 결정되고 당일 오후 공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쏘카는 지난 4~5일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쏘카가 제시한 희망공모가범위는 3만4000~4만5000원, 총 공모주식수는 455만주였다. 희망공모가범위 기준 공모예정금액은 1547억~2048억원이고 상장 후 시가총액은 1조2046억~1조5944억원이다.
하지만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100 대 1을 밑도는 등 부진한 결과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상당수의 기관들이 희망공모가범위를 밑도는 공모가를 제시했다. 현재 상장주관사단은 쏘카와 기관 양측을 상대로 적정 공모가를 협의 중인데 2만원대 중후반이 유력하다고 전해진다.
쏘카가 수요예측 부진에도 9일 상장을 최종 결정한다면 일반투자자 대상 공모청약은 10~11일 진행된다.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과 공동주관사인 삼성증권, 인수단으로 참여한 유안타증권에서 청약이 가능하다.
◇ 후속 IPO대어 상장도 ‘먹구름’
올해 1월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한 이후 유가증권시장 상장에 도전했던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원스토어, 태림페이퍼, 교보생명, 현대오일뱅크, CJ올리브영 등은 차가운 시장 반응에 대부분 상장을 철회했다.
대형 IPO가 줄줄이 무산되고 있는 가운데 이달 1일 올해 유가증권시장에 두 번째로 상장한 수산인더스트리도 겨우 상장에 성공했다. 수산인더스트리는 수요예측에서 130.4대 1의 경쟁률에 그치며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3만5000~4만3100원) 최하단인 3만5000원으로 결정해야 했다.
IPO 빙하기 속에서 쏘카는 IPO 흥행을 위해 모든 카드를 동원했다. 구주매출 없이 100% 신주모집에 기존 주주들이 대거 보호예수를 내걸면서 상장 후 유통물량이 전체 주식의 16.28%(547만6218주)에 불과하다. WCP 등 다른 대형 IPO와 일정이 겹치지 않게 수요예측과 공모청약 일정까지 조정했다.
쏘카가 이러한 노력에도 상장에 실패한다면 현재 한국거래소에서 유가증권시장 상장예비심사를 받고 있는 컬리와 케이뱅크, 바이오노트, 골프존카운티의 상장 계획에도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업계는 바라본다. 이번 쏘카 IPO가 올해 하반기 IPO 시장의 최대 변곡점이라고 평가받는 이유다.
쏘카 IPO가 실패하면 국내 유니콘 기업에 대한 평가 역시 급속도로 냉각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국내 유니콘 기업들은 투자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토스를 운영하는 비바리퍼블리카는 최근 목표했던 1조원 투자 대신 3000억원 투자유치에 그쳤고 인정받은 기업가치도 지난해 6월 당시 8조2000억원과 큰 차이가 없는 8조5000억원에 불과했다.
쏘카의 경우 올해 3월 롯데렌탈이 기존 쏘카 주주였던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386만6075주를 매입할 당시 주당 단가는 4만5172원이었다. 쏘카가 2만원대 중후반 공모가에도 상장한다면 반년 만에 기업가치가 사실상 반토막나는 굴욕을 겪는 셈이다.
김수현 DS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높은 가격으로 투자유치 이력이 있어 유니콘들이 상장에 난항을 겪고 있다”며 “쏘카의 상장 과정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