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카드, 2억 유로 규모 해외 ABS 발행
신한·삼성·롯데카드도 올해 ABS 발행 나서
자금조달 수단 다각화 일환으로 ABS 발행 이어질듯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카드사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인 카드채 금리가 올해 들어 급격히 상승하면서 카드사들의 조달비용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이에 자산유동화증권(ABS) 발행을 하는 카드사들이 속속 나타나면서 상대적으로 조달비용 부담이 적은 ABS 발행이 카드채의 대안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약 2억 유로(한화 약 2618억원) 규모의 해외 ABS를 발행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우리카드는 국내 조달 대비 유리한 조건으로 자금 조달에 성공하면서 카드채 발행 부담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해외 ABS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채권으로 발행됐으며 조달된 자금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영세·중소상공인의 카드결제 대금 지급 시기를 앞당겨 정산하는 등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해 활용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발행으로 카드채 발행 부담을 줄였고 향후에도 조달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카드 외 여타 카드사들 역시 ABS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앞서 삼성카드는 지난 2월과 5월에 두 차례에 걸쳐 각각 2억8000만 유로, 3억 달러 규모의 해외 ABS를 발행한 바 있다. 신한카드는 지난 4월 4000억원 규모의 국내 ABS를 발행했으며, 롯데카드 역시 지난 3월 4000억원의 ABS를 발행한 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3000억원 규모의 ABS를 발행했다.
ABS는 자산을 근거로 발행된 증권으로 카드사의 경우 주로 매출채권을 담보로 발행된다. 자산을 담보로 하는 증권인만큼 자산 가치가 보증돼 있기 때문에 카드채에 비해 발행금리가 낮아 조달비용 절감에 유리하다. 실제로 롯데카드가 최근 발행한 3000억원 규모의 ABS 금리는 3.53%였다. ‘AA+’ 등급 3년물 카드채 발행금리는 이미 6월에 4%를 넘어서 현재 4% 중반대에 다다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비교적 낮은 수준이다.
기준금리 인상으로 카드채 금리는 올해 상반기에만 2배 가까이 올랐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전날 기준 카드채 ‘AA+’ 등급 3년물 금리는 4.325%로 집계됐다. 지난 1월 말 당시 카드채 AA+ 3년물 금리가 2.750%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반년 남짓 만에 1.5%포인트 이상 증가한 셈이다. 카드채는 카드사들의 주요 자금조달 수단으로 꼽힌다.
이에 카드사들은 조달비용 부담을 줄이고자 자금조달 수단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올해 들어 ABS 발행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 역시 그 일환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카드사를 비롯한 여신전문금융회사의 ABS 발행액은 올해 상반기 기준 3조8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조3000억원)보다 5000억원 증가했다.
ABS 발행액이 늘어난 반면 카드채 발행규모는 줄어들었다. 올해 상반기 기준 7개 전업계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가 발행한 카드채는 총 1조140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6900억원) 대비 57.6% 감소했다. 1년 새 카드채 발행규모가 절반 이상 급감한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들어 ABS 발행이 증가한 것은 카드사들이 카드채 외 다른 조달 수단의 비중을 늘리기 위한 차원”이라며 “카드채 금리 상승으로 조달비용이 늘어남에 따라 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조달 창구를 다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시장금리 상승으로 카드채의 조달비용이 커지고 있기 때문에 카드채 위주로 자금조달을 할 경우 카드사의 수익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며 “카드사들이 조달비용을 낮출 수 있는 발행수단을 적극 검토하면서 향후에도 ABS 발행 움직임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