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구파’ 강도태 전 차관, 건보공단 이사장 활동···‘정치적’ 양성일 전 차관, 고대 교수 임용
[시사저널e=이상구 의약전문기자] 정무직 수행 등 복합적 사유로 보건복지부를 떠난 행정고시 35회 관료 출신들 거취가 주목된다. 특히 강도태 전 제2차관과 양성일 전 제1차관은 대조적 업무스타일과 성격이 현재 거취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
6일 복지부와 유관기관에 따르면 복지부에 소속된 행시 출신 관료의 최고참 선배는 조규홍 제1차관이다. 행시 32회인 그는 기획재정부 출신이다. 이어 34회는 박금렬 첨단의료지원관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사무처에 파견돼 근무하는 장재혁 국장이다. 35회는 이미 복지부 차관을 역임한 후 민간인이 됐다.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과 양성일 고려대학교 보건대학원 특임교수다. 관가 관계자는 “행시 기수별로 다양한 특징이 있지만 선배들도 공직에 있는데 차관을 역임하고 공무원을 그만둔 사례는 흔치 않다”며 “개인별 능력 유무라기보다는 정치적 변수 등 복합적 사유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중 행시 35회 동기 강도태 이사장과 양성일 교수는 여러 측면에서 분석할 특징을 갖고 있는 인물이다. 우선 1970년생 강 이사장은 경남 진주 출신이다. 서울 면목고와 고려대 무역학과(86학번)를 졸업한 후 행시에 합격, 복지부와 인연을 맺었다. 건강보험정책국장과 보건의료정책관, 보건의료정책실장, 기획조정실장 등을 역임한 후 지난 2020년 9월 복지부에 보건의료 담당으로 신설된 제2차관에 부임, 코로나19 대응 업무 등을 진행했다. 지난해 9월 공직에서 물러난 후 3개월 휴식을 취하다가 같은 해 12월 제9대 건보공단 이사장에 취임했다. 관가 관계자는 “외부에서는 복지부 실장 중 선임인 기조실장 파워가 강하다고 판단하지만 최근 10년간 기조실장도 차관 승진에서 탈락한 사례가 있다”며 “반면 수년간 권덕철(행시 31회)→김강립(33회)→강도태(35회)→이기일(37회)로 이어지는 보건의료실장 라인은 차관 승진에서 떨어진 적이 없고 장관까지 했으니 사실상 기조실장을 능가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1967년생으로 서울에서 태어나 장충고를 졸업했지만 부모가 모두 호남 출신이어서 범호남인맥으로 분류된다. 서울대 사회복지학과(재수 87학번)를 졸업한 그는 복지부에서 보건산업정책팀장과 장관비서관, 인사과장, 국제협력관, 첨단의료복합단지조성사업단장, 대변인, 연금정책국장, 장애인정책국장, 건강정책국장, 보건산업정책국장, 인구정책실장, 사회복지정책실장, 기조실장을 역임했다. 지난 5월 복지부 제1차관에서 물러나 야인이 된 그는 6월 하순 고대 보건대학원 특임교수로 임용됐다. 고대에 따르면 양 교수는 오는 2023년 6월까지 강의 및 연구지원, 자문 역할 등을 수행한다. 관가 관계자는 “양 교수는 꾀돌이 등 별명이 많고 표현이 어려울 정도로 실력이 탁월한 사람”이라며 “순발력이 우수하고 각종 현안에 신속하게 대처하는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 이사장과 양 교수는 행시 동기지만 공통점은 거의 없다는 지적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혈연과 지연, 학연은 물론 성격에서도 두 사람은 공통점이 전혀 없다”며 “강 이사장은 정책을 분석하고 공부하는 학자 스타일이어서 차관 재직 시절 보건의료 행사 참석을 당시 이기일 보건의료실장에 지시하면 정치적인 이 실장은 대신 행사에 가곤 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반면 정치적인 양 교수는 행사 참석을 선호했고 음주를 좋아했지만 코로나 확산 등 사유로 공직 생활 마지막에는 절제했다”며 “당시 성향이 교수 임용으로 이어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최근 복지부 유관기관장인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에 대한 인선 절차가 진행 중이고 한국보건산업진흥원장 역시 공석이어서 양 교수가 하마평에 올라 있는 상황이다. 공교롭게 그는 2개 기관을 각각 관할하는 국장급 보직 연금국장과 보건산업국장을 수행한 경력이 있다. 양 교수 부인이며 역시 행시 35회인 박미자 전 대통령비서실 기후환경비서관 거취도 주목된다. 관가 관계자는 “당초 지난 1992년 복지부에서 함께 공직을 시작한 양 교수와 박 전 비서관이 결혼한 후 박 비서관은 환경부 행을 선택했다”고 전했다.
박 비서관은 환경부에서 물환경정책국장과 새만금지방환경청장, 주중화인민공화국대사관 공사참사관, 원주지방환경청장, 4대강조사평가단장을 역임한 후 지난해 12월 청와대에 입성, 문재인 정부 마지막 기후환경비서관으로 활동했다. 그는 전북 부안여고와 건국대 행정학과를 졸업한 후 미 인디애나대에서 환경정책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건대 행정학과 출신 이기일 복지부 제2차관과 동문이다. 하지만 그는 지난달 중순 단행된 환경부 실장급 인사에 포함되지 않았다. 이에 명예퇴직설이 돌았지만 환경부는 개인적 일이라며 명퇴설에 대한 확인을 유보했다. 관가 관계자는 “행시 출신은 우수한 전문인력인데 3명의 35회는 한참 더 일할 인재”라며 “향후 정부 기관장 인사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