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새 1000억원 넘는 설정액 증가 보여···여타 지역 펀드와 대조적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자금 유입 평가···향후 성과 역시 환율에 달려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일본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가 최근 한 달 동안 자금 몰이를 하고 있다. 해외 지역에 투자하는 다수 펀드들이 설정액 순유출을 보이는 것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엔화 가치 하락에 따른 투자 수요가 일본 ETF(상장지수펀드)에 몰린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본 증시도 상승 흐름을 보인 가운데 환율 움직임이 향후 성과를 가를 주요 요인으로 지목된다.

5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일본 펀드에 최근 한 달 동안 1021억원의 자금이 유입됐다. 이는 해외 지역 펀드 중 가장 많은 자금 유입이다. 같은 선진국 펀드이자 올 들어 가장 많은 자금이 유입됐었던 북미 펀드가 265억원의 자금이 유출됐고 인기 아시아 지역 펀드인 중국에서 409억원의 설정액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된다. 

그동안 일본 펀드가 큰 자금 몰이를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이 같은 움직임이 주목된다. 일본 펀드는 1등 기업과 혁신 기업을 지속적으로 배출하는 미국과 높은 경제 성장성을 보였던 중국과 인도, 베트남 등 신흥국에 밀려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본의 경제 성장률은 1%대로 성장 동력이 다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일본 펀드의 규모 역시 주요 지역 펀드에 밀리는 모습이었다. 일본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의 수는 36개로 인도(24개)와 베트남(22개) 보다 많지만 설정액은 이들에 크게 못 미친다. 일본 펀드의 설정액은 2612억원으로 인도와 베트남 펀드의 설정액인 4391억원, 8662억원 보다 적다. 이마저도 최근 1000억원대 자금 유입으로 늘어난 금액이다.

일본 펀드에 자금이 유입되고 있는 배경으로 엔화의 가치 하락이 꼽힌다. 대신증권은 지난달 22일 보고서를 통해 “환헤지가 되는 일본 레버리지 ETF에는 자금 유입이 뚜렷하게 나오지 않았는데 환율과 별개로 일본 주식시장을 좋게 보는 투자자가 늘었다면 레버리지 ETF에서도 변화가 나타났어야 했다”며 “일본 주식을 긍정적으로 보는 투자자가 늘었다기보다는 24년래 최저 수준을 기록 중인 엔화에 자금이 유입되었다고 볼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달러당 엔화. / 그래프=정승아 디자이너.

엔화 가치는 올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가팔라지면서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올해 초만 하더라도 달러·엔 환율은 달러당 115엔 수준이었지만 전날 기준 132엔으로 14.7% 급등했다. 원·엔 재정환율의 경우 올해 초 100엔당 1030원에서 최근 976원대로 엔화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진 상태다. 이에 환차익을 기대하고 투자자들이 유입됐다는 것이다. 

일본 펀드에 유입된 자금이 좋은 성과를 내기 위해선 엔화의 추가적인 반등 여부가 중요할 전망이다. 최근 한 달 기준 일본 펀드의 수익률은 5.46%로 인도(12.51%), 북미(11.64%), 유럽(6.2%)에 이어 준수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엔화 가치가 바닥을 찍었다는 기대감에 니케이225 지수가 한 달 동안 6% 가까이 상승한 영향이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달 14일 139.2엔을 기록한 이후 최근 132엔 수준으로 내려왔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점은 달러 약세에 따른 달러·엔 환율 하락 요인으로 평가된다. 반면 일본 중앙은행(BOJ)이 아직까진 물가 보다 성장에 방점을 둔 통화 완화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엔화의 강세 전환은 쉽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만일 엔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게 되면 엔화 자산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환손실은 확대될 수 있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경기 침체 우려가 확산됨에 따라 엔화가 안전 통화로서 주목받으면서 상승한 경향도 있다. 이는 그만큼 환율을 움직이는 요인들이 다양하고 복잡하다는 의미”라며 “일본 펀드를 통해 성과를 내는 것 역시 난이도가 있는 만큼 단순히 엔화가 저렴해졌다고 해서 접근하는 것은 자칫 낭패를 볼 수 있는 부분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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