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지주 주가 두달 새 21.45%↓···하나금융 하락폭 가장 커
금리 인상으로 대출 부실 위험 확대
금융당국 ‘이자장사’ 경고도 주가 부진에 영향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금융지주들이 올해 상반기 줄줄이 호실적을 거뒀지만 주가는 여전히 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부실 위험 확대와 금융당국의 규제 여파 등으로 금리 인상기 수혜를 받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된다.
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B·신한·우리·하나금융지주 등 4대 금융지주 주가는 6월에 이어 7월까지도 하락세를 지속했다. 지난 5월 말 대비 4대 금융지주 주가는 이날까지 평균 21.45% 하락했다. 지난 6월 한 달 동안 주가 하락률이 평균 16.77%였던 것과 비교하면 7월에도 하락세가 지속된 것이다.
금융지주별로 살펴보면 하나금융이 25.45%로 두 달 새 하락폭이 가장 컸다. 뒤이어 우리금융이 21.14%, KB금융이 20.61%, 신한금융이 18.58% 등으로 모두 15% 이상 일제히 하락했다.
통상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은행의 예대마진이 늘어나면서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에도 호재로 작용한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4대 금융지주는 은행의 이자수익 증가에 힘입어 호실적을 기록했다.
4대 금융지주의 올해 상반기 연결 당기순이익은 총 8조9648억원으로 전년 동기(8조909억원) 대비 10.8% 늘었다. KB금융은 상반기 2조7566억원의 순익을 올리며 지난해 상반기(2조4743억원)보다 11.4% 성장했으며, 신한금융도 전년 동기(2조4438억원)에서 11.3% 증가한 2조7208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상반기 1조761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전년 동기 대비 24% 급증했다. 하나금융은 1조727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며 지난해 상반기(1조7528억원)보다 1.4% 소폭 감소했으나,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경상적 순이익은 2조1000억원 규모로 전년 수준을 상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상반기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은행주는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금리 인상으로 순이자마진(NIM)이 상승하며 실적이 성장했으나 금리 인상 속도가 예상보다 더 빨라지면서 대출 관련 부실 위험이 확대되고 있는 점이 주가 부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4대 은행의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평균 80%에 달한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가중될 차주들의 규모가 작지 않은 셈이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융지주의 실적 개선은 경쟁 환경 변화, 생산성 제고 등과 같은 펀더멘탈 요인보다는 기준금리 급등에 따른 일시적 요인에 가깝다”며 “그러나 가파른 대출금리 상승은 상당수 대출자를 채무 불이행 위험에 빠뜨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추세대로라면 기존대출자의 평균 대출금리는 하반기 말쯤 4%에 근접, 평균 50% 이상의 이자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며 “이자상환대출 비중이 대다수인 점을 고려해 볼 때 채무불이행 급증은 피할 수 없는 위험”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융당국의 규제 역시 은행주 주가 상승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6월 은행장들과의 간담회에서 은행권의 이자장사를 경고한 바 있다. 또한 지난달에는 금융당국이 금리 정보 공시제도 개편을 통해 은행들의 예대금리차를 매달 비교 공시하도록 했다.
이를 의식한 은행들은 앞다퉈 수신금리를 올리면서 예대금리차를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재 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들의 1년 만기 정기예금 기본금리는 연 3%대로 올라섰으며, 적금 상품 역시 최고 5%대 고금리 상품까지 등장했다. 수신금리 상향으로 예대금리차가 축소되면 은행의 순이자마진(NIM) 상승이 둔화될 우려가 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에도 은행주 전망이 녹록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부실 위험 및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데다가 금융당국의 규제 기조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은 까닭이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경기침체 우려는 당분간 진정되기보다는 확산될 가능성이 높고 규제 우려 또한 일회성이 아닌 장기화될 공산이 크다”며 “은행주 반등에 필수적인 외국인 수급 또한 여전히 순매도인 상태로 아직 순매수 전환이 본격화될 조짐이 없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