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불법 외환거래 의심 7조원 육박···은행들, 대책 마련 ‘뒷북’ 논란
은행들, 이상 거래 의심 건 자체 제출···금감원, 검토 후 검찰·관세청 통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국회사진기자단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7조원에 달하는 ‘은행권 이상 해외 송금’에 대한 정부의 전방위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시중은행에 감시 강화를 주문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들이 제출한 자체 점검 결과를 분석해 불법성은 없었는지 확인하겠다는 입장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해 초 국내 암호화폐 시세가 해외보다 비싸게 형성되는 ‘김치 프리미엄’을 노린 차익 거래가 늘어나자, 같은 해 4월 5대 시중은행 외환 담당 부서장을 상대로 화상회의를 열고 주의를 당부했다.

이는 금감원이 지난해 3월 김치 프리미엄과 관련해 해외 가상자산거래소와 관련된 거래를 파악하는 과정에서 하나은행에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총 3000억원 규모의 이상 외환 거래가 이뤄진 사실을 파악했기 때문이었다.

금감원이 주의를 당부한 대상 은행들은 최근 또 다시 김치 프리미엄 차익 거래로 추정되는 4조1000억원 규모의 이상 외환거래가 신고된 신한은행(2조5000억원)과 우리은행(1조6000억원), NH농협은행, 하나은행, KB국민은행 등이었다.

당시 금감원은 외환거래법상 확인 의무나 자금세탁방지법상 고객 확인제도, 가상자산거래소가 거래금을 안전하게 관리하는지를 확인하는 강화된 고객 확인(EDD) 제도 등을 철저히 준수하라고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이 같은 경고에도 최근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에서 또 이상 해외 송금 사태가 발생했다. 은행들이 외환 송금의 수수료 이익 때문에 내부점검을 소홀이 하는 사이 다시 이상 해외 송금 사태가 발생했다는 게 금융당국 측의 의심이다.

국내 은행들은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송금액이 5000만달러 이상인 외환거래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이상 거래 의심 건 등이 포함된 자료를 지난 29일 금감원에 제출했다. 아울러 자체적으로 이상 외환거래를 선별하는 기준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검토한 뒤 필요하면 검사에 나설 예정이다. 또 이상 외화송금이 확인되는 경우, 관련 내용을 검찰 및 관세청에 통보해 수사에 참고하도록 조치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모든 거래를 이상거래로 단정할 수는 없지만 재산 해외 은닉, 자금 세탁, 은행이나 가상화폐거래소 직원의 연루 가능성 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주요 점검 대상 거래 규모는 53억7000만달러(약 7조원) 수준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자금이) 가상자산거래소를 매개로 원화자산을 외화로 바꿔 유출됐다. 가상자산 투자와 관련해 어떤 시장교란성 성격이 강하다”며 “가상화폐와 관련한 이상 해외송금 사례에서 불법성을 확인했고 검사 대상을 광범위하게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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