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변동에 따른 공사비 증액 가능’ 유권해석 불구, 합의 실패 빈번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발주처의 건설사 시공계약 해지 사례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공사비 증액 건으로 발주처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중견건설사들이 시공계약 해지를 통보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중견건설사의 특성상 한 건의 계약해지로도 매출액 대비 해지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 타격을 받을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HJ중공업·태영건설 컨소시엄은 지난 26일 수원 신반포한신아파트 조합으로부터 시공권 계약해지를 통보받았다. 조합이 총회를 열고 시공권 해지 안건을 의결한 것은 공사비 본계약을 앞두고 발주처인 조합과 시공사인 건설사가 합의에 이르지 못한 영향이다.

당초 HJ중공업 컨소시엄은 2017년 시공사로 선정된 이후 총 공사비 2100억원에 가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착공을 앞두고 자재값이 급등하면서 시세에 맞춘 공사비와 마감재 품질 수준을 논의하다 합의에 이르지 못하고 결렬된 것이다.

계룡건설도 지난달 초 비슷한 일을 겪었다. 발주처이자 시행사인 아이테르가 파주 문산읍 선유리A1BL(파주 문산읍 선유리 812번지 일원)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개발사업 시공 계약을 해지한 것이다. 계약 해지금액은 2977억원으로, 계룡건설의 지난해 매출액 대비 10%를 훌쩍 넘었다.

아이테르가 시공계약을 해지한 건 원자재값 상승에 따른 수익성 저하 때문이다. 아이테르는 당초 주택도시보증공사에 3.3㎡ 당 공사비를 354만원으로 신고했는데,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해 3.3㎡ 당 공사금액이 500만원 안팎으로 추산돼서다.

아이에스동서도 5월 창원 용원동 아파트 신축공사 계약에 대한 해지 통보를 받았다. 해당 공사 해지금액은 1661억원으로 매출액 대비 17.2% 규모다. 계약 해지 배경으로는 역시 공사비 증액 등을 놓고 의견충돌이 빚어진 점이 크게 작용했다. 이에 시공사는 공자 지위 확인의 소로 대응에 나섰다.

이처럼 원자재값 상승으로 발주처에서 타절을 통보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특히 중견건설사는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공사 한 건만 계약이 해지되더라도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법적 공방을 이어가는 형태로 분위기가 험악해지는 것이다. 정부가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이 가능하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사비 증액에 대한 의견조율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중견건설사들은 공사비를 무작정 올리는 게 아니라 특화설계 변경, 물가상승률 반영 등 계약에 명시된 내용에 따른 기준을 적용하는 것인 만큼,. 조합의 일방적인 계약해지에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한 중견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추진 과정에서 인허가를 돕는 등 힘들게 시공권을 따냈는데, 자재값 인상에 따른 불가피한 공사비 협상을 이유로 결렬되는 건 많이 아쉬운 부분”이라며 “해지 처분위 위법성을 검토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려다가도 이럴수록 막강한 브랜드파워를 갖춘 대형건설사에게 일감을 빼앗기진 않을까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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