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 아메리카가 현대캐피탈 해외법인으로 오해
두 기업 직접적 지분관계 없어
현대캐피탈도 실적발표자료에 아메리카 순익 포함해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현대캐피탈 아메리카가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250억원의 벌금을 물게 되자 일각에선 직접적인 지분관계가 없는 현대캐피탈의 실적이 감소할 것이란 '오해'가 나온다. 이는 단순히 이름이 비슷하기 때문이 아니라 현대캐피탈이 불러온 혼동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현대캐피탈이 현대캐피탈 아메리카의 지분을 전혀 소유하고 있지 않은데도 자사 해외법인 실적에 포함시켜 언급하고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금융소비자보호국(CFPB)은 최근 현대캐피탈 아메리카에 대해 '신용 보고 실패'를 사유로 1920만 달러(약 249억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CFPB에 따르면 현대캐피탈 아메리카는 지난 2016년 1월부터 2020년 3월까지 미국 신용 보고 회사에 부정확한 고객 신용 정보를 제공했다.
일각에선 국내 현대캐피탈의 당기순익 감소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현대캐피탈 아메리카는 현대캐피탈의 해외법인으로 아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오해는 현대캐피탈이 실적발표 자료에 현대캐피탈 아메리카 순익을 포함해 발표한 탓이란 평가가 제기된다. 올 1분기 실적발표 자료에서 해외실적을 설명하는 장에 현대캐피탈은 현대캐피탈 미국(아메리카)·중국·영국·캐나다·유럽(독일)·브라질의 실적을 공개했다.
하지만 현대캐피탈 아메리카가 벌금을 부과받아도 국내 현대캐피탈의 당기순익에는 전혀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현대캐피탈 아메리카와 현대캐피탈은 직접적인 지분 소유 관계가 없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현대캐피탈이 현대캐피탈 아메리카의 주식을 소유해 해외 자회사로 두고 있는 구조가 아닌 것이다.
두 기업은 현대차그룹 내 각각의 계열사다. 현대자동차는 현대캐피탈 지분을 올해 3월 말 기준 59.86%를 가지고 있다. 현대캐피탈 아메리카의 지분은 현대자동차의 100% 자회사인 현대차 미국법인이 80%를 가지고 있다. 사실상 현대차가 현대캐피탈 아메리카의 주식 80%를 가지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현대캐피탈의 2대 주주(40.1%)인 기아가 현대캐피탈 아메리카의 지분 20%를 소유하고 있다. 현대캐피탈 아메리카의 실적이 현대차와 기아에 영향을 줄 뿐 현대캐피탈은 관련이 없다.
현대캐피탈과 지분관계(관계기업 혹은 공동기업)가 있는 해외법인은 영국(지분율 30%), 중국(46%), 캐나다(20%), 독일(29%), 브라질(50%)과 함께 올해 지분을 인수한 프랑스(50%) 등 총 6곳이다. 그런데 지난해 프랑스를 제외한 5곳의 해외법인의 당기순익을 전부 합쳐도 현대캐피탈 아메리카의 순익이 더 많다. 현대캐피탈 아메리카는 지난해 1조502억원의 순익을 거뒀다. 현대캐피탈 전체(연결) 당기순익(4326억원)의 두 배가 넘는 규모다.
금융권에선 현대캐피탈이 지분 관계가 없는 기업을 모기업의 손자회사란 이유로 해외실적에 포함시키는 것은 혼란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캐피탈 아메리카로 인해 현대캐피탈의 해외법인 실적이 투자자들에게 실제보다 더 많은 규모로 전달될 수 있다는 것이다. 직접적인 지분관계가 있는 모기업인 현대자동차가 각 국에 있는 금융계열사 실적을 설명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란 지적이다.
현대캐피탈 관계자는 “현대캐피탈은 현대차그룹의 자회사로서 글로벌 금융사업을 포괄하는 브랜드다”라며 “이에 현대차그룹으로서 자동차금융 사업의 실적을 함께 공개하는 차원에서 현대캐피탈 아메리카 실적도 실적발표 자료에 포함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