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해지적측량·지적재조사사업 등 LX 독점 구조···민간기업 참여 확대 목소리
“사업수행비 배분 불공정·시민선택권 침해···섣부른 민간개방 국민 피해 우려”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공공기관인 LX 한국국토정보공사가 지적사업을 독점하면서 민간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국민에 불편을 끼치고 있단 주장이 나온다. 중소기업 활성화와 불공정 해소 차원에서 LX가 쥔 사업들을 민간에 넘겨야 한단 의견과 함께 지적사업 특성상 현시점에서 공공이 주도하는게 불가피하고 섣부른 민간 참여 확대가 국민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단 반론도 제기된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도해지적측량과 지적재조사사업은 LX가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도해지적측량은 토지경계를 점과 선 등 그림으로 표시하는 방식의 측량을 말한다. 토지의 경계점을 정확한 수치가 아닌 도면에 나타난 것에 의존하다 보니 정확성을 두고 분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도해지적측량은 LX가 독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지적재조사사업은 100여년 일제에 만들어진 토지대장과 임야대장, 지적도, 임야도 등 지적공부의 등록사항을 조사해 토지의 실제 현황과 맞지 않는 부분을 바로잡는 사업이다. 국토교통부는 지적공부의 토지경계와 실제 이용하는 현실경계가 불일치한 토지가 전국의 약 14.8%로 파악하고 있다. 지적재조사사업은 LX가 사업수행비의 65%를, 민간중소기업들이 35%를 각각 가져간다.
◇“LX와 민간 지적재조사사업 사업수행비 배분 불공정”
LX가 공공기관의 지위를 이용해 이러한 지적사업을 독점하면서 국민들이 불편을 겪고 민간 중소기업들도 불이익을 본단 주장이 나온다. 최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은 “국토교통부 산하 공기업 중 유일하게 민간 영역을 침범하는 LX가 공간정보 중소기업을 다 죽이고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LX만 도해지적측량을 할 수 있다보니 국민의 선택권이 없는 부작용이 있다”며 “우리가 집을 짓거나 땅을 사고팔 때 5일 이내에 측량해야 하는데 LX가 업무가 바쁜 경우 훨씬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한다. 인천에서는 1~2개월 걸리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도해측량의 경우 측량 장비나 지적 제도가 어느정도 정비돼 있으니 민간 개방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적재조사사업 측량의 경우 예전엔 LX와 민간이 서로 경쟁을 통해 진행했으나, 현재는 LX가 책임 수행기관으로 위탁을 받아 진행한다. 이때 LX와 민간의 사업수행비 배분이 불공정하단 지적도 제기된다.
김선태 공간정보산업협회 부회장은 “측량은 현장 업무와 공정이 많다. 민간이 모든 공정의 60~70%를 하는데도 불구하고 수수료는 35%만 받아간다”며 “반면 LX는 현장 업무는 하지 않고 내부적 행정 업무를 한다. 실제로는 30~40%정도 일을 하는데 챙겨가는 비율은 65%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LX는 공공기관인데 민간 업무영역까지 침범하고 있단 비판이다. 김 부회장은 “민간에서 할 수 있는 업무영역은 개방하고 민간이 못하는 부분은 할 수 있도록 공공기관에서 도와주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정부 기조가 공공보다 민간에서 경제를 활성화해 위기를 극복하겠단 쪽인데 그런 관점에서 바라봐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일자리 창출 등 민간 주도로 기대되는 효과를 감안해 공공기관이 쥔 업무를 내려놓아야 한단 지적이다.
◇“민간이 토지측량 이해조정 쉽지 않아···섣부른 개방 국민 피해우려”
반면, 현 시점에서 LX가 충분한 검토 없이 민간에 지적 업무를 넘기면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란 반론도 있다. LX 관계자는 “도해지적측량을 하려는 지역은 지금 정확한 위치 정보가 없는 상태“라며 ”위치정보를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개방하면 국민들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분쟁이 발생한 지역에서 민간기업이 도해지적측량을 하다 도산하게 되면 국민들이 법적으로 신뢰받을 근거가 없게 된다. 때문에 지적재조사 사업을 통한 위치정보 교정이 어느정도 자리잡은 뒤에 민간에 개방해야 한단 주장이다.
지적재조사사업은 민간 참여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2012년 시작 당시 10개 정도였던 업체 수는 올해 120개로 늘었으며 오히려 LX가 민간 비중을 더 높여나가려고 하고 있다. 그런데 그동안 민간의 비중이 늘어나지 않았던 근본 이유는 따로 있단 게 LX 측 설명이다.
LX 관계자는 “지적재조사를 하면서 토지 측량을 하다 보면 경계조정을 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땅에 대해 애착이 매우 크다보니 이해관계조정을 하는데 시간이 엄청나게 걸린다. 평균 2년을 잡는데 10년 이상 진행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며 “민간에서 10년 동안 소송을 끌면서 사업을 하고 싶을 이유가 있다. 지적재조사사업의 경우 사실 돈이 안 되는 사업이지만 공공기관이기에 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적재조사사업 사업수행비 배분에 관해서는 “LX가 기술 지원 및 장비 제공을 하고 있어 영세업체들이 지적재조사 시장에 들어온다. 그런데 이 업체들이 원하는 품질을 제공하지 못해 나중에 LX에 AS가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기초적인 작업 35%에 대한 부분을 민간에서 하고 있다”며 “경계조정 등 이해당사자 조정을 하는게 민간보다는 공공에서 하는 게 훨씬 더 수월하다. 그래서 LX가 이런 복잡한 작업 65% 맡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업수행비 배분은 국토부에서 시행 전 민간업체를 대상으로 사전연구용역을 진행했고, 민간업체에서도 동의해 확정된 부분이 있단 설명이다. 다만 LX 측은 자사가 맡은 65% 부분을 추가로 민간에 이양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LX 관계자는 “LX가 해외 사업을 해서 민간과 같이 해외시장을 나가는데 해외 정부에서 LX가 메인으로 가는 가운데 민간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