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기순익은 크게 늘었지만 수입보험료는 11% 급감
주력인 저축성상품이 은행 예금에 밀려 크게 감소한 탓
보험硏 "저축성 계속 감소한다"···영업 부진 이어지나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NH농협생명이 올해 상반기 호실적을 거뒀지만 수입보험료는 크게 감소하는 등 보험영업은 부진했다. 농협생명의 상품 포트폴리오가 저축성보험 위주로 이뤄진 탓인 것으로 풀이된다. 주력 상품인 저축성보험이 금리 상승기 속에서 은행 예금에 크게 밀린 결과 전체 보험료수익도 감소했다. 올해 저축성상품 전망이 좋지 않은 만큼 농협생명의 수입보험료는 계속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생명의 올해 상반기 당기순익은 196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982억원) 대비 두 배로 크게 늘었다. NH농협금융지주 계열사 가운데 순익이 가장 빠르게 늘었다. 이에 농협생명은 그룹 내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지주 순익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핵심 사업인 보험영업 부문은 크게 부진했다. 올 상반기 수입보험료는 2조8208억원으로 전년 동기(3조1710억원) 대비 11% 급감했다. 수익보험료가 감소한 자리는 이자이익, 배당금 등 자산운용 부문에서 늘어난 수익이 메웠다. 보험계약부채환입액이 크게 늘어난 점도 실적 증가의 요인이었다.
농협생명의 수입보험료의 감소는 저축성상품 위주의 포트폴리오 구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농협생명은 상위 8개 생보사 가운데 유일하게 저축성상품으로 거둔 수입보험료가 보상성상품보다 더 많다. 올해 1분기에도 저축성상품의 수입보험료(8637억원)은 보장성보다 2349억원 더 많았다. 반면 농협생명과 비슷한 규모인 신한라이프는 저축성상품의 수입보험료가 보장성의 4분의 1 정도 수준에 그쳤다.
농협생명의 저축성상품이 올해 들어 쪼그라들다보니 전체 수익보험료도 감소했다. 올해 1분기 저축성보험의 보험료수익은 작년 동기 대비 14% 크게 줄었다. 2분기에도 이 추세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농협생명은 상품 포트폴리오 재조정 과정에 따라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가 줄었다고 설명한다. 최근 보험사들은 내년에 도입될 새 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저축성상품의 비중을 줄이는데 집중한다. 저축성보험은 변동금리형 상품이기에 금리 변화에 따른 위험도가 적어 새 제도 아래서도 건전성 악화를 불러올 우려는 적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IFRS17 아래선 저축성상품의 보험료 중 대부분은 수익으로 잡히지 않는다. 많이 팔아도 적게 남기 때문에 보험사들은 비중을 줄이려고 하는 것이다.
하지만 금융권에선 농협생명이 자발적으로 저축성상품을 줄인 것 보다 시장 상황이 악화된 영향을 크게 받은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농협생명은 보장성상품을 늘리는데 집중하고 있지만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올해 1분기 보장성보험의 수입보험료는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다. 2분기 실적은 아직 공시되지 않았지만 눈에 띄는 반전은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된 시각이다.
보험사들은 보장성보험 성장이 더디면 저축성상품으로 수익을 방어하는 편이지만 농협생명은 그렇지 못했다. 저축성상품은 최근 고금리 기조 속에서 은행의 예금에 경쟁력을 잃어 판매가 크게 감소했다. 시중은행은 기준금리 상승에 따라 최대 3%가 넘는 예금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6일 기준 국내 생명보험사 일반 저축보험 평균 공시이율은 2.15~2.70%대에 그쳤다. 보험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올해 생보사 전체 저축성보험의 원수보험료는 전년 대비 7.2%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올해 남은 기간 농협생명의 수입보험료는 계속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보장성보험을 대거 늘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보장성보험을 확대하려면 전속설계사나 보험대리점(GA)를 통한 상품 판매 비중이 커야 한다. 하지만 농협생명은 여전히 은행창구(방카슈랑스) 비중이 절대적이다. 방카슈랑스로는 주로 저축성 상품이 판매된다. 농협생명의 올해 1분기 초회보험료 가운데 방카슈랑스가 차지하는 비율은 98%에 달한다. 작년보다 오히려 2%포인트 올랐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보험료수익이 줄었다"라며 "하지만 위험보험료는 증가했기에 질적 성장은 이뤄지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