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신라 면세사업 부진에 2분기 전망도 암울
로레알·앵커PE와 4분기 뷰티사업 진출 예고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코로나19 이후 면세 시장 회복 속도가 더딘 상황에서 호텔신라가 신사업으로 사업 다각화에 도전한다. 면세업계는 내수통관, 역직구 등 자구안을 펴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만큼의 실적을 내기에는 역부족이다. 호텔신라는 자사 첫 뷰티사업 도전에 나설 예정이지만 이미 굳어진 뷰티강자 벽을 뚫고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을지 눈길이 쏠린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와 엔화 하락, 달러 강세 등 악재가 겹치며 호텔신라가 예년만 못한 성과를 내고 있다. 호텔신라는 크게 호텔·레저와 면세 부문으로 나뉘는데 호텔신라의 실적 대부분을 차지하는 면세 부문의 업황 회복이 더뎌 실적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이다.

호텔신라 실적 추이. / 자료=호텔신라IR, 표=김은실 디자이너
호텔신라 면세부문 실적 추이. / 자료=호텔신라IR, 표=김은실 디자이너

호텔신라는 올 1분기 면세사업에서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55% 늘어난 9785억원, 영업이익은 70% 급감한 127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는 호텔신라 2분기 면세사업 매출은 99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가량 증가하겠지만 영업이익은 170억원대로 60% 이상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자 면세업계의 상황은 좀처럼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에 호텔신라는 신사업으로 돌파구를 찾는 모양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업계 주목을 받는 분야는 호텔신라의 뷰티사업 도전이다. 호텔신라는 최근 글로벌 화장품 브랜드 로레알,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와 손잡고 화장품 합작법인 ‘로시안(Loshian)’ 설립에 집중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이르면 올 4분기부터 로시안 사업을 본격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로시안 지분율은 3사가 비슷하게 보유한 것으로 전해진다.

로레알 관계자는 “3사가 로시안을 설립하기로 한 이후 구체적인 사업 방향, 브랜드 등이 나오지 않은 상태”라면서 “향후 진행할 구체적인 사안도 외부에 공개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호텔신라는 신규 브랜드로 해외 뷰티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신규 브랜드 론칭과 운영은 로레알이 주도하고, 호텔신라는 호텔과 면세점 등 화장품 판매 채널을 담당하는 식이다. 호텔신라의 로시안 콘셉트 등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호텔신라 측은 “한국의 혁신적 뷰티 생태계에 기반을 두고 천연 원료와 기능적 효능을 접목해 동양의 지혜를 재해석한 브랜드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혔다.

현재 신세계는 정유경 총괄사장이 추진해 인수한 스위스 퍼펙션을 필두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을 통해 뽀아레를 론칭한 상태다. 뽀아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자체 개발한 럭셔리 뷰티 브랜드로, 뽀아레 론칭에만 10년을 투자했다. 뽀아레는 국내 백화점에서도 세럼 22만~68만원, 크림 25만~72만원 등 고가를 지향한다.

현대백화점도 뷰티사업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지난해 ‘오에라’를 론칭했다. 현대백화점의 뷰티 사업을 담당하는 오에라 역시 럭셔리 뷰티 시장을 겨냥해 평균 20만~50만원으로 초고가와 고기능성에 초점이 맞춰졌다. 오에라는 국내를 중심으로 판매하다가 최근에는 중국으로 판로를 넓혔고, 신세계 역시 북미, 유럽 등 해외 시장으로 확대하고 있다.

무엇보다 유통 기업들이 럭셔리 뷰티 브랜드 론칭에 도전하는 데는 그만큼 수요가 높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 기업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전 세계 명품 시장 규모가 3495억5900만달러로 전년 대비 13.3% 늘었다고 밝혔다.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약 16조원 규모에 달하며 이 중 화장품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7%(2조7871억원) 규모다. 뷰티 강자 기업으로 꼽히는 아모레퍼시픽, LG생활건강도 코로나19에도 고가 라인을 통해 국내외에서 성장 흐름을 보이고 있다.

다만 호텔신라의 뷰티사업 도전은 이번이 처음이라는 점에서 얼마나 성과를 낼지에 업계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호텔신라의 뷰티사업은 기존 호텔·면세사업뿐 아니라 화장품 판매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다는 강점을 지닌다. 그러나 뷰티사업은 진입장벽이 낮아 유통 대기업들이 모두 진출했던 분야다. 그만큼 성공 가능성도 희박하다.

실제 이마트는 색조화장품 스톤브릭 사업을 완전히 중단한 바 있고, 롯데백화점도 자사 화장품 편집숍 코스메띠끄와 연계해 PB화장품 엘앤코스를 키우겠다고 했지만 사업을 접었다. 코오롱FnC 또한 화장품 브랜드 라이크와이즈의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아 운영을 중단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화장품은 이미 로드숍 브랜드부터 럭셔리 라인까지 다양해서 진입하기는 쉬워도 포지션을 잡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로레알은 특히 화장품 사업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고 여기에 사모펀드 자금력이 더해지면 빠르게 자리를 잡을 수 있을 수 있다. 일단 호텔신라의 첫 뷰티사업 도전이기 때문에 지켜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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