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한화건설·코오롱글로벌 창사이래 첫 리모델링 수주 예고
현대엔지·SK에코플랜트·호반건설 등도 상반기 진출···1군건설사 선별수주에 일감확보 용이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올 상반기 SK에코플래닛과 호반건설의 리모델링 시장 진출에 이어, 한화건설과 코오롱글로벌도 하반기 사상 첫 수주가 예고돼있다. / 그래픽=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정비사업 시장에 한 차례 불던 리모델링 열풍이 건설사들의 사업 전략 재편을 부추기고 있다. 시장 선점은 아니더라도 뒤늦게나마 리모델링 시장에 발을 담그며 정비사업 수주 파이 키우기에 혈안이 된 모습이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화건설은 최근 서울 강서구 염창동 무학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장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무학아파트 조합은 오는 9월 총회를 열고 한화건설을 시공사로 확정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장은 지상 최고 18층 5개동, 총 273가구로 1999년 준공됐다. 조합은 리모델링을 통해 29가구 증가한다는 방침이다.

코오롱글로벌 역시 경남 창원 성산구 성원아파트에서 사상 첫 리모델링 수주를 앞두고 있다. 다만 첫 진출이고 규모가 워낙 큰 사업장인 만큼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사업권 확보에 뛰어들었다. 이곳은 총 6252가구로 1994년 준공됐다. 현재 리모델링 사업을 위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조합 측과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보다 앞서 상반기에 리모델링 시장에 진출한 건설사도 있다. SK에코플랜트는 지난 5월 말 인천 부개주공3단지에서 쌍용건설과 함께 리모델링 사업권을 처음으로 확보했다. 이곳은 인천 최대규모 리모델링 단지로 SK에코플랜트 지분은 49%다. 지난 1996년 준공된 이 아파트는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1724가구가 신축 1982가구로 늘어나게 된다. SK에코플랜트는 이 사업장 이후로도 서울, 수도권 및 지방광역시에서 리모델링 영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비슷한 시기 호반건설도 사상 첫 리모델링 사업권을 수주하며 시장 진출을 알렸다. 호반건설은 올해 4월 말 리모델링 절대 강자로 불리는 쌍용건설과 컨소시엄을 이뤄 서울 응봉동 신동아아파트 리모델링 사업권을 확보했다. 이곳은 현 434가구에서 리모델링 이후 4개동·18층·499가구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처럼 올해 들어서만 SK에코플랜트, 호반건설, 한화건설, 코오롱글로벌 등 건설사 여럿이 다소 늦게나마 리모델링 시장에 뛰어든 것은 재건축 사업을 하기에 환경이 녹록지 않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당초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당시 재건축 규제 완화를 공약으로 내세웠지만 집값이 앙등할 수 있다며 규제완화 시기를 미루고 있다. 때마침 초과이익환수금은 이촌동 한강맨션 7억7000만원, 성수장미 5억원, 반포1단지 3주구 4억200만원 등 시장 예상가보다 2억~3억원 가량 높은 값이 책정되며 재건축 사업 추진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이마저도 야당의 반대에 걸려 통과될지 미지수다. 결국 재건축 사업장들이 초과이익환수제 규제가 없는 리모델링 선회가 증가할거란 판단에 따라 건설사들도 늦게나마 리모델링 시장에 발을 담그는 것이다.

시공권 경쟁이 재건축 대비 덜 치열하다는 점도 시장 진출의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리모델링 시장에 선진입한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포스코건설, 쌍용건설 등 대형사들은 사업장을 두고 선별수주를 함에 따라, 경쟁입찰이 적어 후발주자 건설사들이 상대적으로 시공권을 따낼 기회 많다는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국회 과반 의석을 차지한 야당이 재초환 규제 완화에 부정적이다보니 재건축 규제완화가 언제될지 모르지 않나”라며 “리모델링 사업 발주 증가 기대감에 리모델링 전담팀을 꾸리는 사례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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