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중구 B-04구역, 조합에 입찰참여의향서 제출
‘공사비 1조’ 알짜 사업지···물밑 경쟁 치열
삼성물산, 기존 시공사 해지 이후 즉각 홍보 나서
현대건설, 하이엔드 브랜드 제안···대전·광주 이어 세 번째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이 울산에서 1조원 규모 재개발 시공권을 놓고 맞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서울에서도 보기 힘든 시공능력평가 1∙2위 건설사 간 빅매치에 이목이 쏠린다. 12년 만에 재개발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삼성물산과 그룹의 중요 거점인 울산에서 대형 사업을 노리는 현대건설의 자존심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래미안’과 ‘디에이치’ 간 브랜드 경쟁도 관전 포인트다.
2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울산 중구 B-04구역 재개발 사업 조합에 입찰참여의향서를 제출했다. 조합은 다음 달 2일 입찰참여의향서를 제출한 건설사들을 상대로 현장설명회를 개최한다. 이어 같은 달 31일 본입찰을 마감한다는 계획이다. 이곳은 하이엔드 브랜드 적용을 놓고 갈등을 빚던 기존 시공사 GS건설∙롯데건설과 지난 5월 계약을 해지하고 새 시공사를 찾고 있다.
울산 중구 B04 재개발은 우정동 일대를 재개발해 아파트 4081가구를 짓는 대형 프로젝트다. 사업비와 공사비가 각각 2조원, 1조원에 달해 울산 재개발 최대어로 꼽힌다. 조합원 물량(1168가구)을 제외한 일반분양이 2900여가구에 달해 사업성이 높은 단지로 평가받는다. 울산 중심부에 위치한 대단지인 만큼 랜드마크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두 건설사는 사업장 곳곳에 현수막을 걸고 홍보 요원들을 활용해 눈도장 찍기에 나섰다.
삼성물산은 시공사 해지가 결정된 이후 곧바로 수주전에 뛰어든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카카오톡 채널 ‘울산중구 B-04 톡톡 래미안’을 개설하고 브랜드 홍보를 펼치고 있다. 삼성물산이 민간 재개발 사업에 적극적으로 나선 건 2010년 가재울5구역 재개발 이후 12년 만이다. 그동안 정비사업장에서 ‘양보다는 질’에 집중해 온 만큼 수익성이 보장된 이번 사업장을 주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현대건설 외에 경쟁사가 없어 출혈경쟁을 피할 수 있다. 삼성물산은 정비사업에서 과도한 경쟁을 피하는 선별적 수주 전략을 펼쳐 왔다.
현대건설 역시 조합에 하이엔드 브랜드 ‘디에이치’를 제안하며 강한 수주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수도권이 아닌 광역시에서 디에이치를 적용하는 건 대전 장대B구역 재개발과 광주 광천동 재개발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서 현대건설은 서울 강남과 한강변에 적용하던 디에이치의 적용 범위를 6개 광역시로 확대하기로 했다. 대전∙광주 사업지 모두 각 지역의 핵심 입지로 공사비가 각각 1조원 규모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중요 거점인 울산 도심 내 대형 주택 사업이라는 점도 적극적으로 나선 배경으로 꼽힌다.
이번 수주전은 두 건설사의 도시정비 실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삼성물산의 경우 올해 도시정비사업 2건을 따내며 신규 누적 수주액이 8172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한 해 실적(9117억원)에 근접한 수준이지만 1위 현대건설(6조9544억원)과 GS건설(3조2107억원), 롯데건설(2조7406억원) 등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수주에 성공할 경우 ‘2조 클럽’ 가입은 물론 하반기 하반기 실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건설은 현재 7조원에 육박하는 수주고를 올린 만큼 이번 사업지를 확보할 경우 2015년 GS건설이 세운 도시정비 최고 수주기록(8조100억원) 고지를 넘볼 수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정비사업장에선 수의계약이 늘어나는 등 경쟁을 꺼리는 분위기인데 시공능력평가 1∙2위 건설사가 서울도 아닌 지방에서 맞붙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며 “국내 최고 건설사 간 자존심 대결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물산은 래미안을 앞세워 수주전에서 성공하게 된다면 현대건설의 하이엔드 브랜드를 꺾고 브랜드 가치를 재확인하는 기회가 된다”며 “현대건설의 경우 시장에서 선호도가 높은 래미안을 제친다면 디에이치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