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아우디·볼보 등 한국인 CEO 맡아···국내 사정 능통 및 내부 장악력 강점
BMW, 김효준-한상윤 등 한국인 CEO 고수···리콜 사태 이후 빠르게 화재 진압하고 판매 반등
아우디, 첫 한국인 CEO로 임현기 대표 임명···최근 부진 씻기 위한 조치인듯
볼보, 이윤모 대표 취임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 기록···본사와 협의해 가격 경쟁력 높여

최근 국내 수입차 상위권 브랜드에서 한국인 CEO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한상윤 BMW코리아 대표, 임현기 아우디코리아 대표,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최근 국내 수입차 상위권 브랜드에서 한국인 CEO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왼쪽부터)한상윤 BMW코리아 대표, 임현기 아우디코리아 대표, 이윤모 볼보자동차코리아 대표. / 사진=김은실 디자이너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최근 수입자동차 업계에서 한국인 최고경영자(CEO)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수입차 상위권 브랜드에 한국인 CEO가 늘어나는 한편, 한국인 CEO가 맡은 브랜드들이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 BMW코리아, 아우디코리아, 볼보자동차코리아 등 일명 ‘빅4’로 불리는 수입차 브랜드 중 벤츠코리아를 제외한 3곳에서 한국인이 대표 자리를 맡고 있다.

BMW코리아의 경우 한국인 CEO의 대표 성공 사례로 꼽힌다. 김효준 BMW코리아 전 회장은 국내 수입차 1세대 한국인 CEO이자 최장수 수입차 CEO로 BMW코리아 설립 멤버다. 2000년 대표이사에 올라 BMW를 국내 수입차 1위 자리까지 끌어올렸으며,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아시아인 최초로 BMW본사 임원 자리까지 올랐다.

김 전 회장 뒤를 한상윤 대표가 물려받으며 BMW코리아는 한국인 CEO를 고수하고 있다.

한 대표는 지난 2019년 대규모 화재 사고로 인한 리콜사태로 추락한 BMW 이미지 회복에 발 빠르게 나섰다. 대규모 리콜 및 후속조치 등으로 인해 BMW는 생각보다 빠른 시일 내에 제 궤도에 올랐다. 지난 2019년 BMW코리아 판매량은 4만4191대로 전년대비 12.5% 감소했으나 2020년에는 5만8393대, 2021년 6만5669대 등으로 성장세를 기록했다. 올해 상반기 BMW 판매량은 3만7552대로 1위인 벤츠와 점유율 차이를 1%p로 좁혔다.

폴크스바겐그룹코리아도 아우디 부문(아우디코리아) 사장 자리에 한국인 임현기 사장을 임명했다. 아우디코리아가 2004년 국내 시장에 진출한 이후 한국인이 대표로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최초 여성 리더다.

임 사장은 앞서 아우디 네트워크 부문 이사를 역임했으며, 2021년 2월에는 중국으로 자리를 옮겨 FAW-아우디 합작 법인 ‘FAW Audi Sales Company’에서 딜러 네트워크 관리 총괄직을 수행했다.

아우디코리아가 이번에 한국인을 임명한 것은 최근 국내 판매 부진을 극복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아우디는 지난 2015년 3만2538대를 팔며 고점을 찍었으나, 디젤게이트 이후 판매량이 급감했다. 지난해 기준 판매량은 2만6515대로 2위인 BMW코리아(6만5669대)의 40% 수준에 그쳤으며, 올 상반기에는 8470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5% 감소했다.

이윤모 볼보코리아 대표의 경우 2014년부터 회사를 맡아 꾸준히 키워왔다. 볼보는 10년 연속 두자릿수 성장을 기록 중이며, 그 결과 지난해 폴크스바겐을 제치고 ‘수입차 4강’에 안착했다. 올 상반기에도 7013대를 판매하며 4위를 유지하고 있다.

이윤모 대표는 본사와 끊임없는 소통을 통해 해외보다 저렴한 가격대에 주력 모델들을 한국에 들여왔다. 특히 국내 수입차 업계가 할인 확대를 통해 판매를 늘려가던 시절에도, 이 대표는 ‘경쟁력 있는 정가’를 고집하며 신뢰를 쌓아 볼보가 성장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한국인 CEO의 장점이라고 하면 국내 사정에 통달하다는 것과 회사 내부 장악력 등을 꼽는다. 또 한국 정부와의 소통도 원활하기 때문에 각종 정부 정책 관련 내용도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최근 전기차 시대 전환을 맞아 정부와의 긴밀한 협업이 중요한 가운데, 일부 브랜드의 경우 인증 문제 등도 엮여 있어 한국인 CEO를 선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한국인 CEO가 떠난 이후 부진한 브랜드도 있다.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의 경우 백정현 전 대표 재임 시절인 2018년 1만5473대를 기록하며 정점을 기록했으나, 백 대표가 사임한 2020년에는 5676대, 2021년에는 3558대까지 급감했다.

포드코리아도 정재희 전 사장이 있던 2018년 1만1586대를 판매하며 상승세를 이어가다, 대표 교체 이후인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만447대, 1만348대로 기세가 꺾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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