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고용직 근로자 ‘노조법상’ 근로자성 인정···‘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냐
코웨이-코디 단체교섭 10개월 째 평행선···고용·임금·노조활동 등 쟁점
[시사저널e=주재한 기자] 생활가전업체 코웨이가 방문점검원 노동자(코디)들의 단체교섭권을 인정한 중앙노동위원회의 결정을 취소해 달라고 낸 행정소송에서 패소했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동조합법)상 코디에 대한 사측의 사용자성을 확인하고, 코디에 대한 별도의 단체교섭 필요성을 인정한 판결이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 부장판사)는 지난 20일 코웨이가 중노위를 상대로 낸 ‘교섭단위 분리 결정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원고 패소)했다.
재판부는 코디가 CS닥터 등 코웨이 이외 직종 근로자와 근로조건, 고용형태가 현격히 달라 노사 간 효율적 교섭과 노사관계 안정화를 위해서라도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할 필요성이 있다는 중노위 결정을 수용했다.
코웨이 코디는 회사와 위수탁 계약을 맺고 건당 수수료를 받는 특수고용직이다. 이들은 2019년 11월 노동조합 설립 후 회사와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단체교섭을 요구했으나, 사측은 이들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할 수 없다며 거부해왔다.
그러나 노조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로부터 “헌법에서 보장한 노동3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판정을 이끌어 냈다.
지노위와 중노위는 “코디가 사용자(코웨이)와 사용종속관계 아래에서 노무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인 수수료를 주된 소득으로 생활한다”며 “사용자가 계약 내용을 결정하고 법률적 관계가 상당히 전속적·지속적이라며 (코디는) 노조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봤다. 또 “코디 직종에 대한 개별 교섭관행이 존재하지 않지만 그 외 직종 간 근로조건과 고용형태에 현격한 차이가 있다”며 “직종별 교섭대상 및 의제 등이 다를 것으로 예상돼 별도의 교섭단위로 분리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중노위 측 한 대리인은 “학습지 교사 판결 이후 노조법상 노동자성 개념을 폭넓게 인정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며 “계약의 형식보다는 사용자(코웨이)와 노무제공자(코디) 사이 노무제공관계의 실질을 따지고 노무제공자에게 헌법이 보장한 노동3권(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한 판결이다”고 설명했다.
코웨이 사측은 “이번 행정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며 “판결문 내용 검토 후 항소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다만 사측은 이번 판결이 코디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난 2012년 대법원 민사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코디 고아무개씨 등 11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코디들은 회사에 전속됨이 없이 위탁받은 업무를 처리하는 독립사업자에 가까운 지위에 있고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는 아니다”고 판결한 바 있다.(2010다5441)
◇ 단체교섭 1년 가까이 평행선···LG전자는 1심 판결 후 속도
이번 판결이 장기전에 돌입한 사측과 노조의 단체교섭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주목된다.
단체교섭은 지난 2019년 11월 코디 노조설립 이후 1년 9개월만인 2021년 9월 시작됐지만, 현재까지 결론 나지 않았다. 지난달 30일에는 노조원들이 대표이사와의 면담을 요구하며 본사 1층 로비를 점거하는 등 농성에 돌입하기도 했다.
노조 측은 계약서 내용 변경을 통한 고용안정, 임금 현실화, 통신비와 업무비용 일부 지원, 노조활동 보장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한 관계자는 “사측은 노조 측 제안에 어떠한 확답도 하지 않고 있다. 교섭해태로 일관하고 있다”며 “교섭권을 보장하라는 사법적 판단이 나왔으니 사측은 이제라도 성실하게 교섭에 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측은 “회사는 지난해 9월부터 총 20여 차례 교섭하는 등 적극적이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신의와 원칙에 입각한 진지한 교섭을 통해 모두에게 합리적인 결론을 도출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고 밝혀왔다.
한편, 지난 4월 LG전자 렌탈가전제품 방문관리 특수고용노동자(케어솔루션매니저)들의 노조법상 근로자성을 인정한 1심 판결이 나온 이후 사측은 소송을 취하하고 단체교섭에 적극 돌입 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