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S비율 하락···증권사 인수 여력 한계치에 근접
"더 안정적으로"···보수적인 사업방향 더 강화해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우리금융지주가 자본건전성 지표의 하락으로 증권사 인수 여력이 감소하자 투자금융(IB)사업 속도 조절에 나섰다. 그룹 IB사업을 담당하고 있는 우리은행이 그간 보수적인 투자를 이어온 IB조직에 더 안정적으로 사업을 하라는 방침을 내린 것이다. 일각에선 우리금융의 증권사 인수를 서두르기 위해 BIS비율을 중점적으로 관리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IB본부(투자금융본부, 프로젝트금융본부)에 향후 진행될 계약 건은 최대한 안전한 것 위주로 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에 계약에 대한 심사도 더욱 까다롭게 이뤄질 예정이다. 또 우리은행은 IB 부문에서 여신을 되도록 내주지 말라는 방침을 각 팀장들에게 공식적으로 내리는 안도 검토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모기업인 우리금융지주의 국제결제은행(BIS)자기자본비율이 하락하자 이를 관리하기 위한 조치다. BIS비율은 분모는 자산에 위험 정도에 따라 가중치를 매겨 산출하는 위험가중자산, 분자는 자기자본으로 구성된다. 우리금융의 올해 6월 말 기준 BIS비율(보통주자본비율)은 작년 말 대비 0.4%포인트 하락한 11.0%를 기록했다. 우리금융은 올해 2분기에 4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 가운데 유일하게 분기 기준 최대 실적 기록을 작성했지만 BIS비율은 하락했다.
은행권에선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를 위해 이번 조치를 내린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IB사업은 주식·채권·펀드 투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더 큰 사업을 맡는다. 우리은행 IB부문이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수록 위험가중자산이 불어나 은행과 지주의 BIS비율이 하락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은행 IB본부는 보수적인 투자를 하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난 2012년 해외투자 관련 큰 손실을 입은 후 이어져온 방향이다. 그럼에도 최근 더 조심하라는 방침을 내린 것은 증권사 인수를 위해 어떻게든 자본여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 아니냐는 관측이다.
우리금융은 ‘숙원’인 증권사 인수를 위해선 BIS비율 관리가 필수다. 한 해 당기순익이 2조원이 훌쩍 넘는 우리지주는 증권사를 인수하는데 필요한 돈은 충분하다. 다만 BIS비율 등 자본건전성 지표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야하는 문제가 있다. 금융지주가 증권사를 인수하면 증권사의 위험가중자산이 모두 금융지주로 포함되기 때문에 BIS비율도 하락한다.
우리금융은 다른 금융지주에 비해 BIS비율이 낮은 편이다. 이에 우리지주는 지난해 실적발표회에서 자기자본 2조원, 위험가중자산 20조원의 여력 안에서 ‘중형증권사’를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대형증권사는 BIS비율 여력 상 인수가 힘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금융의 BIS비율 수치는 올해 한계에 달했다. 우리지주는 지난해 증권사 인수를 해도 보통주자본비율을 10.5%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6월 말 보통주자본비율이 11%인 것을 고려하면 우리금융이 증권사 인수를 위한 위험가중자산의 여력은 약 11조원 수준으로 내려간 상황이다. 여기서 더 하락하면 더 빠듯한 상황에서 증권사를 인수할 수밖에 없다. 이에 보수적으로 운영되는 IB사업을 좀 더 조인 것이란 관측이다.
호실적을 기록하던 IB부문은 올해는 성적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IB사업은 지난 2년 동안 우리은행의 호실적 달성에 쏠쏠한 기여를 했다. 코로나 전인 2019년에 IB부문이 거둔 당기순익은 900억원 정도였다. 하지만 이듬해 세 배 넘게 늘어난 3142억원을 거뒀으며, 지난해도 2618억원의 양호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에 올해 초 조직개편을 통해 IB사업단을 본부로 격상시키고 본부장직도 신설했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고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는 등 불확실성에 대비하기 위한 일환으로 IB 사업을 좀 더 보수적으로 운용할 것을 검토한 바 있다"라며 "다만 증권사 인수에 대한 구체적인 안이 나온 바는 없기에 이번 조치도 증권사 인수와 관련은 없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