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자체사업 ‘포항 한신더휴 펜타시티’, 대거 미달 사태
수익성 악화·재무부담 증가···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높아
향후 사업장도 지방에 집중···경기 침체로 미분양 우려 커져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한신공영이 사업 다각화를 위해 추진해 온 자체분양사업에 빨간불이 켜진 모양새다. 부동산시장 침체로 예상보다 실적이 저조해서다. 자체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만큼 실적 부진은 수익성 악화와 재무부담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올해 공급에 나서는 사업장 대부분이 지방에 몰려 있다는 점은 전망을 더욱 어둡게 한다. 실적 개선에 실패할 경우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포항 한신더휴 펜타시티, 6개월 넘게 주인 못 찾아···올해 자체사업 지방에 몰려 미분양 가능성 높아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신공영의 자체사업장인 ‘포항 한신더휴 펜타시티’(2192가구)는 지난해 12월 초 분양에 나섰지만 미분양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분양 당시 일반공급 2158가구 모집에 신청자 수가 808명에 그치며 1350가구가 미달됐다. 이후 청약 포기 물량까지 더해지면서 초기 분양률은 20%대를 기록했다. 6개월이 흐른 지금까지도 주인을 찾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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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사업장은 한신공영이 진행하는 자체사업장 중 규모가 가장 크다. 당초 예상 분양 수익은 8000억원에 달했다. 기존에 투입된 영업자산과 공사비를 고려할 때 추가로 분양실적을 높이지 못할 경우 영업실적과 현금흐름 전반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만 분양실적 개선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경북의 부동산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아서다. 경북은 공급 과잉과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미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난 지역이다. 미분양 물량은 5월 말 기준 5369가구로 전국에서 대구(6816가구) 다음으로 많다. 이 중 절반(2861가구)이 사업장이 위치한 포항에 몰려 있다. 포항은 올해 미분양 물량이 급증해 3월 미분양 관리지역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이후에도 미분양 물량이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적용 기간이 계속 연장되고 있다.

앞으로 진행할 자체사업장이 지방에 몰려있다는 점도 실적 우려를 키우는 요인이다. 올해 한신공영은 ▲대구 노곡 공동주택(944가구) ▲충남 아산 권곡동 공동주택(603가구) ▲충북 서천 군사지구 공동주택(575가구) ▲인천 영종 공동주택 등 4개 사업지에서 분양을 앞두고 있다. 전국적으로 분양 경기 저하가 심화되고 있는 만큼 분양실적 전망은 어둡다.

◇자체사업 의존도 20%···수익성 주춤·부채비율 증가 

자체사업 부진으로 인해 한신공영의 실적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한신공영은 자체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편이다. 전체 매출에서 자체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20%에 달한다. 경쟁사인 한라와 동부건설의 자체사업 비율이 10%에 안팎인 것에 비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앞서 한신공영은 공공사업 중심의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탈피하기 위해 2017년부터 자체사업을 확대해 왔다. 자체사업은 부지 매입부터 분양, 시공 등을 모두 맡아 진행하는 만큼 마진율이 높은 편이다. 다만 분양 성과, 용지 매입, 분양대금 유입 등에 따라 영업∙재무적 변동성이 커질 수 있는 위험성도 존재한다. 한신공영은 2017년 3000세대가 넘는 자체사업장을 분양하며 2018년 2조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영업이익률은 10%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하지만 자체사업이 흔들리자 수익성도 주춤한 모양새다. 한신공영의 영업이익률(연결 기준)은 지난해 3.4%로 전년(7.7%) 대비 4.3% 포인트 떨어졌다. 올해 1분기에는 5.6%까지 올랐지만 최근 5년 동안 연간 평균 영업이익률이 7%대라는 점을 고려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자체사업을 추진하면서 용지 매입 등에 대규모 비용을 투입했지만 미분양과 분양 일정 연기 등으로 회수가 늦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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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저하와 자체사업 용지 관련 비용 등으로 재무부담도 증가하는 추세다. 부채비율은 연결 기준 지난해 말 213%에서 올해 1분기 221%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순차입금도 1650억원에서 5010억원으로 3배 넘게 확대됐다. 차입금 의존도는 1분기 43.6%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37.7%) 대비 5.8% 포인트 늘어난 것이다. 통상적으로 시장에선 차입금의존도 30% 이하를 안정권으로 평가한다.

◇한국신용평가, 신용등급 하락 전망···“영업실적·현금흐름 변동성 확대될 수도”

자금조달과 직결된 신용등급이 하락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한신공영의 신용 등급 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지난해 2월 주택사업의 외형 성장, 자체 사업장의 실적 제고, 재무 부담 축소 추세 등으로 등급 전망을 ‘긍정적’으로 변경한지 16개월 만이다. 포항 자체 사업장의 분양 성과가 예상과 달리 부진했던 탓이다.

김상수 한국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한신공영은 자체사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주택 경기에 따라 영업실적∙현금흐름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며 “주요 자체사업장이 지방∙수도권 외곽 등으로 구성된 만큼 영업실적과 현금흐름 부담은 일정 수준 지속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어 “예정 자체사업의 규모와 선투입된 영업자산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재무부담 완화에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한신공영은 1950년 설립된 한신축로공업사를 모태로 하는 종합건설업체다. 1967년 한신공영으로 사명을 바꾼 뒤 1970년대 신반포 한신타운 등 서울 주요 아파트 단지 개발사업을 통해 중견 건설사로 성장했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부도를 맞아 법정관리 절차를 밟았고, 2002년 당시 최용선 한신공영 회장이 최대주주였던 협승토건에 인수됐다. 현재 최 회장의 장남인 최문규 사장과 선홍규 부사장이 각자 대표이사를 맡아 경영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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