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등 금융알뜰폰 확대 우려
“단통법 폐지해 공정 경쟁하자” 주장도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휴대폰 유통업계가 은행이 자본력을 바탕으로 통신시장을 교란한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KB국민은행 노조도 유통업계 주장에 동조하며 금융당국의  ‘KB리브엠’ 혁신금융서비스 승인 취소를 촉구했다. KB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금융권이 핀테크 기조에 맞춰 알뜰폰(MVNO) 시장에 진출한데 따른 대응이다. 토스도 중소 알뜰폰기업을 인수하며 시장 진출을 예고해 중소 상인들이 아우성이다.

21일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KMDA)와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KB국민은행지부(노조)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염규호 협회장은 “KB리브엠의 요금제 손실액은 24개월간 20~30만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며 “이것은 금융대기업이 서민 대출이자 수익을 통신시장에 전이해 통신산업의 시장질서를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은행 알뜰폰 서비스 KB리브엠은 2019년 금융위가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사업 개시를 허가하면서 첫발을 뗐다. 이후 꾸준히 가입자를 확대해 2년만인 지난해말 가입자 20만명, 올 상반기 기준으로 30만명을 확보했다. 이같은 성장에는 적금 등 KB국민은행의 금융상품과 결합한 서비스가 주효했다.

그러나 휴대폰 유통망을 비롯한 중소 알뜰폰사업자들 사이에선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제 출시와 과도한 사은품 지급 등으로 가입자를 뺏으며 통신 시장을 교란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KB리브엠은 통신사에 내야 하는 도매대가 약 3만3000원 보다 낮은 1만9900원, 2만2000원, 2만4800원 등 요금제를 판매해왔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와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은 염규호 협회장이 발언하는 모습 / 사진 = 김용수 기자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와 KB국민은행 노동조합이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은 염규호 협회장이 발언하는 모습 / 사진 = 김용수 기자

◇ “리브엠, 원가 이하 요금제·과도한 사은품 등으로 시장 교란 지속”

염 협회장은 “금융대기업의 막대한 자금을 앞세운 중소업체 죽이기의 결과는 이에 대응이 가능한 통신 자회사를 포함한 소수 대기업들만의 독과점 시장 형성을 앞당길 것이다. 이는 결국 전체 이용자 후생을 저해하는 심각한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KB리브엠이 3사 통신망을 완비하고 현재와 같은 도매대가 이하의 덤핑 요금제에 과도한 사은품을 지급하는 약탈적 마케팅을 전개한다면, 대기업들만의 독과점 시장 완성 시점은 당겨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회는 KB리브엠이 SK텔레콤과 KT망까지 활용하게 되면 대기업 위주의 독과점 시장 형성이 가속화될 것으로 봤다. 현재 통신3사 중 LG유플러스만 KB리브엠에 망을 제공하고 있는데, KT는 이르면 다음주, SK텔레콤은 오는 9월 중 망을 제공할 예정이다.

염 협회장은 “혁신서비스는 보여주지 못한 채 과도한 사은품과 도매대가 이하의 요금제 제공 등으로 통신시장을 교란하며 무분별한 가입자 유치만을 일삼는 KB리브엠이야말로 규제 혁신을 통한 금융 분야 4차산업혁명 선도목적 법안을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라며 “김주현 신임 금융위원장은 KB리브엠에 대한 혁신금융서비스 재인가 승인을 즉시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KB노조도 KB리브엠이 금융위가 지난해 4월 혁신금융서비스 재지정 시 부여한 승인(부가) 조건을 위반했다며 사업 중단을 촉구했다. ‘알뜰폰 혁심금융서비스를 비대면(온라인, 콜센터) 채널을 통해 제공하라’는 판매 방식을 규정한 것이 승인(부가) 조건의 핵심이었음에도, 대면 채널을 통한 판매를 강행하는 등 조건 위반이 여전하단 주장이다.

류제강 KB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은 “회사는 어떤 협의도 없이 ‘대면서비스 제공은 제한적 수준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유로 영업점을 통한 판매를 강행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부가조건 위반”이라며 “두 달여의 시간이 지났지만 금융당국은 법률이 부과하고 있는 의무와 책임을 수행하라는 요구에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혁신금융서비스 재지정 이후 1년 이상이 경과했지만 단 한 번의 현장조사나 상황을 알아보려는 시도조차 없었다. 금융 정책을 총괄하며 금융기관의 관계 법률 위반 여부를 점검해야 할 행정기관의 책임을 방기한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김 금융위원장은 무분별한 규제 완화 정책기조를 재검토하고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에 대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취소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이동통신유통협회와 KB국민은행 노조 주장에 대해 국민은행은 아무런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 토스도 알뜰폰 시장 진출···“시중은행에 핀테크까지 확전 우려”

현장에선 토스의 MVNO 시장 진출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시중은행뿐만 아니라 카카오뱅크 등 핀테크기업들의 시장 진출이 본격화해 유통업계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단 이유다.

이날 기자회견에 앞서 토스의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는 중소 MVNO사업자 머천드코리아의 지분 100%를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머천드코리아는 통신3사 모두와 계약을 맺고 알뜰폰 요금제를 운영 중이다. 가입자는 약 10만명 수준이다. 토스는 이르면 오는 9월 중 앱을 통한 MVNO 사업을 시작할 예정이다. 알뜰폰 요금제 탐색부터 개통까지 가입의 전 과정을 혁신하고, 가계 고정 지출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통신비 절감 기회를 제공할 것이란 게 회사의 설명이다.

KMDA 산하단체인 전국 KT대리점협의회의 이희철 정책부위원장(이사)는 “토스 진출과 관련해 영세 MVNO 사업자들의 우려가 크다. 토스는 이미 노출이 많이 돼 있고, 높은 이자율의 상품도 내놓은 상황이다. 영세 MVNO는 네이버 등에 광고하는 것조차 힘들어 하는 것과 대비된다”며 “토스 이후 카카오뱅크도 시장 뛰어들게 될 텐데, 확전되면 기존 MNO 사업자가 퇴출되다시피 하는 현상이 MVNO에서도 발생할 것이다. 100m 달리기를 하는데 그들은 70m 앞에서 출발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협회는 이동통신(MNO) 시장에 적용되는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통법)’을 폐지해야 한단 주장도 펼쳤다. MVNO 시장이 확대되고 있음에도 MNO에만 규제가 적용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단 설명이다.

염 협회장은 “단통법은 폐지해야 한다. 맞지 않는 옷을 입고 다니라는 것과 같다. 법 적용을 안 받는 사각지대 일들이 잘 진행되면 좋을 텐데 나쁜짓은 다 하고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보면 이용자에 피해로 이어진다”며 “당장 저렴하게 요금을 이용할 수 있는데 왜 협회에선 뭐라고 하냐고 하지만, 통신 시장이 무너지면 경쟁이 안 되게 돼 있다. 결국 대기업들은 그간 투자했던 것을 야금야금 곳간으로 거둬들일 것이다. 지금껏 모든 사업이 그래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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