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안정 방안으로 소고기·분유·커피원두 등 7개 품목 할당관세 0% 적용
정부, 전날 통관된 수입산부터 할당관세 적용···소비자 체감까지는 시간 걸릴 듯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정부가 최근 민생안정 방안으로 소고기·분유·커피원두 등 7개 품목에 대해 할당관세 0%를 적용하기로 했다. 대형 유통업체들은 정부 방침에 선제 대응해 일부 품목을 가격 인하해 판매하고 있다. 현재 통관된 수입 제품부터 할당관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된다.
21일 기획재정부는 국민 생활과 밀접한 품목 7개를 대상으로 할당관세를 확대 적용한다고 밝혔다. 고물가 상황이 지속돼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밥상물가가 급등하자 민생안정을 위해 할당관세 운용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기재부는 소·돼지·닭고기 등 생활물가 체감도가 높은 품목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민생부담을 완화하고 서민생활 안정 지원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기재부는 약 3290억원의 관세 지원 효과를 볼 것으로 예상했다. 할당관세는 일정 기간 일정 물량의 수입 물품에 대해 관세율을 일시적으로 낮춰주고 초과 물량에 대해서는 높은 세율을 적용하는 제도다. 관세가 낮아지면 그만큼 수입 가격이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
정부는 전날 경기도 용인의 수입축산물 검역시행장에서 할당관세 0% 적용을 위한 수입 통관 준비 상황을 점검했다. 박범수 차관보는 수입 축산물 수입·가공·유통업체에 “관세 인하분을 가격에 즉각 반영해달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기존 10~16% 수준의 미국·호주산 소고기 관세가 0%로 인하됨에 따라 최대 5~8% 판매 가격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전날 통관된 수입축산물을 중심으로 할당관세가 적용되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아직 가격 인하를 체감하기에는 이른감이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수입 제품이 통관하고 대형마트로 들어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다만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대형마트 3사는 일찌감치 소비자들이 실질적인 가격인하 효과를 느낄 수 있도록 최대 40~50% 할인 혜택을 제공하는 행사를 펴고 있다.
이날 기자가 둘러본 이마트와 홈플러스에서는 할당관세가 이뤄지기 까지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 선제 가격 인하 조치에 나서고 있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에서는 “수입산 소고기를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는 안내도 이어졌다.
이마트는 지난 18일부터 미국·호주산 수입 소고기 대표 인기 품목 10여개를 선정해 5~8% 인하된 가격에 판매하고 있다. 이날 기자가 이마트에서 확인한 호주산 척아이롤은 100g 기준 2880원에서 8% 인하한 2640원에, 미국산 프라임 척아이롤은 100g 기준 3080원에서 5% 인하한 2920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특히 이마트는 단가 인하 행사가 아닌 정부의 할당관세 적용 물량 소진 시점을 고려해 당분간 인하된 가격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또 이마트는 이날부터 오는 27일까지 일주일간 할당관세가 적용되는 미국·호주산 인기 구이류 상품들을 최대 4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행사도 진행한다.
홈플러스는 오는 27일까지 미국·호주산 소고기를 최대 50% 할인된 가격에 판매한다. 홈플러스 역시 이마트와 마찬가지로 미국산 초이스 척아이롤을 100g 기준 2980원을 1490원에, 미국산 프라임 척아이롤 100g 기준 3200원을 40% 할인된 1920원 등에 판매하고 있었다. 롯데마트도 같은 기간 미국·호주산 인기 구이·스테이크 상품 일부를 최대 40% 할인 판매하기로 했다.
이마트 육류코너 직원은 “요새 물가가 많이 오르면서 고기 값이 크게 올랐었다”며 “이번에 이마트가 진행하는 할인행사 가격을 보면 많이 내렸다”고 말했다.
홈플러스 직원도 “대형마트에서 거의 대부분의 고객들이 고기를 구매했었는데 요새는 물가가 많이 오르다보니 구매율이 떨어졌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번 할인 행사로 많은 고객들이 구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소비자들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날 이마트에서 만난 주부는 “고기를 언제 먹었는지 기억도 안날 정도로 구매한지 오래됐다”며 “가격이 많이 내린거 같아서 오늘 구매하려고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소비자는 “요새 마트에서 장볼 때 상품 하나 담기 어려울 정도로 물가가 많이 올랐다 생각했다”며 “고기 가격이 좀 안정된거 같아서 몇 팩 더 구매해야 하나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