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투자증권, 새빗켐 10억 투자로 상장 후 4배 차익 전망
KB증권·신한금융투자도 더블유씨피 상장전 250억원 투자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최근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상장주관을 맡은 증권사들이 상장전 지분 투자를 통해 쏠쏠한 수익을 낼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은 2차전지 리사이클링 기업인 새빗켐에 투자했고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배터리 분리막 제조사인 더블유씨피(WCP) 지분을 확보했다. 이들 증권사로서는 기업으로부터 IPO수수료를 받고 상장 후 지분매각을 통해서도 투자수익을 얻는 ‘꿩먹고 알먹고’인 셈이다.
◇ 한투·KB·신한금투, 새빗켐·WCP 투자로 대박?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새빗켐의 상장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4일 10억5600만원을 투자해 새빗켐 주식 16만주를 확보했다. 주당 6600원으로 상장전 지분율은 4.2%다.
새빗켐은 이날부터 21일까지 기관투자가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새빗켐의 희망공모가범위는 2만5000~3만원이다. 새빗켐의 공모가에 따라 한국투자증권의 투자수익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2차전지 관련 기업들의 IPO는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새빗켐처럼 2차전지 리사이클링 기업인 성일하이텍은 지난 11~12일 수요예측에서 역대 최고경쟁률인 2269.7대 1을 기록하며 공모가를 희망공모가범위(4만700~4만7500원)을 넘어서는 5만원으로 확정했다. 이어 18~19일 진행된 공모청약에서는 20조1431억원의 청약증거금을 끌어모으며 1207.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새빗켐 공모가가 희망공모가범위를 넘어서게 된다면 한국투자증권은 4배이상의 투자차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투자증권처럼 상장주관사가 IPO 기업에 미리 투자해 상장 후 투자차익을 내는 경우 지분율이 5% 이하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증권 인수업무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금융투자회사는 자신과 이해관계인의 지분율 합이 5%를 넘는 경우 단독으로 상장주관을 맡지 못하고 이해관계가 없는 다른 증권사와 공동주관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새빗켐 지분율이 4.2%로서 5% 기준에 미달하기 때문에 상장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
2차전지 분리막 회사인 WCP의 공동대표상장주관을 맡고 있는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도 지난해 8월 WCP 지분을 확보했다.
KB증권은 2021년 9월 10일 200억원을 들여 보통주 25만5394주를 취득했고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9월 13일 제4회 전환사채 50억원어치를 취득해 같은 달 30일 전량을 보통주로 전환했다. 이를 통해 KB증권은 WCP 주식 25만5394주(0.96%)를 확보했으며 신한금융투자는 28만9586주(1.09%)를 보유하고 있다. 주당 단가는 KB증권이 7만8310원, 신한금융투자가 1만7266원이다.
WCP는 다음달 1~2일 기관 대상 수요예측을 실시한다. 희망공모가범위는 8만~10만원이고 공모규모는 희망공모가기준 7200억~9000억원이다. WCP 시가총액은 공모가 기준 2조7207억~3조4010억원에 달한다.
◇ 한국투자증권, 사전투자의 '대가'
2013년 이전까지는 이러한 증권사의 비상장사 투자가 불법이었지만 2013년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허용됐다.
유망한 IPO기업에 대해서는 증권사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다. 증권사가 미리 확보한 주식을 상장 후 매각하면 IPO 수수료 외에 주요 수입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상장예비심사 신청일을 기준으로 취득한 투자기간이 2년 미만이면 상장일로부터 1개월간 의무보유해야 한다.
IPO기업에 대해 모든 상장주관사가 사전투자를 하는 것은 아니며 사전투자했던 모든 증권사가 이득을 챙기는 것도 아니다.
최근 IPO시장을 살펴보면 NH투자증권은 지난해 8월 19일 19억9992만원을 들여 에이프릴바이오가 제3자 배정 방식으로 발행한 주식을 주당 2만1788원에 9만1790주 취득했다. 하지만 에이프릴바이오는 지난 13~14일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경쟁률이 14.43대 1에 그치며 희망공모가범위(2만~2만3000원)에 못 미치는 1만6000원으로 공모가가 확정됐다. NH투자증권으로서는 5억원이 넘는 투자손실을 본 셈이다.
증권사 가운데 한국투자증권은 IPO기업의 상장전 투자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증권사로 꼽힌다. 이는 한국투자증권 IPO를 총괄하는 배영규 IB그룹장의 경영지론이기도 하다.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상장주관을 맡은 IPO기업들을 살펴보면 아셈스, 인카금융서비스, 브이씨, 노을, 유일로보틱스, 지투파워, 대명에너지, 범한퓨얼셀, 보로노이, 코난테크놀로지, 새빗켐 등인데 이 가운데 상장 전 지분을 가지고 있는 기업은 브이씨, 노을, 유일로보틱스, 지투파워, 범한퓨얼셀, 새빗켐 등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이 사전투자한 기업 가운데 유일로보틱스와 지투파워는 ‘따상’에 성공하기도 했다. 특히 유일로보틱스의 경우 벤처기업에 대해 상장주관사의 이해관계인 지분율 기준이 5%에서 10%까지 확대되는 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4월 28일 제3자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율을 9.42%(59만9950주)까지 확보했다. 당시 투자금은 30억원으로 주당 5000원에 매입했다.
유일로보틱스는 수요예측을 통해 공모가가 1만원으로 결정됐고 3월 18일 상장 첫날 2만6천원에 거래됐다. 한국투자증권의 의무보유기간인 1개월이 지난 4월 15일 유일로보틱스 종가는 2만4250원이었고 최근까지도 2만원대 주가를 유지하고 있다. 상장 후 1개월이 지난 유일로보틱스 보유지분을 모두 매각했다면 한국투자증권의 투자차익은 115억원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