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한 세대 20일 이주 결정으로 이달 말부터 철거 시작
산성구역·둔촌주공 등 사태···정비사업, 만능 도깨비 방망이 아냐 시선도

산성구역 재개발 사업 조감도 / 사진=성남시
산성구역 재개발 사업 조감도 / 사진=성남시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재개발의 9부능선인 관리처분인가까지 받고도 답보상태에 있던 성남 산성구역이 사업에 속도를 내게 됐다. 그동안 사업 진척의 발목을 잡던 이주가 이날 완벽하게 완료되면서 석면해체 및 철거작업을 시작할 수 있게 된 영향이다. 성남 구도심에 위치한 산성구역은 행정구역상 서울은 아니지만 서울과 초근접해 있는 입지인데다 위례와 강남, 판교 접근성이 좋은 곳으로 평가돼 시장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산성구역의 거주자 한명이 이날 이주를 하면서 장장 1년 9개월 간 끌어온 이주를 완료하게 됐다.

산성구역 재개발 사업은 수정구 산성동 1336 일대에 최고 29층 43개동 3372가구의 대규모 아파트를 건립하는 사업이다. 조합은 지난 2016년 대우건설·GS건설·SK에코플랜트 컨소시엄을 시공사로 선정했다. 이 사업장은 2020년 9월 초 관리처분인가를 받고 10월 말부터 주민이주를 개시했다. 통상 관리처분인가 절차는 재개발의 9부 능선을 넘었다는 평가와 함께 리스크가 적은 안정적 투자처로 평가된다.

다만 이 사업장은 예외였다. 대부분의 사업장은 이주시기를 반년도 채 걸리지 않는 것으로 일정을 잡지만 이곳은 1년 9개월이나 걸렸다. 갈 곳을 찾지 못한 거주민들이 조합의 퇴거조치를 반대하며 이주를 거부해서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체 거주자의 98%가 이주했지만 단 2%가 사업진척을 가로막았다. 결국 이들은 법원에 강제퇴거 집행정지를 신청하는 등 올해 초까지도 조합과 갈등을 이어왔다.

그러는 사이 조합원들의 재산권이 묶이는 시기도 길어졌다. 투기과열지구인 성남시 내 재개발 사업장은 관리처분인가 획득 이후로 입주권 거래가 제한된다. 인근에 2020년 준공된 산성역 포레스티아의 전용 84㎡가 지난달 12억5000만원에 거래가 됐지만 이곳은 10년보유, 5년거주, 1주택자 등 일부 예외사항에 적용되는 소수의 조합원을 제외하고는 매도는 시도 조차 불가능하다.

조합 입장에서는 그 사이 원자재 값이 상승하며 공사비 증액 부담을 떠안게 됐다. 실제 인근에 위치한 사업장인 수진1구역과 신흥1구역은 높아진 공사비 탓에 올 들어 거듭된 입찰공고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시공사를 선정하지 못했다.

한편 그동안 관리처분인가 이후의 절차를 밟는 재개발 재건축은 부동산 투자에서 마치 부를 축적하는 대표적 투자처로 꼽혔지만 사업지연 사례가 빈번히 발생하며 등 돌리는 이들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게 둔촌주공이다. 둔촌주공은 애초에 공사비 증액건에 대한 입장차로 갈등을 빚다가 최근에는 조합장 사퇴 등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다음달 말 사업비 대출만기까지 도래하는 상황에서 조합이 기한 내에 대출금을 갚지 못하고 파산하면 최악의 경우 시공단이 대위변제를 하며 이후 압류 및 경매를 진행할 수도 있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부동산 시장에서 사업이 어느정도 진도를 낸 재개발, 재건축 사업이 준공 후 높은 가치를 인정받으며 부자를 만들어주는 도깨비 방망이처럼 인식됐다”며 “하지만 최근 들어 생각지도 못한 일로 사업이 지연되며 재산권이 묶이자 선호하는 이들도 예전보다 줄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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