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원화 약세에 영향
美 실질임금 하락 및 수요 둔화···달러가치 하락 가능성도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4.0원 내린 1,313.4원에 마감했다./사진=연합뉴스
19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4.0원 내린 1313.4원에 마감했다./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최근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를 지속하며 오름세를 이어오고 있는 가운데 시장에서는 하반기에도 원·달러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긴축 정책으로 미국 내 경기침체 우려가 확대되는 만큼 달러 강세가 소강상태에 진입할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종가보다 4.0원 내린 1313.4원에 마감했다. 지난 15일 원·달러 환율이 1320원을 돌파한 이후 다소 떨어진 모습이지만 시장에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 심화와 미국의 긴축 정책으로 당분간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실제로 미국의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기존 전망치보다 높은 9.1%를 기록하면서 시장에서는 미국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1%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는 가능성이 대두된 바 있다.

한미 간 기준금리 역전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외국인 자금이탈 우려가 커진 점도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2021년 7월 4457억 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지난 6월 기준 4145억원 달러로 7% 감소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한국과 미국의 내외금리차 역전 상황에서 이어지는 대외 신용 리스크는 국내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유출을 자극할 가능성이 높다”며 “따라서 국내외 펀더멘털이나 수급 측면 등을 고려할 때 원·달러 환율의 상승 추세는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도 “원·달러 환율이 4분기 평균 1320원으로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한국 무역수지가 중국, 독일, 대만 등과는 달리 지난해 말 이후 적자로 반전됐으며 외환보유액이 감소하고 있다는 점은 원화에 불리한 환경”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한편에서는 외환시장의 단기적 변동성 확대가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달러가 약세로 전환돼 원화가 강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 연준이 ‘울트라스텝(한번에 1.0%포인트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달러 약세에 영향을 준 것이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연준은 1.0%포인트 금리 인상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친 바 있다. 지난 18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연준이 0.75%포인트 인상을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큰 폭의 금리 인상이 필요하지만 1.0%포인트 인상 시 과도한 경기 위축이 올 수 있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 13일 6월 CPI 발표 이후 연준이 1%포인트 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예측은 80%에 달했으나 현재는 30% 미만으로 떨어진 상태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중심으로 발생하고 있는 재고의 축적과 함께 실질임금이 낮아지는 모습은 거의 확정적으로 경기모멘텀을 둔화시키는 요소인 것으로 생각된다”며 “미국의 수요 둔화는 미국의 경기침체 가능성을 더욱 높이는 요소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장기적인 측면에서 달러 가치의 하락을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국과 글로벌 통화정책의 방향성은 여전히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요소이므로 원화가치 역시 중요 통화정책 회의때마다 변동성이 확대될 것”이라며 “공급망 회복과 유가 하락은 수입물가 및 교역조건을 개선시키면서 원화가치를 안정화시키는 동시에 강세로 이끄는 주요 요소”라고 분석했다.

정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여전한 변동성이 조금씩 완화되는 국면을 보이면서 1300원을 하회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장기적으로 올해 연말 기준 1200원대 초반 수준까지 하락할 여지가 있고 향후 1년여간 강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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