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분기 이후 8개 분기 연속 KB증권이 순이익 앞서
신한금투, 사모펀드 후유증 털어낸 올해 1분기 추격 성공
KB증권 ‘엔지켐생명과학’ 평가손실 효과에 역전 가능성도
[시사저널e=이승용 기자] 신한금융투자가 2020년 1분기 이후 9분기 만에 KB증권보다 많은 분기순이익을 낼 가능성이 관측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가 라임 등 사모펀드 사태 후유증에서 벗어나고 있는 가운데 KB증권이 엔지켐생명과학 유상증자 과정에 떠안은 실권주 때문에 2분기에 300억원대의 평가손실을 낼 것으로 분석되기 때문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연간실적에서도 2018년 이후 4년 만에 KB증권에 앞설 것으로 보인다. 신한금융투자는 사옥을 세일앤리스백 방식으로 매각하면서 4000억원가량의 순이익을 3분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 KB증권·신한금투 실적, 9분기 만에 크로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오는 21일 KB금융지주가 2분기 실적을 발표하고 신한지주는 다음날인 22일에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금융지주 실적발표와 더불어 증권사를 포함한 주요 계열사의 실적도 공개된다. KB증권의 실적은 21일, 신한금융투자의 실적은 22일 발표되는 셈이다.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앞서 1분기에 부진한 실적을 거뒀다. KB증권은 전년 대비 47.9% 감소한 1159억원의 순이익을 냈고 신한금융투자 역시 전년대비 37.8% 감소한 1045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2분기에도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는 증시 거래대금 축소와 채권금리 상승에 따른 평가손실 등으로 부진이 예상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KB금융은 증권 중심으로 비지이자이익 부진이 예상되며 신한지주 역시 증권 업황 악화에 따른 비이자이익 부진이 이익수준의 상단을 제한할 예정”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올해 2분기에 신한금융투자가 2020년 1분기 이후 9분기 만에 KB증권보다 많은 분기순이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KB증권은 올해 2월 엔지켐생명과학 유상증자 과정에서 떠안은 실권주에 대한 평가손실이 2분기 실적에 반영될 전망이다. KB증권은 유상증자 530만주 가운데 71.89%에 해당하는 실권주 380만9958주를 떠안으면서 졸지에 최대주주에 올랐다. 이후 지분을 줄였지만 여전히 261만5807주 (18.77%)를 보유하고 있다.
통상 증권사가 사들이는 상장주식은 차익을 남기고 팔기 위한 목적이기에 단기매매증권으로 분류하고 주가 변동에 따른 평가손익은 당기순이익 항목에 반영된다.
KB증권은 주당 2만8620원에 실권주를 인수했다. 1분기 회계기준일인 3월 31일 엔지켐생명과학 주가는 2만9350원에 장을 마치면서 KB증권은 이익을 냈다. 하지만 4월부터 엔지켐생명과학 주가가 급락했고 6월 30일 1만6050원으로 장을 마쳤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KB증권은 엔지켐생명과학 실권주 관련 매매평가손실이 340억원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 신한금투, 3분기·연간실적도 역전 유력
신한금융투자는 3분기에도 KB증권보다 많은 순이익을 낼 것으로 관측된다. 쌍용투자증권 시절인 1995년부터 살아온 서울 여의도 본사 사옥을 세일앤리스백(매각 후 재임대) 형태로 매각하기 때문이다. 세일앤리스백 방식의 본사 매각은 회계상 매각가와 장부가액 차이가 영업외수익에 반영되면서 당기순이익이 늘어나는 효과를 발생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사옥을 이지스자산운용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전날 발표했다. 매각 가격은 6395억원이고 이달말까지 매각을 완료할 예정이다. 매각차익은 약 4000억원 가량으로 3분기 실적에 반영될 예정이다.
신한금융투자는 사옥매각 효과로 올해 KB증권보다 많은 연간 순이익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금융투자가 KB증권보다 많은 순이익을 낸 것은 지난 2018년이 마지막이다. 신한금융투자가 4년 만에 역전하는 셈이다.
신한금융투자가 라임과 독일 헤리티지 등 부실사모펀드 판매 후유증으로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던 여파가 컸다. 지난해에도 홍콩계 젠투파트너스 충당금이 발목을 잡았다.
신한금융투자와 KB증권의 실적 격차는 KB금융-신한금융 간 리딩뱅크 경쟁에서 신한금융이 패배하는 주요 원인이 됐다.
지난해 지배주주순이익 기준 KB금융은 4조4096억원, 신한금융지주는 4조193억원을 기록했다. 4000억원 가량의 순이익 차이 가운데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간 순이익 격차만 2800억원에 달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사모펀드 부실에 대한 충당금 적립을 어느 정도 마치면서 올해 1분기에는 KB증권과 격차를 약 100억원으로 줄였다.
신한금융지주도 KB금융지주와 격차를 대폭 올해 1분기 KB금융의 지배주주순이익은 1조4531억원, 신한금융지주는 1조4004억원으로 격차가 약 500억원에 불과하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 끝난다. 연임을 위해서는 신한금융의 리딩뱅크 탈환이라는 명분이 필요한 상황이다.
정준섭 연구원은 “신한금융지주는 3분기 계열사 사옥 매각이익이 반영되고 지난해 실적 부담 요인이었던 펀드 사적 화해 비용도 올해 없어지면서 KB금융지주와 비슷한 이익 규모 달성이 예상된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