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기적 시각서 보험시장 재편 전망
통합추진단, 오는 12월까지 통합 전산시스템 구축
서로 결이 다른 두 기업 영업 방식과 기업 문화 차이 극복 '숙제'
"물리·화학적 결합 정도 따라 통합 시너지 효과 달라질 것"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KB금융그룹이 KB생명보험과 푸르덴셜생명의 내년 초 통합법인 출범을 목표로 합병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장기적 시각에서 보험시장이 재편될 수 있다고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서로 결이 다른 두 기업의 장점만 융합하는 일이 쉽지 않은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또한 화학적 통합에 난항을 겪고 있는 신한라이프 사례처럼 노사 간 갈등이나 인사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푸르덴셜·KB생명 통합추진단은 오는 12월까지 홈페이지, 사이버센터에 통합 법인 위상에 맞는 전산시스템 구축하기로 확정했다. 최근 통합추진단은 채널 시스템 공동 구축 프로젝트의 사전단계 및 구축 안정화 단계를 수행하기 위해 사업관리 전문조직(PMO) 공모에도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통합 전산시스템 구축이 완성되면 서로 달랐던 양 사의 업무 처리 절차·방식 등이 완전히 하나로 통합되고 그 동안 각각 운영돼왔던 고객 데이터도 하나의 시스템으로 관리할 수 있게 된다.
통합추진단은 업무 공간과 IT 통합을 포함한 물리적 결합 뿐만 아니라 기업문화 융화, 직원 간 화합 등의 화학적 결합까지 마무리할 계획이다. 양 사 통합 시 자산 규모 33조원에 달하는 업계 8위 생보사 탄생과 함께 KB금융그룹 비은행 포트폴리오도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기대만큼 과정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다. 당장 사명 결정 시기와 사옥 이전 문제를 놓고 내부에서는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통합 이전에 합병 소식과 계약 관리 등 안내문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데 사명이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시스템 적용과 안내문 배포 등에서 사전 작업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사명은 통합 생보사 출범 직전에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사옥 이전에 대한 여러 가능성도 존재한다. 현재 KB생명보험은 여의도 현대차증권 빌딩에 임대 계약을 맺고 있는 상태다. KB금융지주도 여의도에 있어 접근성이 뛰어나지만 그룹 주요 보험 계열사인 KB손해보험과 푸르덴셜생명이 강남 사옥을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KB생명보험이 이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물리적 결합이 원만히 이뤄졌다고 해도 화학적 결합은 또 다른 숙제다. 전속설계사(LP) 조직을 비롯해 종신보험에 강점이 있는 푸르덴셜생명과 독립법인대리점(GA) 채널에 전문성이 있는 KB생명보험의 영업 방식은 완전히 다르다. 생보업에서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두 채널의 장점을 살려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 가장 좋지만 실제 영업 현장에서는 이것도 저것도 아닌 상태에서 길을 잃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계 회사였던 푸르덴셜생명과 국내 금융그룹 계열사인 KB생명의 기업문화 차이도 풀어야 할 과제다. 그룹 차원에서 기업문화 개선과 이미지 쇄신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실무 현장에서 조직문화를 융합하는 작업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KB생명보험과 푸르덴셜생명이 본격적인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물리적 결합을 넘어서 화학적 결합이 필수라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물리·화학적 결합 정도에 따라 통합 시너지 효과가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통합을 잘 마무리해 고객과 주주, 직원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