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7700억원’ 올해 서울 최대 도시정비사업
조합 다음 달 3일 현장설명회···3분기 시공사 선정
현대·GS·DL 등 이탈에 대우·롯데 2파전 예상
지난해부터 공 들여···하반기 실적 변수될 듯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이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작업에 착수한 가운데 수주전은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2파전이 예고되고 있다. 공사비만 8000억원 규모로 서울에 몇 없는 대형 사업지인 데다 한강변 역세권 단지인 만큼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 두 건설사는 각각 국내 최고급 단지로 꼽히는 ‘한남더힐’, ‘나인원한남’을 시공한 전력을 살려 조합원 마음 잡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한남2구역 재개발 조합은 오는 23일 대의원회 회의를 거쳐 시공사 입찰 공고를 낼 예정이다. 시공사 선정을 위한 현장설명회는 다음 달 3일에 개최할 예정이다. 이후 3분기 안에 시공사를 선정한다는 목표다. 한남뉴타운에서 시공사 선정에 나선 건 한남3구역에 이어 두 번째다.
당초 한남2구역엔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롯데건설, DL이앤씨, 포스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등 많은 대형사들이 관심을 나타냈다. 하지만 출혈 경쟁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대거 이탈하면서 수주전은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의 대결로 압축됐다.
한남2구역은 ‘사업성’과 ‘입지’가 강점으로 꼽힌다. 재개발이 완료되면 용산구 보광동 272번지 일대 11만4580㎡ 부지에 지하 6층~지상 14층, 30개 동, 1537가구 규모 대단지가 들어선다. 일반 분양 비율(45%)이 높고 평균 대지지분(55.44㎡)이 많아 한남3구역(각각 27%, 48.84㎡)보다 사업성이 양호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서울 강북 한강변에서도 중심부인 용산구에 자리한 데다 서울 지하철 6호선 이태원역과 붙어있는 역세권 단지라는 점도 눈길을 끄는 요인이다.
대우건설과 롯데건설은 그동안 한남2구역에 오랜 기간 공을 들여왔다. 두 건설사는 지난해 일찌감치 사업지 내 사무실을 차리고 홍보활동을 펼치며 강한 수주 의지를 드러냈다. 각각 하이엔드 브랜드인 ‘써밋’(대우건설)과 ‘르엘’(롯데건설)을 앞세워 수주전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두 건설사 모두 한남동 일대에서 국내 최고가 아파트 단지를 시공한 경험이 있다. 대우건설은 ‘한남더힐’, 롯데건설은 ‘나인원한남’을 지었다. 두 아파트는 국내 최고 부촌으로 꼽히는 곳으로 시세가 강남 재건축 단지를 웃돈다. 한남더힐의 경우 지난 5월 110억원에 거래돼 눈길을 끌었다. 두 건설사는 국내 최고급 아파트 준공 경험을 강조한 수주 전략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한남2구역은 도시정비사업 실적 측면에서도 두 건설사에 의미가 큰 사업장이다. 한남2구역의 추정 공사비는 7700억원이다. 올해 시공사 선정에 나서는 서울 도시정비사업지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이곳 다음으로 큰 사업장은 강서구 방화5구역 재건축(예상 공사비 5200억원)과 방배동 신동아 재건축(5000억원)이 있다. 수주 여부에 따라 하반기 실적을 가를 전망이다.
롯데건설은 상반기 도시정비 신규 누적 수주액 2조7406억원을 기록하며 2위 GS건설(3조2107억원) 뒤를 바짝 쫓고 있다. 한남2구역을 수주할 경우 현대건설·GS건설과 함께 ‘빅3’ 입지를 굳힐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한남2구역 수주전에 올해 전사적 역량을 집중한다는 게 롯데건설의 구상이다.
대우건설은 상반기 경쟁사에 비해 다소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만큼 하반기 동안 수주액을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4월까지 마수걸이 수주를 하지 못했지만 5월부터 연달아 수주고를 올리며 현재까지 수주액 2조4432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실적인 3조8992억원을 넘기려면 1조5000억원어치 일감을 더 따내야 한다. 수주에 성공한다면 3조 클럽 가입은 물론 올해 서울 한강변 사업장을 따내며 도시정비사업 강자의 저력을 보여줄 수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한남2구역 수주전에 도시정비 강자인 현대건설·GS건설·DL이앤씨 등이 빠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대우건설과 롯데건설 입장에선 해볼 만한 수주전이 됐다”며 “서울 한강변에서 노른자 입지로 꼽히는 한남뉴타운에서 현대건설에 이어 두 번째로 깃발을 꽂을 수 있는 기회인 만큼 경쟁이 치열할 전망이다”고 말했다. 이어 “한남2구역은 웬만한 사업장 2~3곳을 합친 규모로, 수주에 성공한 건설사는 하반기 실적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