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 “8천억 대환대출 검토하지 않기로···많은 혼란드려 죄송”
조합원 반발 커지자 진화나서···조합장 사퇴 이후 두 번째 태도 변화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둔촌주공 조합이 새로운 대주단을 통한 8000억원 규모 사업비 대환대출을 실행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국내 증권사 2곳과 대환대출 관련 협의를 진행해 왔으나 조합원들이 크게 반발하자 한발 물러난 것이다. 집행부 해임 움직임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 모양새다.

1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둔촌주공 조합은 전날(18일) 밤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이사진은 조합원들의 관심사항인 ‘대위변제 대비를 위한 8000억원 대출안’을 더 이상 검토하지 않기로 했다”며 “많은 혼란을 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조합은 시공사 교체를 검토하고 있지 않으며 시공단과 함께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 협의를 계속해 빠르게 공사 재개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조합 내부에서 사업비 대환대출 관련 반발이 커지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둔촌주공은 기존 대주단으로부터 다음 달 만기가 도래하는 7000억원 규모 사업비 대출과 관련해 만기 연장 거절 통보를 받은 상황이다. 조합 안팎에서 조합원당 1억여원의 금액을 상환해야 하고, 상환하지 못할 경우 조합이 파산하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 그래픽=시사저널e DB

논란이 커지자 김현철 둔촌주공 조합장은 지난 14일 사업비 대환대출을 실행할 새로운 대주단을 구했다고 밝혔다. 조합원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여러분께서 걱정하고 있는 8월 23일 만기 예정인 7000억원의 만기 상환 방법이 마련됐다”며 “주간 금융기관으로부터 사업비대출 관련 최종 확정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대출 규모는 8000억원으로 대출조건을 총회 책자에 상세히 기술할 예정이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신규 대주단 구성과 대출 금리, 조건 등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하지 않아 조합 내부에선 혼란이 가중됐다.

조합원들은 불분명한 정보에 불안감을 토로했다. 시공사 보증이 없고 사업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어느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해주냐는 것이다. 조합원들 사이에선 외국 자본이나 사채를 끌어오는 게 아니냐는 등 온갖 추측이 난무했다. 일각에선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실체 없는 조건을 제시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이후 김 조합장이 18일 돌연 사퇴하면서 의구심은 더욱 커졌다. 조합은 “국내 증권사 2곳과 협의해 대환대출 관련한 제안을 받았고 검토 예정이다”고 해명했지만 여전히 세부사항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키웠다.

조합 집행부 해임 추진이 본격화됐다는 점도 조합의 태도가 변한 요인으로 꼽힌다. 비상대책위원회격인 둔촌주공 조합 정상화 위원회는 다음 달 중으로 조합 집행부를 해임하고 공사 재개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달 8일부터 조합 집행부 해임발의서를 모으고 있다. 아울러 지난 13일엔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사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 함께 협의체를 구성해 공사재개 관련 사안을 논의하는 등 조합 내 영향력을 키우고 있다. 대주단 논란으로 조합 불신이 커지자 해임 추진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집행부 전원 해임이라는 최악의 경우를 피하자는 판단 아래 조합장 사퇴에 이어 대환대출 계획을 철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 현장에 시공사업단의 공사중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공사업단은 지난 15일부터 공사 중단을 한 상태다. 공사비 증액 등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의 EOD로 극적 타결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 사진=연합뉴스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올림픽파크포레온) 공사 현장에 시공사업단의 공사중단 현수막이 걸려 있다. 시공사업단은 지난 15일부터 공사 중단을 한 상태다. 공사비 증액 등을 둘러싼 양측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금융권의 EOD로 극적 타결을 맞게 될지 주목된다. / 사진=연합뉴스

둔촌주공 조합이 사업비 대환대출을 포기하면서 시공단의 대위변제가 실행될 것으로 보인다. 시공단이 조합 대신 사업비 대출을 상환하고 조합 측에 구상권을 청구하게 된다. 다만 구상권을 청구할 경우 조합은 사업 소유권을 시공단에 빼앗기게 된다. 시공단에선 대위변제에 대비해 대출 상환을 위한 7000억원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은 서울 강동구 둔촌1동 170-1번지 일대에 지상 최고 35층 85개 동 1만2032가구(임대 1046가구 포함) 규모의 아파트와 부대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일반분양 물량만 4786가구에 달한다. 공사비 증액 등을 둘러싼 갈등으로 지난 4월 15일부터 공사가 중단됐다. 서울시가 중재에 나서면 그간 쟁점이 됐던 사안들에 대해 견해 차이를 좁히는 듯했지만 상가 분쟁이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면서 협상이 난항에 빠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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