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 레버리지 ETN 이달 들어서만 -30% 안팎 수익률
경기 침체 우려 영향···최대 수요국인 중국의 수요 부진 우려 커져
중국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 나올 가능성은 원자재 가격에 긍정적 요인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인플레이션 시대 유망 투자처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받았던 원자재 ETN(상장지수증권)이 최근 들어 급전직하 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철광석과 니켈, 구리 등 산업재에 투자하는 레버리지 ETN의 하락폭이 컸다. 최대 수요국인 중국을 중심으로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위축 우려가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18일 한국거래소 정보데이터시스템에 따르면 대신증권의 ‘대신 2X 철광석 선물 ETN(H)’은 이달 들어 지난 15일까지 마이너스(-) 36.4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302개 ETN 중에서 가장 저조한 수익률이다. 이 ETN은 싱가포르 거래소에 상장된 철광석 선물의 가격 상승에 두 배 연동되도록 구성된 상품이다. 

표=정승아 디자이너.
7월 1~15일 기준. / 표=정승아 디자이너.

다른 원자재 투자 ETN들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인 니켈에 투자하는 ‘대신 2X 니켈 선물 ETN(H)’은 이번 달에만 -33.1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이 ETN 역시 니켈 선물 가격 상승의 두 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으로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률 저하폭이 일반 ETN 대비 컸다. 

구리 레버리지 ETN 역시 수익률이 저조했다. 총 7종의 구리 레버리지 ETN 중에서 삼성증권의 ‘삼성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H)’이 -30.65%로 가장 낮았고 KB증권의 ‘KB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H)’이 -30.52%, 하나증권의 ‘하나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H)’이 -30.16%를 기록했다. 신한금융투자의 ‘신한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 한국투자증권의 ‘TRUE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 NH투자증권의 ‘QV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H)’, 메리츠증권의 ‘메리츠 레버리지 구리 선물 ETN(H)’은 -20% 후반대 수익률을 보였다.

이는 올해 상반기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뚜렷했던 것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흐름이다. 철광석의 경우 싱가포르거래소 기준 지난해 11월 톤당 91달러선에서 올해 3월 말 160달러에 가깝게 상승한 바 있다. 그러다 이후 가격 하락세가 두드러졌고 지난 15일 톤당 103.7달러로 내려앉았다. 이는 지난달 말 120.15달러와 비교하면 13.6% 하락한 것이다. 
  
니켈과 구리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니켈 선물 계약 가격은 지난 15일 톤당 1만9333달러로 지난달 말 2만3700달러 대비 18% 넘게 하락했다. 니켈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 이후 러시아산 니켈 공급이 중단되면서 가격이 급등한 바 있는데 지난 3월에는 톤당 4만841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구리 선물의 경우 최근 LME에서 톤당 7158달러로 거래됐다. 지난 3월 1만달러를 넘어선 것을 감안하면 가파른 하락세다. 지난달 말 8358달러와 비교해도 14% 넘게 하락한 상황이다. 구리는 코로나19 팬데믹(대확산)이 발생한 이후 꾸준히 가격이 상승해왔던 원자재라는 점에서 이번 하락세가 주목된다. 

이 같은 추세는 공급 보다는 수요 측면에서의 우려가 깊게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철광석과 비철금속인 니켈과 구리는 대표적인 산업재로 경기민감도가 높은 원자재다. 산업 곳곳에 쓰이는 구리의 경우 글로벌 경기를 잘 반영한다고 해 ‘닥터쿠퍼’(Dr. Copper)라는 별칭도 있을 정도다. 그동안 원자재는 공급망 병목 문제와 코로나19 방역 완화 기대에 따른 경기 회복 기대에 따라 가격이 상승해왔지만 주요국의 금리 인상 여파로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특히 중국의 경제 부진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점이 이들 원자재 가격에 부정적이었다. 중국은 철광석과 니켈, 구리의 세계 1위 소비국으로서 중국 내 수요 확대 여부가 이들 원자재 가격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중국은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봉쇄 조치를 지난 2분기에 시행하면서 0%대 성장률을 보이는 상황이 발생했고 향후 전망도 밝지 않다.

실제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연이어 하향 조정했다. 일본 노무라증권은 중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9%에서 3.3%로 낮췄다. 스위스 UBS는 4.2%에서 3.0%로 내렸고 뱅크오브아메리카는 4.2%에서 3.5%로 조정했다. 한국은행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올해 중국의 성장률이 가파른 ‘V’자 반등 보다는 완만한 ‘U’자형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부양책을 꺼내들 수 있다는 점은 이들 원자재 가격에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한 투자업계 전문가는 “올해 가을 당대회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장기 집권을 확정 짓기 위해선 경제적인 성과가 필요하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됐던 혁신 기업 규제를 푼 것도 이 같은 이유”라며 “중국 내 경기가 활성화될 경우 산업용 원자재 가격의 하방은 단단해질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중국이 올해 1조5000억위안(약 292조원) 규모의 지방 특별채권을 추가로 발행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해당 특별채권은 중국 정부의 공공 인프라 투자 확대에 쓸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경우 산업재의 수요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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