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독립 법인 사이의 문제” 입장 고수

네이버 제2사옥/ 사진=네이버
네이버 제2사옥 '1784'/ 사진=네이버

[시사저널e=이하은 기자] 네이버 노조 계열사 조합원들이 파업을 포함한 단체행동에 돌입한다고 밝혔다. 이들 계열사는 네이버 포털을 비롯해 라인, 제페토, 클라우드 등 네이버 전 사업 운영에 참여중이다.  

18일 네이버노조 공동성명은 5개 계열사 조합원을 대상으로 지난 14~15일 쟁의찬반투표한 결과 모두 가결됐다고 밝혔다. 계열사 5곳은 엔테크서비스(NTS)·엔아이티서비스(NIT)·컴파트너스·그린웹서비스·인컴즈 등이다. 파업 찬성률은 NTS 94.55%, NIT 95.45%, 컴파트너스 86.05%, 그린웹서비스 91.58%, 인컴즈 86.61% 등이다. 

◇ 노조, 파업 언급···포털부터 제페토·라인 영향권

노조는 이번 결의를 “파업을 포함한 단체행동”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네이버가 계열사 간 임금격차를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네이버 노조에 따르면 5개 계열사의 신입 초임은 네이버의 55~60% 수준으로 차이가 크다. 직군마다 차이가 있으나 초봉은 2000만원 초반 수준이며, 평균 연봉은 3000만원대다.

노조와 네이버 계열사는 조정회의까지 거쳤지만 여전히 입장은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앞서 네이버 5개 계열사는 각각 10~13차례에 걸쳐 교섭을 진행했다. 회사는 ‘임금인상률 5.7~7.5%’를 제기했고, 노조는 ‘10% 인상’을 요구하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렬됐다. 지난달 네이버 노조와 경영진은 경기, 서울, 강원 등 3개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조정회의를 진행했으나 양측 모두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 결국 2차 조정마저 중단됐다. 

노조는 네이버 본사의 책임론을 강조하지만, 네이버가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면서 갈등이 좁혀지지 않아 파업 가능성도 제기된다. 5개 계열사는 네이버가 100% 지분을 소유한 네이버아이앤에스가 소유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네이버가 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반면, 네이버는 각 계열사가 네이버와 분리된 독립 법인이기 때문에 간섭할 수 없단 입장이다. 이런 이유로 네이버는 지난달 열린 경기·서울·강원 지노위의 조정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각 지노위에 따르면 사측에서 독립된 사업장이라고 주장했기에 위원회에서도 이를 수용해 당사자 간의 조정만 했다. 

노조 관계자는 “조합원을 대상으로 오늘부터 다양한 단체행동을 펼쳐갈 예정”이라며 “파업을 포함해 더 힘있고 강력한 단체행동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인 단체활동 방식과 일정은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다.

네이버노조가 파업에 돌입하게 될 경우 네이버 서비스 전반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들 계열사는 개발, 디자인, 마크업, 품질관리, 고객센터, 업무지원, 데이터센터 운영 등 모든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파업에 돌입하면 네이버 포털 광고부터 쇼핑, 콘텐츠, 라인, 클로바, 클라우드 등 네이버의 전 서비스가 영향을 받게 된다. 

◇ 올해 상황 달라···파업 전 합의 가능성도

2019년 단체교섭이 결렬된 네이버 노동조합이 첫 쟁의를 연 모습./ 사진=시사저널e DB
2019년 단체교섭이 결렬된 네이버 노동조합이 첫 쟁의를 연 모습./ 사진=시사저널e DB

다만, 네이버가 연봉인상으로 영업이익에 타격을 입은데 이어 주가마저 하락세란 점이 노조 입장에서 부담이다. 지난 1분기 네이버의 영업이익은 인건비 상승과 마케팅비 지출로 전분기 대비 14.1% 감소해 3018억원에 그쳤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의 전일 주가는 23만1000원으로 1년 전 고점(46만5000원) 대비 반토막 수준이다. 이에 노조 내부에서도 지난해와 달리 주장을 관철하기 어려운 상황이란 시각도 나온다. 

실제 파업 전 합의에 이를 수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많은 이용자가 불편을 겪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측뿐만 아니라 노조에게도 부담이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열린 ‘네이버 밋업’에서 네이버는 글로벌 월간 이용자 수가 7억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까지 파업의 영향권 아래 놓이기 때문에 신중할 수밖에 없단 분석이다.

실제 과거에도 네이버 노사는 조정 결렬로 첨예하게 대립했지만, 한 걸음씩 양보해 잠정합의를 이룬바 있다. 2019년 네이버 노조는 쟁의행위로 파업 가능성을 시사하며 사측을 압박했다. 결국 양측은 이용자가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협력한다는 ‘공동협력의무’ 조항에 합의하면서 절충에 성공했다.

네이버가 본사 차원에서 중재에 나서게 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최수연 대표는 취임 때부터 소통행보를 보이며 네이버 전 계열사와 사내 독립법인, 파트너사 등 ‘팀네이버’ 간 협업을 강조한 바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네이버 입장에서 손해가 막심하다. 노조도 비난의 화살을 피하기 힘들 것”이라며 “네이버가 독립경영을 한다고 하지만, 서로 양보안을 내놓지 않겠나”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