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호 경영리더가 직접 챙겨···식물성 식품, 미래 사업으로 낙점
K푸드 불모지 유럽 공략···CJ제일제당 우위 점할 수 있을지 지켜봐야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담당 경영리더(상무)의 작품인 ‘플랜테이블’(PlanTable)이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 CJ제일제당은 특히 유럽 식품시장을 본격화하며 식물성 식품(Plant-based) 사업을 본격화하고 그룹 미래 성장엔진 추진을 가속화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농심, 풀무원, 신세계푸드 등 굵직한 식품 대기업들이 식물성 식품 시장에 도전하고 있어 CJ제일제당의 플랜테이블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 관심이 모인다.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최근 해외 시장 확대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올 초 CJ제일제당은 본사 조직을 글로벌 헤드쿼터(HQ)와 한국 식품사업으로 분리하고 글로벌 HQ 아래 식품성장추진실을 신설했다.
특히 CJ제일제당은 식물성 식품 사업을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고 2025년까지 매출 2000억원, 2027년까지 매출 5000억원 규모로 사업을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현재 CJ제일제당 유럽시장 연간 매출이 600억원정도라는 점에서, 이번 목표는 5년 안에 8배 성장시키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CJ제일제당 플랜테이블은 이선호 경영리더가 직접 챙기는 사업이며, 이번 글로벌 공략도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해외 시장 동향을 공유하는 등 적극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CJ제일제당이 식물성 식품 도전에 나선 데는 높은 잠재력에 있다. 식물성 식품은 고기·생선·우유 등 동물에서 유래한 모든 식품을 식물성으로 대체한 것을 말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기준 글로벌 식물성 식품 시장 규모는 ▲미국 2조4642억원 ▲영국 8214억원 ▲독일 3796억원 ▲일본 3626억원이다. 반면 국내는 지난 2020년 94억원, 지난해 111억원으로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
국내 식물성 식품 시장 규모는 오는 2025년에도 181억원 밖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CJ제일제당은 국내 소비자 1200여명을 대상으로 자체 조사했다. 그 결과 소비자 절반(51%)은 대체육을 알고 있으나 맛과 제한적인 메뉴 때문에 구매하지 않아 구매율은 10%에 불과했으나 구입 의향율은 27%에 달했다.
정현학 CJ제일제당 식품전략기획담당 부장은 “CJ제일제당 자체 조사결과에 착안해 오늘 기준으로 기존 플랜테이블 비비고 만두에 이어 떡갈비·함박스테이크·주먹밥 등을 추가 출시했고, 다음주 쯤 대형마트 등에서 만나볼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먹거리에 대한 플랜(계획)’을 제공하겠다는 CJ제일제당 목표에 따라 식물성 식품 종류를 확대해 더 많은 소비자들에게 경험을 증폭시키겠다는 것이다.
다만 CJ제일제당의 전략이 시장에서 얼마나 통할지는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서 농심과 풀무원은 각각 포리스트 키친과 플랜튜드로 식물성 식품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고 신세계푸드는 ‘배러미트’, 동원F&B는 ‘비욘드미트’ 등을 선보이고 있다. 국내 굵직한 식품 기업들이 너도나도 식물성 식품에 뛰어드는 상황에서 CJ제일제당이 일반 비비고만큼 시장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는 대목이다.
무엇보다 CJ제일제당의 플랜테이블 브랜드 상품 가격은 시중 유통되는 상품들보다 높은 편에 속한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미국, 일본에서는 식물성 식품이 일반 식품 대비 10~50%가량 비싸다”며 “플랜테이블 소비자 가격은 기존 판매하던 제품보다 소폭 비싸거나 유사하게 설계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CJ제일제당이 공략하는 ‘유럽 진출’은 이미 CJ가 쓴 맛을 본 부분이기도 하다. 앞서 CJ는 그룹 차원에서 K푸드를 목표로 유럽에 불고기, 비빔밥 등 팝업스토어를 열며 시장 진출에 나섰으나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로써 CJ는 유럽 대신 미국으로 눈을 돌렸고, 미국 냉동식품 업체인 슈완스를 인수해 비비고로 미국 만두 점유율 1위를 달성했다.
그럼에도 CJ제일제당이 유럽 시장 공략에 나서려는 데는 아직 유럽에 뚜렷한 아시아 푸드 강자가 없기 때문이다. CJ제일제당은 오는 2025년까지 매출 2000억원도 국내보다도 해외에서 성과를 내겠다고 공언했다. 유럽 식품시장은 K푸드 불모지로 불릴 만큼 한식 점유율이 낮다. 다만 CJ제일제당이 아직 유럽 공략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비비고 만두는 지난해까지 연평균 38%의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이 성과가 플랜테이블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하는 상황이다.
다만 플랜테이블의 맛은 아직 개선해야할 과제로 남겨졌다. CJ제일제당은 고기를 대체하는 식물성 소재인 ‘TVP’(Textured Vegetable Protein)를 독자적인 기술력으로 개발해 고기 함량이 높은 떡갈비 등에 적용했다고 했다. TVP는 대두·완두 등을 자체 공법으로 배합해 만든 식물성 단백질로, CJ만의 차별화된 R&D와 제조 기술을 통해 단백질 조직들이 촘촘히 엉겨 붙도록 만들어 실제 고기에 버금가는 탄력 있는 육질과 육즙을 구현한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플랜테이블 식품은 경쟁사와 달리 일반 고기와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식감이나 맛에서 뒤쳐진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정 부장은 “식물성 식품에 도전한 비욘드미트(Beyond Meat) 등 스타트업 회사들은 기술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네슬레(Nestle)나 코나그라(Conagra)는 M&A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며 “CJ제일제당도 M&A를 통한 플랜테이블 사업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고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맛품질은 물론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가치를 전하기 위해 영양을 고려하고 첨가물은 줄이며 지속 가능한 대체 단백 연구에 집중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제품 라인업을 확대하고 연구개발을 지속해 식물성 식품 사업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