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락폭 전월비 2배···수도권 낙폭 두드러져
전국 집값 2년 10개월 만에 하락 전환
금리인상·경기침체 우려에 매수세 감소
전셋값도 하락···조정기 돌입 분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지난달 전국 집값이 2년 10개월 만에 하락 전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아파트 가격 내림세가 두드러졌다. 단기간 급등한 집값과 높은 대출 금리 부담에 부동산 매수 심리가 위축된 결과로 풀이된다.
15일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주택종합(아파트, 연립·단독 포함)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01%하락했다. 전국적으로 월별 집값이 하락한 것은 2019년 8월(-0.05%) 이후 2년 10개월만이다.
아파트 낙폭이 가장 컸다. 전국 아파트값은 지난달 0.1% 내렸다. 5월(-0.05%) 대비 내림폭이 2배 커진 것이다. 상반기 누적 변동률은 전국이 0.16%를 기록한 가운데 수도권은 0.47%로 하락폭이 가장 컸다.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0.08% 하락했다. 경기와 인천의 아파트값은 지난달 각각 0.16%, 0.23% 하락하며 올해 들어 월별 최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아파트값 약세는 고강도 대출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데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대출금리 인상 압박까지 가해지면서 매수세가 급격히 줄어든 영향으로 보인다. 실제로 이날 부동산원이 발표한 이번 주(7월 11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6.4로 전주 대비 0.4 포인트 내렸다. 10주 연속 하락세로 2019년 7월 15일 조사(85.6) 이후 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시장에 아파트를 팔려는 사람은 많은데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는 의미다. 수도권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일주일 새 0.3포인트 내린 89.4로 나타났다. 이 역시 2019년 8월 첫째 주(89.0) 이후 가장 낮았다.
또 국토연구원 부동산시장연구센터가 전날 발표한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의 주택 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는 103.0으로, 전달의 109.4보다 6.4포인트 하락했다. 전달과 마찬가지로 보합 국면을 유지한 것으로, 최근 위축된 주택 매매심리가 반영됐다. 수도권에서는 서울이 112.9에서 103.4로, 경기가 108.1에서 100.9로 각각 내리면서 역시 보합을 나타냈다. 국토연구원은 소비심리지수를 토대로 부동산 시장 상황을 상승(115 이상)·보합(95~115 미만)·하강(95 미만) 3개 국면으로 구분한다.
반면 연립주택과 단독주택 가격은 강보합세를 나타내다. 지난달 전국 연립주택(빌라) 가격은 0.04% 올라 전달(-0.02%) 대비 상승 전환했다. 단독주택 가격은 지난 4월부터 3개월 연속으로 월별 최고 상승률(0.24%)을 기록했다.
임대차 시장에선 전셋값은 내린 반면 월세는 강세를 나타냈다. 전국 주택 전세가격은 지난 5월 보합에서 지난달 0.02% 하락으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0.11% 내렸고, 서울도 0.04% 하락했다.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올해 6개월 내내 하락해 상반기 누적 하락률 0.64%를 기록했다. 인천의 경우 연수구의 하락세로 올해 들어 최고 하락률(-0.49%)을 나타냈다. 상반기 연수구의 아파트 전셋값은 6.15% 낮아졌다. 이는 부동산원이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03년 이래 상반기 기준 자치구 내 최고 하락률이다.
5대 광역시(-0.27%)와 지방(-0.05%)의 아파트 전셋값도 줄줄이 하락했다. 부동산원은 “서울은 높은 전셋값과 금리인상 부담 속에 구축 위주로 매물이 누적되면서 하락폭이 확대됐고, 경기·인천은 신규 입주물량 등의 영향을 받고 있다”며 “지방은 대구·대전 등을 중심으로 입주물량 부담이 가중되면서 하락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수도권 아파트 월세는 지난달 0.24% 오르면서 5월(0.23%)보다 상승 폭이 더 커졌다. 서울 아파트 월세도 5월 0.05% 상승에서 지난달 0.07% 올랐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연립주택(빌라) 월세도 오름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