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까지 공급 부족현상 이어질 것”
부산사업장, 하이엔드 제품 생산거점으로 구축·
[시사저널e=이호길 기자] 삼성전기가 하반기 중 부산사업장에서 서버용 플립칩(FC)-볼그리드어레이(BGA) 양산에 나선다. 2027년까지 반도체 패키지 기판 공급 부족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3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부산사업장을 고부가가치 FC-BGA 생산 기지로 전문화할 예정이다. 이곳에서 하이엔드 제품 생산을 확대해 일본 이비덴, 신코덴키 등과 함께 글로벌 3강으로 도약하겠단 포부다.
부산 강서구 송정동에 위치한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은 약 26만3000제곱미터(㎡) 부지에 20개 이상의 건물이 들어섰다. 부산사업장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핵심 원료 생산이 시작되면서 MLCC 비중이 높았으나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이후 FC-BGA 핵심 생산거점이 됐다. 비대면 수요 급증 영향으로 반도체 패키지 기판 투자가 활성화된 탓이다.
◇삼성전기, FC-BGA 고객사 확보···1조9000억원 투자
FC-BGA 생산은 패키지 기판의 원재료인 동박적층판(CCL)에 절연재료(ABF)와 구리 배선을 얹고 노광·식각 공정을 통해 전기가 흐르는 통로(비아)를 만드는 방식으로 회로를 형성한다. 이후 전기적 신호를 연결하기 위해 도금 공정을 한 뒤 테스트 검사를 마친다. 이 공정은 자동화된 장비를 활용해 이뤄진다.
FC-BGA는 고집적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를 연결하는 패키지 기판으로 PC, 서버, 네트워크, 자동차 등 고밀도 회로 연결을 요구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등에 쓰인다. 고성능 반도체 활용 폭이 넓어지면서 FC-BGA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다.
삼성전기는 PC와 네트워크용 FC-BGA에 이어 서버용 제품을 하반기 중에 양산한단 계획이다. 서버용 FC-BGA는 일반 PC용 제품보다 기판 면적이 4배 이상 크고, 층수도 20층 이상으로 2배 이상 많아 높은 기술력이 요구된다. 이 때문에 양산 가능한 업체도 이비덴과 신코덴키 등 일부 업체로 제한된다.
삼성전기는 FC-BGA 글로벌 3강 도약을 위해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3월 부산사업장에 3000억원 규모를 투자했고, 지난달 부산과 세종사업장에 3000억원 추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베트남 생산법인 생산력 확대를 위해 투입된 1조3000억원까지 합하면 총 비용은 1조9000억원 수준으로 늘어난다.
이중에서 핵심 생산기지는 부산사업장이 될 전망이다. 황치원 삼성전기 패키지솔루션사업부 패키지개발팀장 상무는 “투자 규모는 베트남이 제일 크지만, 부산은 예전부터 투자가 많이 이뤄진 곳이다. FC-BGA 생산량이 가장 많은 사업장도 부산이다. 벌써 1층과 3층이 꽉 차 있는 상태”라며 “부산사업장은 FC-BGA 연구개발(R&D)과 양산을 모두 할 수 있는 하이엔드 제품 생산거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EPS 임베딩·미세 가공 및 회로 기술력 강점···시장 급성장 전망
삼성전기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기술은 기판 내 수동 소자 내장(EPS 임베딩)이다. 이는 인쇄회로기판(PCB) 위에 적용하는 부품을 내부에 실장하는 기술이다. 제품 크기와 두께를 줄일 수 있고 신호의 간섭을 최소화해 고속화 제품 양산에도 유리하다.
또 미세 가공과 미세 회로 구현에도 강점이 있다. 비아 형성을 위해 80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면적 안에 구멍을 50㎛ 정도로 정교하게 뚫어야 하는데 삼성전기는 10㎛ 수준의 비아를 만들 수 있고, 8~10㎛인 회로폭도 3㎛ 수준으로 구현하는 기술력을 갖췄다.
황 상무는 “서버용 제품 원천 기술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기술은 확보하고 있었고, 4년 전부터 팀을 꾸려서 테스트와 개발 공정 등을 통해 차별화된 기술을 준비해왔다”며 “그중에 하나가 EPS 임베딩이고, 고객사와 특화 기술을 선정해 열심히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기는 FC-BGA를 비롯한 반도체 패키지 기판 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와 욜 디벨롭먼트 등에 따르면 올해 113억달러(약 14조9700억원) 규모인 패키지 기판 시장은 연평균 10% 성장해 오는 2026년에는 170억 달러(22조52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같은 기간 전체 반도체 시장 성장률 전망치 4%, 파운드리 시장 5%, 패키징 시장 6% 가운데 가장 높다.
안정훈 삼성전기 패키지솔루션사업부 패키지지원팀장 상무는 “패키지 기판 시장 규모 자체는 작지만, 성장률이 높다는 건 고부가가치라는 의미”라며 “ARM 기반 CPU나 5G 안테나 등의 패키지 기판 성장률은 20% 가까이 된다. 하이엔드 패키지 기판 성장률이 높기 때문에 삼성전기는 이 분야에 집중해서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황 상무는 주요 기판업체들이 FC-BGA 투자를 강화하고 있어 공급 과잉이 전개될 수 있단 가능성에 대해서도 “그런 일이 갑작스럽게 발생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2026년이나 2027년까지는 공급이 타이트하게 갈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