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CPI 발표 후 급락···저가 매수, 연준 위원 발언으로 반등
가상화폐 대출업체 또 도산···긴축에 대한 우려도 여전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이번 주(11~15일) 비트코인은 미국 6월 소비자물가지수(CPI) 발표로 크게 하락했지만 이후 소폭 오르면서 2만달러 선을 회복했다. 저가 매수세가 이어지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이 ‘울트라 스텝’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진화하고 나서면서 오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가상화폐 관련 업체들이 잇달아 도산하는 등 악재가 계속되고 있어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16일 글로벌 가상화폐 시황 사이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전날 오후 비트코인은 2만800달러(약 2762만원) 수준에서 거래됐다. 이번주도 2만달러 선에서 등락을 반복했다. 지난 주말 2만2000달러까지 오른 영향으로 이번 주 첫 날인 지난 11일엔 2만 달러 선을 유지했다. 하지만 이후 하락하면서 13일 오후 한 때 1만9000달러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그러다 14일 상승세를 그리면서 2만달러선을 회복했다. 

주 중 큰 하락을 이끈 요인은 6월 미 CPI 발표였다. 당초 CPI가 예상보다 더 높은 수치로 공개되면 인플레이션의 우려로 인해 가상화폐는 크게 하락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발표된 수치는 예상보다 더 심각했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 6월 CPI 상승률이 9.1%를 기록해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비트코인도 1만9000달러 밑으로 하락했다. 

이후 소폭 반등한 이유는 저가 매수세가 이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미 연준 인사들이 이달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하겠다고 밝힌 점도 상승에 영향을 준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 물가 수준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자 금융시장에선 연준이 한 번에 금리를 1.0%포인트 이상 올리는 ‘울트라 스텝’을 밟을 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나왔다. 

그러자 연준의 대표적인 매파(긴축론자)로 통하는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14일(현지시간) 미 아이다호주 빅터에서 열린 컨퍼런스 자리에서 “금리를 과하게 올릴 필요가 없다. 0.75%포인트도 굉장히 큰 숫자다”고 강조했다. 이어 “연준이 금리를 1%포인트씩 올리지 않는다고 해서 할 일을 안 하는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시장에선 윌러의 발언이 울트라 스텝에 대한 우려를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란 해석이 주를 이뤘다. 

비트코인이 소폭 반등했지만 상승세가 이어지기엔 힘들다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무엇보다 비트코인 시세 하락으로 관련 업체들이 도산이 이어지는 악재가 발생하고 있다. 암호화폐 대출업체 셀시우스 네트워크는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남부지방파산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 11)에 따른 파산보호를 신청했다고 발표했다. 셀시우스는 현재 보유 현금이 1억6700만달러(약 2185억원)다. 예상 채권자 수는 10만명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셀시우스 이용자들은 맡긴 돈을 전액 받는 것이 어려워질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가상화폐 대출 업체들이 도산하면 그만큼 투자심리도 위축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가상자산 중개업체 보이저 디지털(보이저)도 미국 뉴욕 남부지방 법원에 파산법 11조(챕터11)에 따른 파산 보호 신청을 했다. 싱가포르 기반 디파이 플랫폼 볼드도 가상화폐 인출·거래를 중단한 바 있다. 

긴축에 대한 우려도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1만달러 추락설’은 계속 나온다. 마이클 사파이(Michael Safai) 덱스터리티 캐피털 창업자는 "비트코인 가격이 향후 전 세계 거시경제 상황에 따라 좌우될 것"이라며 "비트코인이 향후 1만 달러까지 추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의 하락세는 올해 4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코빗 리서치센터는 최근 발간한 리포트를 통해 "미 연준의 기준금리·물가상승률·비농업 고용자 수·ISM(미국 공급관리자협회) 제조업 지수 등 가상화폐 겨울에 영향을 미칠 지수들을 종합한 결과 올 4분기 가상 자산 시장이 회복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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