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4894억원어치 순매수 나서···3~6월 15조 순매도와는 다른 양상
외국 연기금 위주 저가 매수 나섰다는 분석···시장 반등 가능성 전망도
순매수 규모 작고 하반기 상장사 이익 하락 전망은 수급 개선에 부정적 요인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외국인 투자자가 이달 들어 국내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는 가운데 지수의 저점 신호로 읽힐 지 주목된다. 외국인 투자자는 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대규모 순매도를 보였는데 이달 들어선 양상이 다소 바뀐 것이다. 국내 증시 하락세에 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가 영향을 미쳤던 만큼 이들의 귀환이 지속된다면 국내 증시에 긍정적이라는 분석이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는 코스피에서 이달 들어 이날까지 4895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날 3998억원과 이날 2627억원어치를 포함해 이달 11거래일 중 5거래일을 순매수한 결과다. 이는 월별 기준으로 보면 지난 2월 이후 가장 높은 순매수 금액이다. 

그동안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세가 거셌다는 점을 감안하면 두드러진 변화로 평가된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15조5134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월별로 살펴보면 5월 1283억원어치의 순매수를 제외하면 모두 5조원 안팎의 순매도를 보인 것이다. 특히 코스피가 12.6%나 급락했던 6월에는 외국인의 순매도가 5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7월은 15일 기준.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7월은 15일 기준. / 그래프=김은실 디자이너.

외국인의 이 같은 매수 전환은 원·달러 환율 급등세 속에 나타난 것이라 더욱 눈길을 끈다. 통상 외국인 투자자는 추가적인 원화 약세를 예상하게 되면 주식을 매도하는 행동 양상을 보인다. 환차손이 더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한 움직임이다. 그런데 이달 초 달러당 1290원에서 시작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날 기준 1325원을 넘어서기까지 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추가적인 환율 상승이 제한적일 수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율이 고점을 찍고 내릴 것으로 예상될 경우 국내 주식의 매력이 커진다. 시세 차익을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환차익까지 추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으로 환율이 치솟은 데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대폭 올리면서 환율의 추가적인 상승이 제한될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됐다는 풀이다. 

또 국내 증시가 저평가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해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유안타증권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싱가포르가 6월 4770억원의 국내주식을 순매수했고 캐나다와 스웨덴 등도 국내주식 순매수로 전환했다”며 “국부펀드, 연기금 등 장기 투자를 선호하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국내 주식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라고 분석했다.

이에 국내 증시가 어느 정도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한 투자업계 관계자는 “국제유가가 100달러 아래로 다시 내려왔고 물가 역시 피크를 찍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들이 다시 증시에 유입되면 지수 반등 기대감은 커질 수 있다”면서도 “아직 외국인 순매수 규모가 이전 순매도 수준만큼 크지 않다는 점에서 아직 지켜볼 필요도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경기 침체 우려에 올해 하반기 국내 상장사의 이익 전망치가 내려오고 있다는 점은 외국인의 본격적인 귀환을 막는 요인으로 평가된다. 실제 상장사 이익 전망치를 낮추는 사례가 늘고 있는데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최근 2주간 코스피 상장사의 올해 2분기와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가 각각 1.0%, 2.8% 하향 조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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