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40대 필수품목 최저가 판매···쿠팡은 “자사가 제일 저렴하다” 강조
6년전 10원 전쟁 연상···업계에선 “자칫 제살깎아먹기 마케팅 될 수 있다” 우려
[시사저널e=한다원 기자] 연일 치솟는 밥상·장바구니 물가에 대응하기 위해 주요 유통업체가 ‘최저가 전략’을 내세웠다. 대형마트뿐 아니라 이커머스 업체인 쿠팡까지 매일 최저가를 유지하겠다고 밝혀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물가 상승으로 지갑을 닫는 소비자들이 많아지자 유통업계가 내놓은 특단의 조치지만, 기업 간 최저가 전쟁이 자칫 치킨게임으로 치닫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5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앞서 2016년 유통업계를 달궜던 최저가 전쟁이 6년 만에 다시 확산되는 모양새다. 이마트가 계란, 우유 등 40대 필수품목을 다른 유통업체와 상시 최저가로 판매하는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다.
이마트는 지난 4일 발표한 가격의 끝 프로젝트를 연장해 오는 27일까지 수요가 높아 가격 상승 유인이 커진 ‘신선식품’ 가격을 내려 2주간 최저가로 확대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마트는 “주요 신선식품들은 계약 재배를 통해 많은 물량을 미리 확보함으로써 저렴하게 판매할 수 있고 가뭄과 장마로 전체적 작황이 안 좋더라도 공급량을 유지할 수 있도록 했다”고 밝혔다.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물가가 안정되는 시기까지, 그리고 고객들이 ‘언제든 이마트가 가장 싸다’고 확실하고 깊게 인식할 때까지 ‘상시 최저가 관리’를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마트는 홈플러스와 롯데마트, 쿠팡 등을 거론하며 이들 업체보다 최저가로 판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마트의 경쟁사 언급에 롯데마트는 ‘물가안정 TF’를 구성해 카테고리별 매출 상위 30%에 차지하는 생필품 500여개 품목을 집중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홈플러스는 이미 ‘물가안정 프로젝트’를 구성해 먹거리·생필품 등 상품군을 연중 할인하고 있다.
쿠팡은 국내 8대 주요 온·오프라인 유통사에서 판매되는 750개 베스트셀러 상품의 가격을 분석한 삼정KPMG 조사 결과를 근거로 ‘최저가’를 강조했다. 쿠팡은 KPMG 조사 결과 쿠팡을 제외한 다른 유통사 제품 가격이 주요 4개 소비자 카테고리(컴퓨터·전자·정보통신기기 및 가전제품, 일용소비재, 신선식품, 비신선식품) 전반에서 쿠팡 가격보다 약 25%에서 60% 높다고 못박았다.
이 같은 유통업체들의 최저가 경쟁은 2010년 이후 처음이다. 대형마트와 같은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의 최저가 전략은 소비자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면서도 코로나19로 급성장한 이커머스 수요를 다시 되찾기 위한 의도가 크다. 과거 최저가 전쟁은 주로 대형마트에서만 나타났지만 최근에는 이커머스 기업까지 최저가 전쟁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서는 유통업계의 최저가 전쟁은 자칫 치킨게임으로 번질 수 있다고 분석한다. 가장 먼저 최저가 전략을 펴왔던 이마트는 1997년 최저가 보상제를 도입해 운영하다 2007년 폐지한 바 있고, 2010년 다시 생활필수품 12개 상품을 경쟁사의 가격 동향에 맞춰 시행한 바 있다.
당시 유통업계에서는 이마트가 시작한 최저가 보상제로 경쟁사들이 일제히 최저가 경쟁에 나서며 납품업체들의 부담이 가중된다는 논란이 일은 바 있다. 10원이라도 경쟁사보다 저렴하게 판매하기 위해 단가 인하 요구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일각에서는 10원 단위로 이익과 손익이 갈라질 수 있어 이같은 최저가 전쟁은 의도와 달리 일명 ‘제살깎아먹기’ 마케팅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울러 소비자 입장에서도 실익이 크지 않다. 최저가 전쟁이 일부 업체에서만 이뤄지고 있고, 업체마다 최저가에 대한 기준이 다를 수 있어 단순 가격 비교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예를 들어 대형마트의 경우 1개 단위로 판매하지만 쿠팡은 묶음 단위로 판매하는 경우 어느 기업이 최저가를 제공하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부분의 소비자는 특정 상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그 이후에도 기존의 것을 그대로 이용한다”며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유통사가 많아지면서 대형 유통사가 고객을 뺏길 처지에 놓이자 가격 차별성으로 충성고객 확보에 나서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익명을 요구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이번 최저가 전략은 업체간 10원 또는 100원 싸움이고 고객이나 납품업체 등을 모두 고려했을 때 단기간에 끝날 수 있다”며 “요새는 똑똑한 소비자가 많아서 최저가에 판매한다고 무조건 구매하지 않는다. 결제 방식부터 상품 상태, 배송 서비스 등 다양한 것을 종합해 고려한 후 구매하는 경향이 있어 최저가가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