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 경제 부담···정부, 민간 주도 추진 방향 제시
기업들 4차산업 소재 등 관심 가능성···“불확실성 감안 로드맵 필요”
[시사저널e=최성근 기자] 최근 글로벌 공급망 훼손으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해외자원개발을 적극 추진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정부는 민간 주도의 개발을 독려하겠단 방침인 가운데 위험 부담이 큰 사업이란 특성상 세제 등 정부의 적극적 지원이 필수적이란 지적이 나온다. 경제성과 에너지 안보를 함께 감안하고 4차산업에 들어가는 주요 소재들의 제조 과정이 다소 복잡하단 점을 고려해야 한단 조언이다.
1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중 간 갈등과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심해지고 원자재 가격도 상승하면서 우리 경제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물가 자극에 더해 자원 안보 측면에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단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요의 95%, 광물 수요의 93%를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미래핵심산업으로 꼽히는 반도체와 배터리에 들어가는 원자재는 해외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탄소중립 문제도 광물자원 확보가 관건인 상황이다.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은 기존 가스발전에 비해 많은 광물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주요 국가들은 자원 수출을 중단하며 공급 불안 및 원자재 가격 상승을 유발하고 있다.
◇MB정부 이후 해외자원개발 위축···자원 무기화 조짐 속 재추진 필요성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규탄하는 서방세계를 겨냥해 자국의 원유와 천연가스를 무기화하고 있고, 중국은 지난 2020년부터 희토류 수출을 제한하는 수출통제법을 시행하고 있다. 최근엔 인도네시아가 식량안보를 이유로 팜유 수출을 제한하기도 했다.
이같은 전세계적인 자원무기화에 대한 대응 방안으로 해외자원개발을 활성화해야 한단 지적이 나온다. 하지만, 과거 이명박 정부 당시 해외자원개발을 추진했다 부실 논란에 휩싸이며 최근까지 위축되는 상황이다. 해외자원개발협회에 따르면 해외자원개발 투자 규모는 2014년 63억2300만 달러에서 2020년 14억900만 달러로 77.7% 감소했다. 특히, 같은 기간 일반광물 투자는 19억2800 달러에서 2억7200만 달러로 85.9% 급감했다. 신규사업 건수도 2010년 68건에서 2020년 5건으로 크게 줄었다.
특히 직전 정부 시기엔 해외 광물자산 매각하겠단 방침을 세웠고, 광물 담당 공기업인 한국광물자원공사(현 한국광해광업공단)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호주 물라벤 유천탄 광산, 미국 로즈몬트 구리광산, 칠레 산토도밍고 구리광산을 매각했다. 또 캐나다 자원 개발업체 캡스톤 지분도 전량 팔았다.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무리한 투자가 막대한 손실과 공기업 부실로 이어진 점을 감안할 때 이같은 위축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며 “하지만, 각국의 자원 무기화와 글로벌 공급망 문제를 감안할 때 개선안을 마련해 해외자원개발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해외자원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최근 발표한 새정부 에너지정책 방향에는 공기업의 자원 확보 기능을 재정립해 민간의 해외자원개발을 지원하겠단 내용이 포함됐다. 민간 중심의 해외자원개발 투자 활성화를 위한 지원 방안으로는 정부 융자나 세제 지원 강화 필요성이 거론되는 상황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에선 양금희 의원이 최근 해외자원개발 투자에 대한 조세특례 강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해외자원개발이 불확실성이 크고, 탐사에서 생산이 이르기까지 10년 이상 소요되는 특성상 민간이 쉽사리 나서긴 쉽지 않단 분석이 나온다. 해외자원개발이 가진 불확실성과 장기적 특성을 감안한 통합적인 추진이 필요하단 지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 관계자는 “해외자원개발이 리스크가 상당히 큰 사업인 건 사실이다. 다만, 대기업의 경우 공기업에 비해 해외 네트워크가 강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기업들은 비용 수익적인 면을 많이 따지다 보니 리스크가 큰 사업에 진입하는데 있어 세제 같은 지원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실패 리스크가 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공급망 훼손, 자원 자국주의는 앞으로 계속될 것으로 보여 민간에서 나서야 할 필요성은 있다”며 “원유를 비롯해 2차전지 소재에 있어선 기업들의 관심이 많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경제성·자원안보 복합 고려할 사안···4차산업 광물 제조 특성 주목해야
현재 원유 등 해외자원개발을 둘러싼 환경은 이명박 정부 때와는 많이 달라졌다. 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는 중국의 경제성장으로 자원 수요가 커지면서 고갈우려 또한 높아져 향후 자원 확보에 있어 비용이 많아질 것이란 관측이 있었다. 이로인해 해외 자원 확보를 통해 경제적 충격을 막아야 한단 인식에서 해외자원 개발을 추진했다.”며 “하지만 2010년대 이후 미국이 셰일가스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생산이 늘어났고 자원 고갈로 인한 공급측면에서의 가격 상승 우려가 낮아졌다. 수요 측면에서도 석유 및 가스 수요가 탄소중립 이슈로 과거에 비해 많이 늘어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명박 정부 때처럼 자원이 부족해 가격이 오를 것이란 전제 하에 해외자원개발에 나서긴 어려운 상황이란 진단이다. 그럼에도 전기차와 배터리, 정보기술 산업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들을 확보한단 차원에서 대비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원유와 광물의 생산 및 제조 특성이 다른 점을 주목해야 한단 조언이 나온다. 김태헌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리튬, 니켈 등 광물을 생산한다고 바로 이용할 수 있는게 아니라 제련이 필요한데 광물 제련의 경우 중국에서 하는 비율이 굉장히 높다”며 “석유 같은 경우 원유를 바로 수입해 국네에서 정제해 쓰면 되기에 광물에 비해 기업에서 쓰는 소재를 확보하는 구조가 복잡하지 않다”고 말했다. 광물에 있어 자원과 소재를 함께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하단 조언이다.
우리가 해외에서 많은 자원 개발을 하는 것이 이익이란 관점만 갖고 해외자원개발에 나서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단 지적이다. 김 위원은 “과거에는 해외자원개발이 우리나라의 산업활동, 생태계 구축이란 차원에서 정부가 지원해주는 부분이었다면 지금은 자원 확보가 에너지 안보를 확보하기 위한 정책 수단으로 보고 검토해야 하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해외자원개발에 있어 경제성과 함께 비상시 자원도입이 필요할 때 실효성 있는 수단을 마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단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