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헌 부사장 “3년 내 1000만 이상 이용자 확보”
넷플릭스 까지 제휴···사내 자원 부족 협업으로 채워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LG유플러스가 신규 구독 플랫폼 ‘유독’을 출시하며 지난해 SK텔레콤이 출시한 구독 플랫폼 ‘T우주’와의 경쟁을 예고했다. SK텔레콤이 웨이브, 11번가, 원스토어 등 SK그룹의 서비스를 전면에 내세운 반면,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 밀리의서재 등 LG그룹 외 사업자와의 제휴에 집중했다. SK텔레콤이 먼저 구독시장에 뛰어든 만큼 LG유플러스 대비 제휴처가 많다.
다만 LG유플러스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배달, 쇼핑 등 이용자가 원하는 서비스를 직접 선택해 구독할 수 있단 점과 기존 요금 대비 최대 50%의 할인을 제공한단 점 등은 이용자 측면에서 차별점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웨이브 1개 사업자와 손 잡은 SK텔레콤과 달리 복수의 OTT와 제휴한 만큼, OTT 이용자를 중심으로 유독의 마케팅이 예상된다.
14일 LG유플러스는 서울 용산구 본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신규 구독 플랫폼 ‘유독’ 출시 및 플랫폼 사업 전략을 발표했다. LG유플러스는 OTT부터 쇼핑, 육아 등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유독을 앞세워 구독시장을 주도하겠단 계획을 밝혔다.
정수헌 LG유플러스 컨슈머부문장(부사장)은 “고객 경험 혁신을 위해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만들어가고 있다. 유독은 첫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이자 LG유플러스의 ‘와이낫 2.0’ 캠페인의 포문을 여는 구독서비스”라며 “유독은 기존 구독 서비스에서 고객이 겪었던 불편함을 모두 해소하고 독보적인 솔루션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LG유플러스는 더 이상 상품과 서비스를 파는 회사가 아니다. 고객경험을 판매하는 회사”라며 “LG유플러스의 노력은 구독에서 그치지 않는다. 제2, 제3의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을 계속해서 선보이겠다”고 강조했다.
◇ 유독, 최대 50% 할인·원하는 서비스 가입 등 차별점
LG유플러스가 구독 시장에 진출한 이유는 구독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KT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국내 구독시장 규모는 2016년 25조9000억원에서 2020년 40조1000억원으로 4년만에 54.8% 성장했다. 오는 2025년에는 1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유독 출시로 LG유플러스는 구독 시장에서 경쟁사 SK텔레콤과 경쟁을 펼치게 됐다. 앞서 SK텔레콤은 지난해 8월 구독 커머스 플랫폼 ‘T우주’를 선보이면서 구독시장에 뛰어들었다.
증권가에선 T우주의 가입자수는 출시 3개월만인 지난해 11월 100만명을 돌파한 이후 올 연말 200만명에 근접할 것으로 보고 있다. T우주의 구독상품은 ‘우주패스 올’, ‘우주패스 미니’, ‘우주패스 라이프’, ‘우주패스 스탠다드’ 등 4종이며, SK텔레콤은 라인업을 추가하고 있다. 우주패스 가입자는 11번가 내 '아마존 글로벌 스토어'에서 해외 직구 무료배송을 이용할 수 있다. 해당 스토어에서 사용할 수 있는 1만원 할인 쿠폰도 매달 1장씩 제공된다. 이밖에 웨이브 이용권도 추가 선택해 받을 수 있다.
이처럼 T우주가 11번가, 웨이브 등 SK그룹 서비스와의 제휴를 통해 시너지를 내고 있는 반면, LG유플러스는 외부와의 파트너십에 집중했다. 유독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OTT·미디어(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유튜브 프리미엄, 모두의할인팩, V컬러링) ▲배달·여가(요기요, 쏘카, 일리커피) ▲식품(CJ외식, CJ더마켓, GS25) ▲교육·오디오(윌라, 시원스쿨, 딸기콩) ▲쇼핑·뷰티·미용(올리브영, 엔펩) ▲유아(손꼽쟁이, 앙팡, 엄마의 확신, 오이보스) ▲청소·반려동물(세탁특공대, 어바웃펫) 등 31종이다. 유독 고객은 약 4500종의 일상 아이템 상품을 온라인 최저가로 구매할 수도 있다.
파트너십과 관련 LG유플러스는 1등 사업자와의 제휴를 통한 ‘고객 경험 혁신’에 초점을 맞췄단 점을 강조했다.
정 부사장은 “타사의 경우 실제 마케팅비나 계열사의 재무적인 부담이 훨씬 클 것이다. 우리는 파트너사와 협업을 통해 어떻게 하면 고객 경험을 혁신할 것인지만 생각한다. 계열사를 생각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 됐다”며 “그렇다 보니 1등 사업자와 파트너십을 맺을 수 있다. 이용자가 많아지면서 재무성과도 좋아질 것이다. 서비스와 고객 경험으로 (경쟁사와) 승부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LG유플러스가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등 복수의 OTT와 손잡은 만큼 OTT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몸집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 이는 SK텔레콤이 웨이브 1개 사업자와 제휴를 맺은 것과 대비된다.
이현승 LG유플러스 요금·상품제휴담당은 “OTT가 플랫폼을 리딩하면서 다양한 상품들이 조합될 것으로 예상된다.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으며 OTT 이용행태를 분석해봤더니 많은 이용자들이 배달음식, 자기계발 등 영역으로 확장되는 모습을 보였다”며 “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이번 서비스를 준비했고, 앞으로도 관련 영역으로 제휴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약정이나 기본료 없이 소비자가 원하는 서비스만 골라 구독할 수 있단 점도 유독의 차별점으로 꼽았다. 우주패스 등 기존 구독 상품은 사업자가 지정한 서비스를 바꿀 수 없고 일부 부가적인 서비스만 선택이 가능했던 탓에, 불필요한 서비스를 구독하고 매월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이에 LG유플러스는 선택의 제한없이 원하는 서비스만 골라 구독할 수 있고, 매월 다른 서비스로 바꿔 구독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출시했다. 예컨대 티빙 등 OTT 이용자는 티빙과 유튜브 프리미엄을, 1인 가구 고객은 일리커피와 요기요를, 생필품이 필요한 고객은 올리브영을 각각 선택해 구독할 수 있다. 아울러 유독 가입자는 하나의 서비스만 선택해도 매월 최소 5%의 할인을 받을 수 있고, 2개 이상을 선택할 경우 매월 최대 50%의 이용료를 할인받을 수 있다.
◇ “끼워팔기 안 한다”···3년 내 이용자 1000만 달성
LG유플러스는 출시 초기 ‘끼워팔기’ 논란을 빚은 바 있는 T우주와 달리 유독의 차별점을 기반으로 이용자를 확대해나가겠단 계획을 밝혔다.
정 부사장은 “유독의 가입자가 적을지라도 구독으로 인한 고객의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며 “끼워팔기를 하지 않고 (SK텔레콤을) 정정당당하게 이겨보겠다”고 강조했다.
이 담당도 “현재 상품이 31종이고 연말에 100종이 나올 텐데, 두 개씩만 조합한다 해도 경우의 수가 많아진다”며 “현장에서 끼워팔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OTT를 제 돈 내고 쓰는 사람이 유독에서 가입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으니까 가입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궁극적으로 LG유플러스는 오는 2025년까지 이용자 1000만명 이상을 확보하겠단 구상이다. 이를 위해 LG유플러스는 연내 유독 이용자가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100종으로 확대한다.
연내 추가 제휴가 예정된 사업자는 SSG.COM(쇼핑), 리디(전자책), 밀리의서재(전자책·오디오북), 인터파크(여행·공연), 마이쉐프(밀키트), 레고랜드 코리아 리조트(유아), 레고코리아(유아), 호비야놀자(유아), 캠핑고래(캠핑) 등이다. 또한 지자체와 협업한 지역 특산물 구독 및 펫 서비스 관련 구독 상품 등도 추가할 예정이다. 유독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일상 아이템 상품도 5000종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아울러 LG유플러스는 연내 SK텔레콤과 KT 가입자도 유독을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확대하고, 내년 상반기 중으로 유독 전용 앱도 개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