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금리 상승세로 예정이율 인상할 필요성 커져
손보사들도 보험료 낮췄기에 인하 요구 커질듯
생보업계 "종신보험이 주력인 만큼 신중히 결정"

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유길연 기자] 한국은행이 사상 최초로 ‘빅스텝’을 밟으면서 생명보험사들을 향한 보험료 인하에 대한 요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보험사는 시중금리가 계속 오르면 보험료 산정에 영향을 끼치는 예정이율을 인상해야 한다. 손해보험사들은 금리 인상에 맞춰 예정이율을 올렸지만 생보사들은 아직 조정하지 않고 있다. 생보사들은 장기 상품을 주로 파는 영업 특성으로 인해 보험료를 쉽게 인하하기 어려운 만큼 신중하게 결정한다는 입장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날 통화방향정책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기존 1.75%에서 2.25%로 올렸다. 한은이 한 번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은은 올해 남은 기간 동안에도 기준금리를 계속 올린다는 방침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통화방향정책회의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예상하고 있는 물가와 성장 전망 경로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당분간 금리는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상이 가팔라지면서 생보사들에 대한 예정이율 인상에 대한 압력도 그만큼 커졌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중금리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지만 생보사들은 예정이율을 아직까지 조정하지 않고 있다. 예정이율은 고객에게 받은 보험료를 운용해 보험금을 지급할 때까지 얻을 수 있는 보험사의 예상 수익률을 뜻한다. 예정이율이 올라가면 보험사의 수익이 더 올라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고객의 보험료 부담은 낮아진다. 

올해 들어 기준금리의 상승의 영향으로 시중금리는 치솟았다. 지난 14일 기준 10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3.3%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만 해도 2%선을 오르내렸지만 이후 1%포인트 넘게 급등했다. 당분간 장기채를 비롯한 시중금리는 계속 올라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보험사들의 자산운용수익률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들은 주로 장기 채권에 투자해 이익을 낸다.  

더구나 손해보험사들은 기준금리 인상에 맞춰 지난 4월 예정이율을 올려 보험료를 낮췄다. 삼성화재,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 주요 손해보험사가 예정이율을 기존 2.25%에서 2.5%로 올렸다. 업계에선 예정이율이 0.25%포인트 오르면 신규 보험료는 통상 5~10% 내려가는 것으로 본다.

금리가 올라가는데도 보험료를 내리지 않으면 소비자들의 불만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당국도 생보사들을 상대로 보험료를 낮추라는 압력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생보사 최고경영자(CEO)를 소집해 보험료 산출체계 자체 점검을 촉구했다. 더구나 최근 이복현 금감원장은 각 금융업권에 대출 금리를 낮추는 등 소비자의 금융 부담을 경감시켜줄 것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예정이율은 기준금리 상승이 바로 반영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하지만 금리가 오르고 있는 만큼 생보사들의 예정이율이 적합한 의사결정에 따라 결정되고 있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보사들은 고민이 깊은 모양새다. 생보사들은 종신보험 등 만기가 긴 상품을 주로 팔기 때문에 보험료를 조정하는 것도 더 어렵기 때문이다. 보험상품에 예정이율을 한 번 적용하면 이후 바꿀 수 없다. 보험료를 낮춘 종신보험을 판매하면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계속 보험료가 유지된다. 생보사의 보험료 수익에 끼치는 영향도 그 만큼 더 크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생보사들은 예정이율 조정에 보수적인 경향을 보인다. 또 내년부터 도입되는 새 회계제도(IFRS17)에 대한 부담도 있기에 보험료 조정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생보사들은 금리 상승에 맞춰 공시이율은 올렸다. 삼성생명은 이달에 보장성보험의 공시이율을 2.00%에서 2.25%로, 연금보험은 2.60%에서 2.70%로 인상했다. 한화생명도 연금보험 공시이율은 0.12%포인트 올려 2.72%로 정했다. 교보생명도 연금보험과 저축보험을 0.05%p씩 올려 각각 2.65%, 2.70%로 정했다. 공시이율은 보험사들의 금리연동형 상품의 적립금에 적용되는 이자율이기에 시중금리 변동을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영한다. 공시이율이 오르면 보험 가입자들이 만기에 돌려받는 환급금이 늘어난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생보사는 과거 기준금리가 1% 아래로 하락했을 때도 예정이율을 2% 내외로 운영했을 정도로 예정이율에 기준금리를 바로 반영하지는 않는다"라며 "하지만 최근 경기침체로 보험료 인하에 대한 요구가 큰 만큼 생보사들도 예정이율 조정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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