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5% 기준금리, 중립금리 하단 근접···더 올려도 긴축 아냐”
“연말 기준금리 2.75~3.00% 시장 기대 합리적”
“3분기 말, 4분기 초 물가 정점 예상”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기준금리를 당분간 0.25%포인트씩 점진적 인상하며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물가 상승세가 현재 수준을 지속할 경우 연말까지 기준금리가 시장에서 기대하는 2.75~3.0% 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선제적으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한 만큼 현재 예상하고 있는 물가와 성장 전망 경로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당분간 금리는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정례회의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기존 연 1.75%에서 2.25%로 0.5%포인트 인상하면서 역대 최초 ‘빅스텝(한번에 0.5%포인트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4월과 5월에 기준금리를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한 데 이어 이번 달까지 세 차례 연속으로 금리 인상에 나선 것은 기준금리 도입 이후 사상 처음이다.
이번 금리 인상 결정에는 지난 금리 인상 결정 때와 마찬가지로 큰 폭으로 올라간 물가상승률이 주요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달 기준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에 진입했다.
이 총재는 “물가상황을 보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6%대로 높아졌다”며 “그 결과 근원인플레이션과 기대인플레이션 모두 4%에 근접하는 높은 수준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 금융통화위원회는 물가 안정을 위한 선제적 대응 필요성이 커진 점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50bp(1bp=0.01%포인트) 인상하기로 결정했다”며 금리 인상 배경을 밝혔다.
현재 2.25%로 올라선 기준금리가 중립금리 수준에 도달한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 그는 “중립금리는 학술적인 개념이고 그 범위가 넓어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금리를 2.25% 올리면서 중립금리 범위에서 하단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아울러 “중립금리의 하단 정도에 왔다고 보기 때문에 앞으로 한두번 금리를 더 올린다고 해도 긴축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추가 빅스텝 단행 가능성에 대해서도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 총재는 “앞으로 몇 달간은 6%가 넘는 인플레이션이 일어나고 그 이후 3분기 후반부터 물가상승률이 완화되는 모습을 보인다는 가정하에서는 0.25%포인트로 점진적으로 인상하며 상황을 지켜보는 것이 바람직하다”면서도 “만일 예상과 달리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된다든지 인플레이션이 가속되면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방향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말 기준금리가 2.75%에서 3.00%까지 오를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에 대해서는 합리적이라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이번에 기준금리를 50bp 올리면서 물가상승률을 억제하고자 하지만 이미 높아진 상황이라 2.75%에서 3.00%를 시장에서 예측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다고 보고 있다”며 “그러나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2.75%가 될지, 그 밑이 될지, 3.00%가 될지는 주요 선진국들 금리가 어떻게 변화할지, 유가가 어떻게 변화할지 등 여러 요인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물가 정점 시기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 그는 “물가 정점은 기본 시나리오 하에서 3분기 말이나 4분기를 본다”며 “정점을 통과하더라도 급속히 내려가지는 않고 완만하게 떨어지면서 높은 물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이 총재는 향후에도 물가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하겠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그는 “앞으로 물가, 경기 문제에 대해서 당연히 양쪽을 보겠지만 현재 물가상승률 6%는 높은 수준”이라며 “특히 근원인플레이션이 4%대까지 가는 상황은 경기와 관련 없이 너무 높은 상황이며 고물가 상황이 고착되는 것을 막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물가를 중심으로 통화정책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총재는 잇따른 금리 인상에 따라 부동산 가격 및 주식 가격 조정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이례적으로 공개적인 발언을 내놨다.
그는 “지금 20·30 세대는 경제생활을 시작한 이후에 한번도 이런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해본 적이 없다”며 “아마 집을 살 때 3% 이자율로 돈을 빌리면 평생 그 수준으로 갈 것이라 생각하고 집을 샀을텐데 지금 상황을 보면 그런 가정이 변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지나면서 다시 고인플레이션 상황이 얼마나 갈지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에 이전에 가정했던 인플레이션 금리 가정 하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보다는 이런 위험이 있을 것을 감안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