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스텝과 함께 추가 금리인상까지 예고···연내 대출금리 상승 불가피
다음달부터 예대금리차 비교공시 예정, 대출금리 인상 폭 두고 은행권 '고심'
"기준금리 맞춰 급격한 대출금리 인상 안할 것···우대금리 혜택 주면서 차주 신용도 따라 조정 전망"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가 도입된 후 사상 첫 '빅스텝'(기준금리를 한번에 0.5%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은행권 대출금리 전망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당국의 과도한 이자 장사 비판과 다음달부터 실시되는 예대금리차(예금금리와 대출금리의 차이) 비교공시를 앞둔 상황 속에서 은행들의 속내는 복잡하다. 전반적으로 대출 이자부담이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우대금리 혜택을 제공하면서 차주의 신용도에 따라 조정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12일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는 연 3.77~6.23%로 집계됐다. 일주일 새 0.05%포인트 오르며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마이너스통장 금리도 상단이 연 6.73%까지 치솟으며 7%대에 더 가까워진 상황이다. 빅스텝과 함께 추가 금리인상까지 예고되면서 연내 대출금리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했다. 지난 1999년 기준금리가 도입된 이후 역사상 처음으로 단행한 빅스텝이다. 앞서 금통위는 4월(1.25%→1.5%), 5월(1.5%→1.75%)에도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올렸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한은은 첫 빅스텝 기록과 3회 연속 금리 인상 기록을 동시에 쓰게 됐다. 국내 기준금리가 단숨에 2.25%로 뛰면서 가파른 대출금리 상승이 예고된 상황이다. 부동산 시장 위축까지 더해지면서 대출 이자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은행업계는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선제적으로 예·적금금리(수신금리)를 올렸지만 대출금리 인상 폭을 두고 은행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은 호재로 작용하지만 이번 인상은 은행이 수혜를 받기 힘든 상황에 맞물려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은행의 이자 장사 비판 발언 뒤 은행권은 앞다퉈 대출금리 인하에 나섰다. 은행 여수신 상품 지표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기준금리가 인상된 만큼 대출금리도 올릴 수 밖에 없다. 이례적인 대출금리 인하를 놓고 업계에서는 당국과 정치권의 잇단 압박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달부터는 전체은행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차이를 비교할 수 있는 예대금리차 공시도 예정돼 있다. 각 은행별 이자이익 민낯이 매달 공개되는 만큼 은행으로서는 당국과 소비자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다. 대출금리 산정을 둘러싼 은행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기준금리에 맞춰 급격한 대출금리 인상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행이 빅스텝을 단행했지만 은행들이 오른 기준금리 만큼 그대로 대출금리에 반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은행 내부에서도 대출금리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고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의 금리인하 수혜가 주로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주택담보대출, 전세자금대출에 맞춰지면서 지원 대상에서 빗겨난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계속해서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올해 들어 실제 주담대 금리는 총 17차례 인하했지만 신용대출 금리는 3차례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저소득 취약 차주 대상 포함이다. 마이너스통장의 경우 전혀 해당 사항이 없다. 주택담보대출과 전세자금대출의 경우 주택 거래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하기에 실수요자 보호 차원에서 지원이 잇따르지만 신용대출, 마이너스통장 수요는 제각각이기 때문이다.
다만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감안할 때 시장 상황만 보고 대출금리를 올릴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라는 점에서 은행 입장에서 다각적인 고민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권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최근 6개월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업계에서는 우대금리 혜택을 제공하면서 조정하고 있지만 결국 기준금리 상승에 따른 영향은 모든 차주들에게 적용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 상승은 막을 수 없어 결국 대출금리가 오르긴 할 것"이라며 "최대한 천천히 속도조절을 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