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 사업부 분할 검토 이슈에 전날 주가 급락
물적분할 자회사 상장하자 모회사 주가 급락한 사례도 나와
투자자 보호 목소리↑···신주인수권·주식매수청구권 등 정책 나올 지 주목
[시사저널e=송준영 기자] 주요 사업부를 분사하는 물적분할에 대해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에서 투자자 보호책이 나올 지 주목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 물적분할 요건 강화와 기존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 부여 등을 언급하며 투자자 보호책을 공약한 바 있다. 야당 내에서도 소액주주 보호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서 법 개정이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 물적분할 이슈에 주가 급락 사례 연이어 나와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파운드리사인 DB하이텍은 전날 15.70% 급락한 4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이날 1%에 가까운 약세를 보였고 반도체 업종이 최근 흐름이 좋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두드러진 낙폭이었다.
DB하이텍의 이 같은 급락 배경에는 물적분할 검토 이슈가 있었다. 반도체 설계사업(팹리스)을 물적분할 해 분사한다는 소식이 투자자들 사이에 전해진 것이다. DB하이텍도 전날 조회공시 답변을 통해 “전문성 강화를 위해 파운드리와 설계를 분사하는 방안을 포함한 다양한 전략을 고려 중이나 구체적인 방법과 시기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히며 분사설을 전면 부인 하지는 않은 상태다.
DB하이텍 주주들은 설계사업이 물적분할로 빠져나갈 경우 투자 가치 희석 가능성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물적분할은 모회사의 주요 사업부를 분리해 자회사를 설립하고 신설된 회사의 주식 전부를 모회사가 소유해 지배권을 확보하는 분할제도다. 기존 모회사 주주가 신설회사의 주식을 배분받는 인적분할과는 달리 물적분할 시에는 주식을 받지 못한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물적분할한 자회사가 상장할 시 기존 모회사의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가 LG에너지솔루션으로, 2020년 말 LG화학은 배터리 부문을 물적분할키로 하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부딪친 바 있다. 신성장 동력인 배터리 부문이 물적분할 돼 상장하게 되면 투자 수요가 신설회사로 몰려 상대적으로 모회사인 LG화학의 주가에 부정적이라는 주장이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이 가시화되면서 LG화학의 주가는 하락한 바 있다.
자회사 물적분할 이슈에 주가가 급락한 최근 사례는 이뿐만이 아니다. 이달 1일 차량용 시스템 반도체 기업 넥스트칩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자 모회사인 앤씨앤의 주가가 22.02% 급락했다. 넥스트칩은 지난 2019년 1월 앤씨앤의 오토모티브 사업부문이 물적분할 돼 나온 회사다. 성장성이 높은 자회사가 상장하면서 상대적으로 모회사에 대한 투심이 얼어붙은 모습이 나온 것이다.
◇ 투자자 보호 목소리 확대에 尹정부 응답할 지 주목
물적분할 이슈로 투자자들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정부의 보호책이 나올 지 관심이 모인다. 윤 대통령이 후보 시절 물적분할 후 모자(母子) 회사 동시 상장과 관련해 투자자 보호책을 공약한 데다 금융당국 안팎에서 이미 규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 상황인 까닭이다.
투자자 보호책과 관련해선 기존 주주들에게 분할 회사의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방안이 거론된다. 이는 윤 대통령의 공약과도 맞닿아 있는 부분으로 기존 모회사 주주들에게 신주인수권을 부여해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선거 당시 국민의 힘 선거대책위원회는 “자회사 상장 시 상장 차익이 발생한다면 모회사 주주 입장에서 기회 손실이 발생한 점은 비교적 명백하다”라고 밝힌 바 있다.
자회사가 상장에 나설 경우 모회사 주주에게 일정 비율을 청약할 수 있게 하는 안도 거론된다. 자회사 상장을 통한 더블카운팅(합산 시가총액에서 두 기업의 가치가 중복으로 계산되는 현상)이 문제되는 만큼 기존 주주들에게 우선적으로 청약 기회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물적분할 반대 시 모회사나 최대 대주주에게 주식을 매수케 하는 주식매수청구권 부여도 나올 수 있는 투자자 보호책 중 하나로 꼽힌다.
야당 내에서도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 돼 있다는 점도 관련 정책이 나올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물적분할 후 분할한 자회사를 상장할 시 모회사 주주를 보호하기 위한 법률안 3건을 연이어 발의한 바 있다. 여기에는 모회사 주주에게 자회사 주식의 50% 이상을 우선 배정하는 것과 물적분할 반대 시 주식매수청구권 등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다만 과도한 규제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에서 정책 입안에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투자자에 대한 보호가 필요하겠지만 기업의 자율적인 활동과 이에 파생되는 경제적 이익을 고려하면 지나친 규제는 독이 될 수 있다”며 “자본시장과 기업 지배구조, 활발한 신사업 추진 등에 있어 중요한 이슈인 만큼 보다 세밀한 정책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