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회 충전시 주행거리 524㎞···테슬라 모델3 롱레인지와 동급
세계 최저 수준의 공력계수 덕분···유선형 디자인으로 공기저항 최소화
가격 5500만~6500만원으로 지원금 혜택 가능···9월 국내 출시
[시사저널e=박성수 기자] 현대자동차 전기세단 ‘아이오닉6’가 국산 전기차 중 처음으로 주행거리 500㎞를 넘겼다. 그동안 국산 전기차는 짧은 주행거리로 인해 구매를 꺼리는 고객들이 많았으나, 아이오닉6가 긴 주행거리를 확보하면서 판매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차는 지난 13일 미디어 온라인 컨퍼런스를 통해 아이오닉6를 공개했다.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영상을 통해 “아이오닉6는 전동화 전환을 가속화하고 전용 전기차 분야 글로벌 선두가 되기 위한 현대차 전략의 이정표”라며 “아이오닉6는 모든 면에서 최적화된 독특한 경험을 제공하고 전동화 이동경험을 재정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오닉6는 현대차에서 처음 내놓는 세단형 전기차로 그동안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심의 전기차에서 벗어나 세단 시장 공략의 중추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주행거리다. 이날 공개한 아이오닉6 1회 충전시 주행거리는 524㎞(18인치, 롱레인지 후륜구동 모델, 산업부 인증수치 기준)로 국산 전기차 중에서는 가장 긴 주행거리를 달성했다.
배터리 용량은 롱레인지의 경우 77.4kWh이며, 스탠다드 모델은 53.0kWh다. 전기소비효율(전비)은 6.2㎞/kWh로 현존하는 전용 전기차 중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동안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주행거리 500㎞를 넘는 것은 테슬라의 모델3·모델Y 롱레인지 뿐이었다. 테슬라는 500㎞가 넘는 주행거리와 오토파일럿 등 첨단 주행보조기능을 통해 전기차 시장을 선점했으나, 현대차 아이오닉6가 이번에 주행거리 500㎞를 넘기면서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국내 판매량으로는 현대차 전용 전기차가 테슬라를 넘어선 상태다. 자동차 시장조사기관 카이즈유 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아이오닉5 판매량은 1만4179대, 기아 EV6 판매량은 1만2009대로 테슬라 모델3(4714대), 모델Y(2032대)보다 3배 이상 팔렸다.
테슬라의 경우 작년 상반기에는 1만1629대를 판매했으나 올해에는 반도체 대란으로 인한 출고 문제와 아이오닉5, EV6 등 경쟁 모델 출시로 인해 전년대비 42% 감소한 6747대에 그쳤다.
아이오닉6 주행거리가 대폭 늘어난 것은 세계 최저 수준의 공력 계수 덕분이다. 공력계수란 자동차가 공기 저항을 받는 정도를 숫자로 표시한 것으로, 낮을수록 공기저항을 덜 받아 효율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아이오닉6 공력계수는 0.21로 현대차 역대 모델 중 가장 낮은 수준이다.
허재호 현대차 준중형 PM센터장(상무)은 “아이오닉6는 디자이너들과 엔지니어들이 힘을 모아 초기 개발 단계부터 공력성능을 높이는데 주력했다”며 “리어 스포일러, 액티브 에어플랩, 휠 갭 리듀서, 휠 에어커튼 등 공력 기술 최적화에 집중했다”고 말했다.
이는 아이오닉6 디자인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아이오닉6는 유선형 실루엣을 기반으로 공기저항을 최적화했다.
이상엽 디자인센터 부사장은 “아이오닉6는 과거 비행기 엔지니어들이 차를 디자인했던 시절을 모티브로 해서 제작했다”며 “심플하고 공기역학적인 비행기 엔지니어들이 만든 유니크한 디자인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아이오닉6는 비행기 날개와 같은 유선형 형상을 띄고 있어 빠르게 달릴 때 차량의 상단과 하단 압력의 차이에 의해 떠오르는 양력이 발생하게 된다. 이 때 리어 스포일러에서 발생시키는 다운포스가 차량 뒤쪽을 안정적으로 잡아주며, 고속으로 달리는 순간에도 양력을 줄여 주행안정성 확보가 가능해진다.
또한 리어 스포일러는 루프를 타고 흘러오는 바람을 뒤로 흘려줘 항력을 잡아주고, 스포일러 끝단의 와류를 최소화한다.
전면부 범퍼에 적용된 액티브 에어 플랩은 전체 차량 공기저항 중 약 20% 이상을 차지하는 냉각 저항을 줄여준다. 냉각이 필요한 순간에 플랩을 열고, 평소에는 차량 내부로 통하는 공기를 막아 공기 저항을 줄여주는 방식이다.
◇ 3000㎜급 휠베이스에 현대차 최초 기술 대거 탑재
아이오닉6는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앞 뒤 끝을 최대한 늘려 비율적으로 날렵한 것은 물론 넉넉한 공간성을 확보했다.
차체는 전장 4865㎜, 전고 1495㎜, 전폭 1880㎜다. 축거(휠베이스)는 2950㎜로 그랜저(2885mm)보다 길고 제네시스 G80(3010㎜)보다는 짧다.
차량 스티어링 휠에는 엠블럼 대신 4개의 픽셀로 구성된 인터렉티브 픽셀라이트를 적용해 주행가능 상태, 후진기어, 배터리 충전상태, 드라이브 모드 전환 등을 조명으로 표시해준다. 또 차량 속도에 따라 실내 조명이 조절되며, 속도가 빨라질수록 조명이 환해져 속도계를 보지 않아도 운전자가 속도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현대차 최초로 적용된 기술도 다양하다. 아이오닉6에는 현대차 최초로 EV 성능 튠업 기술을 적용했다. EV 튠업은 차량 내 디스플레이를 통해 성능 및 운전감을 조절할 수 있는 기술로 ▲출력(3단계) ▲가속민감도(3단계) ▲스티어링(2단계) ▲4륜 구동방식을 취향에 따라 선택한 뒤 스티어링 휠 좌측 하단에 있는 드라이브 모드 버튼을 길게 눌러 활성화할 수 있다.
아울러 기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한정했던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기술(OTA)을 전기차 통합 제어장치, 서스펜션, 브레이크, 스티어링 휠, 에어백, 첨단 운전자 보조기능 등 주요 전자제어장치까지 확대해 서비스센터를 방문하지 않아도 항상 최신 기능을 유지할 수 있다.
지능형 헤드램프도 최초 적용해 상대방 운전자에게 눈부심을 주지 않고, 운전자 전방 시야를 효과적으로 확보해 안전한 야간 주행을 돕는다.
아이오닉6는 오는 28일 사전계약을 실시하고 9월 중 판매할 계획이다. 먼저 연내 한국과 유럽 일부 지역에서 판매를 시작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북미시장도 진출한다.
유원하 현대차 국내사업본부장 부사장은 “아이오닉6 판매 가격은 5500만~6500만원대로 책정해 정부 전기차 보조금 혜택도 받을 수 있다”며 “올해에는 약 1만2000대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