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금리인하 요구권 운영실적 공시 시행
금리인하 신청건수·수용건수·수용률·이자감면액 등 공시 대상
“수용률만으로 금리인하 요구 수용 여부 판단 어려워”
“수용률 하락 우려해 금리인하 요구권 안내 위축될 수도”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의 모습./사진=연합뉴스
한 시중은행 대출 창구의 모습./사진=연합뉴스

[시사저널e=김희진 기자] 금융당국이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도입에 이어 금리인하 요구권 운영실적을 공시하는 방안까지 도입하면서 금융사들은 난감한 기색이 역력하다. 새 정부 출범 이후 금융당국의 금융사 ‘줄세우기’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데다가 제도의 실질적 효과는 장담할 수 없어 금리 관련 불만사항이 모두 금융사에 쏠릴 것으로 예상되는 탓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8월부터 금융사별 금리인하 요구권 운영실적 공시가 시행된다. 금리인하 신청건수, 수용건수, 수용률, 이자감면액 등이 공시 대상이며 운영실적은 각 금융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반기마다 공시된다.

금융당국은 공시제도 시행에 앞서 금융사들에게 금리인하 요구권 활성화에 앞장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앞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은행, 보험사, 여신전문금융사, 저축은행 등과 진행한 금융권 릴레이 간담회에서 금융소비자를 위해 금리인하 요구권 제도를 활성화할 것을 주문한 바 있다.

금융당국의 연이은 금융사 줄세우기 정책에 금융권에서는 볼멘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사의 금리에 직접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예대금리차에 이어 금리인하 요구권의 수용률을 공시하는 것은 사실상 금융권에 대한 과도한 개입이라는 시각이다.

또한 공시제도가 금융소비자들의 대출금리를 실질적으로 인하하는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는 시각도 제기된다. 대출금리는 대출의 종류, 차주의 신용도에 따라 달라지는데 금리인하 요구권 공시제도를 통해 알 수 있는 수용률은 이를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전체 대출에 대한 금리인하 신청건수와 수용건수를 계산한 것이다. 때문에 금융사별로 공시된 수용률만 봐서는 금리인하 요구의 수용 여부를 알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공시제도에 따르면 전체 신청건수와 수용건수, 수용률, 감면금액 등이 공시되는데 이것만으로는 금리인하 요구가 수용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며 “금리인하 요구의 수용 여부는 고객이 이용하는 대출 형태 및 대출 신청 시점 이후 신용등급의 변화에 따라 정해지는 건데 이런 사항이 구분돼서 공시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정 금융사의 금리인하 요구권 수용률이 아무리 높아도 그건 모든 대출에 대한 합산 값이기 때문에 채무자 입장에서는 수용률 공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정보가 한정적이고 자신에게도 그 정도의 수용률이 적용될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공시제도 도입으로 차주들의 금리가 실질적으로 인하되는 효과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금리인하 요구권 공시제도를 의식한 금융사들이 수용률이 낮아질 것을 우려해 오히려 금리인하 요구권 안내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금리인하 요구권의 수용 기준은 금융사별로 다르며 수용률이 낮다고 해서 나쁜 금융회사로 비춰지는 시각은 맞지 않다”며 “수용률을 줄세우기의 척도로 삼는 건 오히려 신청안내를 소극적으로 하는 등의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염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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