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OTT 전문법인 출범하며 ‘시즌’ 육성 강조
이용자수, 분사 전인 지난해 7월 216만→지난달 157만 감소세
스튜디오지니 ‘우영우’ 흥행, 넷플릭스만 ‘미소’

국내 주요 OTT 플랫폼별 이용자수 비교 / 그래프 = 정승아 디자이너
국내 주요 OTT 플랫폼별 이용자수 비교 / 그래프 = 정승아 디자이너

[시사저널e=김용수 기자] KT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즌(Seezn)’을 육성하겠다며 지난해 OTT 전문법인 KT시즌을 분사했지만, 분사 전과 비교해 플랫폼 이용자수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여기에 모회사 KT스튜디오지니가 오리지널 콘텐츠를 시즌과 넷플릭스에 동시 공급하면서, 경쟁사 콘텐츠 경쟁력만 높이는 모양새다.

12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KT그룹의 OTT 플랫폼 ‘시즌’의 지난달 월이용자수(MAU)는 157만명으로 집계됐다. 시즌의 운영 주체가 KT에서 KT시즌으로 변경되기 전인 지난해 7월 MAU가 216만명이었단 점을 감안하면, 11개월만에 59만명 가량 감소한 것이다. 지난 11개월간 다른 OTT들과의 격차도 확대됐다. 국내 OTT 시장 1위 사업자 넷플릭스와 토종 OTT 1위 웨이브의 지난달 MAU는 각각 1117만명과 423만명에 달한다. 각각 시즌의 7배, 2배가 넘는 수치다.

◇ 매출규모 티빙의 1/10 수준

KT는 지난해 KT시즌이 KT스튜디오지니와 함께 KT그룹의 미디어·콘텐츠 사업에서 양축을 담당할 것이란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스튜디오지니가 콘텐츠 제작·육성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KT시즌은 OTT 등 차세대 플랫폼을 제공한단 계획이다.

독립법인 출범 당시 장대진 KT시즌 대표는 “KT그룹이 보유한 강력한 미디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KT시즌을 국내 최고의 OTT 사업자로 성장시키겠다”며 “국내는 물론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혁신적인 서비스와 고객이 만족할 만한 콘텐츠 제공을 통해 KT그룹의 미디어 사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독립법인 출범 후 현재까지 성과는 커녕 퇴보하고 있는 것이다.

이용자수 감소뿐만 아니라, 경쟁사 대비 현저히 낮은 매출 규모도 문제다. KT시즌이 분사 후 처음으로 공개한 손익현황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해 매출 209억7800만원, 영업이익 25억1300만원을 기록했다. 웨이브와 티빙, 왓챠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2301억원과 1315억원, 708억원이다. 영업손실을 거듭 중인 웨이브와 티빙, 왓챠 등 다른 토종 OTT들과 비교해 KT시즌이 유일하게 영업수익을 냈지만 매출 차가 심하게 벌어졌단 지적이다.

KT스튜디오지니의 두번째 오리지널 콘텐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사진 = KT
KT스튜디오지니의 두번째 오리지널 콘텐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 사진 = KT

이 가운데 KT가 KT스튜디오지니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경쟁사 넷플릭스에 동시 공급하는 전략을 취하면서, 콘텐츠 투자로 인한 이용자 유입 효과는 분산되고 있다.

KT스튜디오지니 첫 오리지널 드라마 ‘구필수는 없다’의 경우 시즌에 먼저 공급한 후 하루 뒤 넷플릭스에 공급했다. 그러나 두 번째 오리지널 드라마인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넷플릭스와 시즌에 동시 공급했다. 시즌에 하루라도 먼저 공개함으로써 꾀할 수 있던 오리지널 콘텐츠 출시 효과도 사라졌다. 현재 ‘우영우’는 넷플릭스 한국 차트 ‘탑10’ 시리즈에 이름을 올린 이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 티빙 전용요금제 출시하는 등 협력

KT는 최근 티빙과 제휴를 통해 전용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시즌이 아닌 경쟁사에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관련업계에선 KT가 시즌을 육성할 의지가 없으며, 사실상 티빙에 매각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분사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청한 콘텐츠업계 전문가는 “KT 입장에선 (시즌 육성) 방법이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매년 10조원가량 투자하는 넷플릭스와 경쟁하려면 수천억원은 투자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기 힘들다고 본 것”이라며 “안정적인 콘텐츠 판매처를 만들기 위해 시즌을 티빙에 매각하기로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플랫폼 사업자가 콘텐츠를 만들겠다고 플랫폼을 콘텐츠 사업자에게 판다는 건 이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앞서 KT는 지난 3월 티빙의 모회사인 CJ ENM과 콘텐츠 분야 전방위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이어 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사장과 강호성 CJ ENM 대표가 공동위원장을 맡은 ‘사업협력위원회’에서 콘텐츠 투자, 기획, 제작 등 콘텐츠 분야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시즌과 티빙의 통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KT는 KT그룹 콘텐츠의 글로벌 유통을 고려해 넷플릭스에 동시 공급을 결정한 것이라면서도 시즌도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는 등 콘텐츠 경쟁력 제고 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KT 관계자는 “콘텐츠 유통을 어떻게 할지 늘 고민이었다. 콘텐츠가 글로벌로 전파되는 데 있어 넷플릭스의 파급효과를 무시할 수 없다 보니 동시 오픈했다. 어떻게 하면 여러개의 플랫폼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 고민한 것”이라며 “시즌 이용자 감소와 관련 OTT 이용자는 콘텐츠에 따라 변동성이 크다는 특징이 있다. 다만 시즌도 자체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KT스튜디오지니에선 상대적으로 대작, 드라마를 위주로 만들어보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티빙과의 통합설에 대해선 “확정된 것은 없고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말을 아꼈다.

저작권자 © 시사저널e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